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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동화작가가 읽은 동화책 - 할머니의 테왁 _ 글 : 이정순 (SK주 문학회 회원, 동화작가)
제주 문화예술 지원금으로 출간 된 책
 
며칠 전에 제주 바다를 건너고, 태평양을 건너서 캐나다까지 반가운 책이 날아왔다.
나는 우체국 갈 때가 제일 행복하다. 한국의 각 출판사 내지는 문예지에서 책을 보내온다. 오늘은 어떤 책이 와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국에 간다. 아무 책도 와 있지 않으면 광고지라도 반갑게 우편함에서 꺼내온다. 그것도 작품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제일 반가운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정배 작가의 <할머니의 테왁>은 좀 생소한 책 제목이지만, 사라져가는 해녀이야기다. 그 내용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짭조름하고 향기로운 바다 내음이 따뜻한 불턱 안의 훈훈한 정 같은 게 묻어나는 책이다. <할머니의 테왁>은 간이 딱 맞는 맛있는 음식 같아서 마음속에 들어가면 가슴 속까지 꽉 차는 것 같은 책이라면 딱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것은 드넓은 바다에 그냥 아무 곳이나 뛰어 들어 해산물을 잡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는 따뜻한 정감이 오가는 질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 질서 속에는 연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내 다음을 이어갈 아기 해녀들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작가는 <해녀 하나가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 라는 말을 했다. 실감 나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이제 해녀 구경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부모를 따라 어릴 때 이민을 왔거나 여기서 태어나 자란 어린이들은 해녀가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김정배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해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단지 바다 속에서 해산물만 잡는 사람인지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지를 알게 될 것 같다.

작품을 보자면

해녀할머니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 속에는 할머니의 구수한 제주 특유의 입말 사투리가 정겨운 동화다.
할머니는 다리의 깁스를 풀어 달라고 의사선생님한테 떼를 쓴다.
"의사 선생, 나, 이 깁스 좀 풀어 주소. 다음 물기에는 틀림없이 소라 허채기할 텐데…"
"어머님, 이번 물기는 파도가 세서 허채기를 못한대요."
날씨가 정말 좋은데 파도가 세서 허채기를 못한다는 엄마 말에는 할머니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가 영영 걷지 못 할 거라는 의사의 말에 모두 아연실색하지만, 할머니한테 만은 비밀로 한다. 퇴원 하는 날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서 눈치를 챈다.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지금까지 날 속여 놓고, 집에 가면 바다에 물질 갈 까 그 생각만하는 나를 속인 불효막심한 놈아."
하면서 아빠에게 호통을 치신다.
“그래서 더 말씀 못 드린 거예요.”
이제 거동이 불편하고 물질까지 할 수 없는 해녀할머니는 자신의 애착과 애환이 서려있는 할머니의 집으로 가겠다고 우긴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집으로 진주네 세 식구와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다. 할머니 집은 포구 가까이 있어 창문을 열면 파도가 안방까지 몰려 올 것 같았다. 할머니 집은 우리 짐을 다 들여 놓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그래서 곳간에 있는 짐을 들어내고 정리를 했다. 그 때 할머니가 물질할 때 사용하던 테왁 망사리도 마당으로 꺼내 놓았다.
“어멈아, 그, 그건 그냥 두어라.”
할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두었다가 뭐하시게요. 이젠 필요도 없는데.”
“그걸 버리려거든 나도 같이 버려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진주는 불쑥 한 마디 하게 된다.
“엄마, 이거 내가 나중에 사용할 거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한말이 두 분의 표정은 희비가 엇갈렸다.
엄마의 표정은 마치 얼음 화살 같았고, 할머니의 눈빛은 따듯한 양지 바른 곳에서 고양이가 졸 정도로 따뜻해 보였다.
학교 기념일이라 쉬는 날 집에는 할머니와 진주만 남게 되었다.
“네가 해녀가 되겠다고?”

그 때 할머니가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웃으시는 걸 보았다.
진주는 그러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해녀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자 할머니는 해녀에 대한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당시에는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 해녀가 되었지만, 그 해녀가 되는 것도 어떤 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가 넓다고 해서 아무 곳이나 물질을 할 수 없으며. 상군 해녀들은 해녀 일을 처음 배우는 아기 잠녀들을 위해서 얕은 물은 남겨둔다. 할망바당 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아무리 해물이 많아도 상군 해녀들은 그곳에서 해산물을 잡지 않는다. 그곳은 아기 잠녀들을 위해 남겨두는 곳이다. 해녀 일을 처음 배우는 아기 잠녀들의 연습장인 셈이다. 그리고 아기 잠녀들이나 다른 해녀들이 해물을 잡지 못했으면 상군 해녀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잡은 것을 하나씩 망사리에 넣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할머니. 상군 해녀가 되려면 맘씨도 고아야 할 것 같아요.”
“암암!”
해녀들이 물에서 나오면 불턱이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요즈음 말로 탈의실 같은 곳이며, 그 곳에 불을 피워두고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둘러 앉아 그날 있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아기 잠녀들한테 기술도 가르치는 곳이다.
해녀의 세계도 위계질서가 있으며 마음이 따뜻해야 해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욕심을 부리고 물질을 가면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란다.
할머니 이야기를 다들은 진주는 해녀가 꼭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다리를 다쳐 물질을 할 수 없는 해녀할머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 같이 허전해 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손녀 진주는 해녀가 되겠다고 불쑥 한 말이지만, 할머니의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의 해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으며, 뒤를 이을 잠녀가 생기지 않아 영영 해녀가 사라지지나 않을까 안타까워하는 할머니를 보고 진주는 다시 한 번 할머니의 뒤를 이을 해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엄마는 진주가 해녀가 되겠다고 해서 갈등을 겪지만, 엄마는 진주의 굳은 결심에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그 속에는 사라져 가는 박물관을 진주가 이어가리라는 믿음의 미소가 들어있었다. 나는 진주가 해녀가 되어 할머니 뒤를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겉은 거친 파도가 이는 바다 일지라도 평온한 바다 속 같은 이야기책이다.
<할머니의 테왁>에는 7편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일곱 가지 이야기는 모두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는 작가의 세심함과 예사롭지 않는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작가 자신만의 특유의 문체로 깔끔하게 풀어내었다.
<쇠돌이와 서판관>은 제주도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같은 것이다. 마을마다 한두 가지씩 전해 내려오는 설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설화를 동화로 탄생되기는 사실 어렵다. 그 어려운 작업을 김정배 작가가 해낸 셈이다. <쇠돌이와 서판관> 설화는 제주의 유명한 뱀 동굴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동화로 풀어냈다. <릴레이 공부>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친구의 공부를 돕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요즈음 서로 경쟁하는 살벌한 교실 분위기를 따스한 우정으로 엮었다.
<꽃길>은 폐지를 주우며 살면서도 남을 도우며 사는 따뜻한 이야기, <아기별 들레>, <은지의 특별한 여름방학> 이야기는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 방학 때면 늘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한 달을 꼬박 놀다 오는 우리아이들 생각이 나서 미소를 짓게 했다. <검정 꼬리 강아지 별> 일곱 편의 작품은 주옥같은 이야기다. 내 뜰에 와서 아무나 쉬어가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한편 한편에 담겨져 있다. 멀리서 날아오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는 책이다. 읽고 가슴 따뜻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아름다운 이야기꾼 김정배 작가를 품고 있는 제주는 늘 따스한 남서풍이 불어올 것 같은 예감이다. 책 뒤편 부록에는 제주 말로 쓴 <할머니의 테왁>이 실려 있다.

신문발행일: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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