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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 (네번째)
1978년 11월

열흘쯤 지나서 인터뷰한 회사의 HR manager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로 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징조야? 나쁜건 아닌 것 같은데……”
오후에 잠간 시간을 내서 인터뷰한 회사로 갔다. HR manager가 반갑게 맞아주엇다.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잘 지냈습니다” 권하는 자리에 앉자. HR manager가 입을 열었다.
“본론부터 이야기 하지요”
“……”
“당신만 좋다고 하시면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가슴이 쿵쿵 뒤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인터뷰를 했는데, 나로 낙착이 됐단 말야?’
‘내가 이 정도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머리 속에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Manager는 설합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직책은 무엇이고, 몇 시간을 일하며, Benefit은 무엇이고… 마지막에 제일 중요한 급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순간 내 머리는 재빨리 현재 받는 급료와 비교해 보았다. 현재 받는 급료보다 20%가 높은 급료였다!
‘이 정도면 괜찮네!’
설명을 모두 끝낸 manager는 서류를 모두 거두어서 봉투 속에 넣고 offer를 꺼내 들었다.
“어진씨, 이건 offer용지입니다. 생각해 보시고, 가능하면 일 주일 안에 sign를 하셔서 저에게 주십시요.”
‘아~! 내가 다른 직장을 잡았단 말이지! 그것도 미국 굴지의 회사에…… 월급도 20%나 더 주는 곳으로’

아내에게 간단히 결과만 알려주고, 오후 내내 시계만 들여다 보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빨리 집에 가서 아내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을 끝내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아파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의 손을 잡았다.
“여보, 당신 걱정 많이 했는 데 이젠 됐어!”
“여보, 난 당신이 인정을 받았다는게 더 좋아!”
우린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할 말을 잊었다. 아내의 품에 안겨있던 아들은 엄마 아빠가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아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황박사한테 이야기하지?’
돌이켜 보면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카나다에서 처음으로 공부한 것과 관계되는 좋은 직장을 제공해 준 곳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더욱이 황박사는 친동생처럼 나를 가르쳐 주었는데……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 나를 믿었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이 좋은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 마음을 다부지게 먹었다. 그리고 황박사에게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
‘어짜피 해야 할 일은 빨리할수록 좋지!’

“황박사님, 할 이야기가 있는데요.”
내 얼굴이 좀 굳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황박사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 사실은… 저~ job offer를 받았는데요…”
“……” 황박사는 약간 멍~한 표정이었다. 설마 내가 직장을 바꾸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았다.
“ㅇㅇㅇ회사에서 offer를 받았습니다.”
“… 그래~?”
“다음주 월요일까지 대답해 주어야 합니다.”
“ㅇㅇㅇ화사면 좋은 회사지! 잘 됐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당황하며 섭섭해 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황박사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ㅇㅇㅇ회사로 갈려고 합니다.”
“……” 황박사는 잠간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어진아, 내가 그 offer를 좀 볼 수 있을까?”
“그럼요.” 황박사는 offer를 읽어 보더니
“아주 좋은 조건이군! 축하해!” 황박사는 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약간 심각했다.
“감사합니다”
“어진아, ㅇㅇㅇ회사에 대답하는 거 좀 기다려 줄래?”
“……”
“내가 Director와 한번 이야기해 볼께.”
“……”
‘일이 복잡해 지는 것 같네!’ 난 그냥 그만둔다고 하고 서류에다 sign만 하면 간단히 끝날줄 알았는데……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황박사가 나를 불렀다.
“어진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
“ㅇㅇㅇ회사 좋은 회사지! 앞으로 전망도 좋고…”
“……”
“어진아, 내가 Director하고 이야기했어.”
“……”
“자네, 우리 회사에서 ㅇㅇㅇ회사가 offer한 보수보다 18%를 더 준다면, 그냥 이곳에 머물겠나?”
“네~?!”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얼떨떨해졌다.
“회사에서 자네에게 Counter offer를 내는거야. 그 쪽에서 약속한 보수보다 18%를 더 준다고 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아주 파격적일세.”
“……”
“이것은 자네의 능력을 그만큼 인정해 준다는 것이네. 어떻게 하겠나?”
“…… 황박사님, 하루만 시간을 주십시요.”

사람팔자 시간 문제라더니…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직장이 없어서 누렇게 떴던 놈이, 이젠 두 연구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니……
‘어진아, 너 정말 많~이 컸다.’
아내와 상의을 했다. 회사에서 내게 준 Counter offer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회사에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ㅇㅇㅇ회사 HR manager에게 전화를 했다.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죄송하지만 주신 offer를 받아드리지 못 하겠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회사에서 저를 놓아 주지 않습니다.”
“그거야 어진씨에게 달려있는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냥 회사에 남아 있기로 했습니다.” Manager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어진씨, 참 안 됐군요. 저의 회사에서 함께 일하길 바랬는데……”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쟁쟁한 회사에서 들어 온 offer를 거절하다니……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

황박사를 찾아갔다.
“그래, 어떻게 결정했나?”
“황박사님, 회사에 남아 있겠습니다.”
“잘 했네! 잘 했어! 그리고 고맙네!”
황박사의 통통한 두 손이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둥그런 황박사의 얼굴위로 D박사의 얼굴이 겹쳐졌다.



꼬리 글: 애초에 두 회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려고 한 것은 아니였는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고, 나는 졸지에 40%의 급료가 올라가는 행운(?)을 얻었다.

카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주위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불평을 털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로 부터 불평 불만자라는 낙인만 찍힐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불만이 있으면 누구에게 털어 놓을 것이냐? 누가 내 불만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를 정확하게 판단한 다음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찾아가 똑부러지게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아무 소리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게 여러모로 유익하다. 도무지 벨(?)이 꼬여서 못 참겠으면 직장을 바꾸는 수 밖에 없다. 이때도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열심히 일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직장을 바꿀 때는 전에 일하던 곳에 Reference를 check 하게 되는데 이 Reference라는 것이 생각보다 휠씬 중요하다. 어디에서 일을 하던지 항상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렇다고 윗 사람에게 아양 (Kissing ass)을 떨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끔 직장에서 지나치게 상사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어떤 때는 처량해 보이기 조차 한다.

많은 사람들이 카나다에서 살면서 인종차별 이야기를 하며 열을 올린다. 인종차별은 어디에나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인종차별을 하는지. 중요한 것은 우리들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하지 말아야하겠고, 우리들의 말과 행동이 인종차별 받지 않게끔 반듯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카나다에서 살면서 32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다투기도 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도 했다.
Project가 성공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얻은 것은
“어디서나 사람의 진심은 통한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 인정을 받게 돼있다!”
“성실한 삶의 태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라는 것이었다.

기사 등록일: 200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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