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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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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꼭 헤어진 여동생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가지고 있던 연준은 규원이 여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이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DNA 검사 대조만 몇 번을 하면서 항상 아니라도 실망 말자… 실망 말자를 그렇게 되 뇌이었건만 매번 그 폐부를 찌르는 듯한 실망감과 아픔은 피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혼자 목숨을 끊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규원을 보니 더욱 더 안타까웠다.

왜 한국인들은 이렇게 무책임한 걸까? 왜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아 해외로 버려 버리는 걸까? 왜 나는 이런 나라의 핏줄을 이어 받아 태어난 걸까? 연준은 항상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해 버리고 잊어 버리고 싶은 무책임한 한국인 부모와 한국이라는 나라는 새로 배운 한국 단어 “애증”이라는 어렵고도 이해하기 힘든 감정 때문인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지금 자신이 한국땅에서 동생과 부모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연준이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 잠겨 목욕탕 문을 여는데 문을 열자마자 싸가지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 몬양 쪼르르 반색을 하며 문 앞까지 달려와 연준을 맞는다.

“어이구~~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얼마나 기다렸지 알어?”

이것이 바로 싸가지의 일명 흑백 처세술이다. 기관총을 갈기다 안 되면 바로 꼬랑지를 확 내리는 것…

“이리 와… 내가 비린내 자네 줄라고 술상 봐 놨어…”

연준은 마음이 무거워 달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싸가지가 술을 사 놓았다니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줬다. 염씨 이발소 옆 평상 위에 차려진 술 상… 근데… 말이 술 상이지 맥주 한 병에 쥐포 한 마리가 전부…

“앉아… 앉아… 내 술 잔 한 잔 받고…. 응?”

술 잔을 받아 든 연준이 바로 마시지 않고 다시 내려 놓는다. 그러자 급해진 건 싸가지다.

“왜 그래? 한 잔 쭉 햐~~ 월매나 심신이 고단 하시것어?”

하지만 연준은 대답 대신 이발소 카운터 정리를 하고 있던 염씨를 불러 세웠다.

“염씨 아저씨도 이리 오세요!”

그러자 염씨가 화들짝 반색한다.

“진짜?”

그러나 이내 시린 앞니로 오랜만에 본 광어회 처먹다가 쇠 젓가락 씹은 것처럼 찌르릇~ 싸가지의 차가운 시선에 찌그러진다.

“아니.. 당장 합당 한 다는 것도 아니고….다음 선거 때… ”

“이리 오세요…괜찮아요… 어이구… 이거 술이 모자라겠는데요?”

싸가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절망스런 몸부림을 버들~ 떨어댔다.
사실 10년 동네 왕소금 타이틀 보유자 싸가지가 힘없이 이 젖비린내 나는 젊은 친구에게 무너져 내리자 동네에선 그야말로 허리케인 같은 뒷담화 잔치가 벌어 졌었다.

저리 쉽게 자빠질 거 왜 동네 사람들에게는 10년 넘게 지랄 쳤냐는 둥, 상대를 너무 과대 평가 한 동네 원로들의 잘 못이라는 자성론까지 그 만큼 싸가지의 패배는 커다란 이슈 덩어리였다.

하지만 싸가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먹고 사는 게 더 문제다. 이 어린 놈을 어찌 어찌 해야 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싸가지 앞에 맥주 다섯 병과 빈 쥐포 접시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허걱… 근데 연거푸 술 잔을 휘두르는 건 염씨 하나고 젖비린내 연준은 여전히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저 쳐다 만 보고 있었다. 다급해 진 건 바로 싸가지…

“염씨~ 건강도 안 좋은디 뭔 술을 그리 조져~~”

“건강? 뭔 소리여 시방?
이 나이에도 마누라가 슬슬 피하는 구만 시방…”

속도 모르고 벙글거리는 염씨… 이거 그냥 죽통을 그저 한 방 갈겨 말어… 싸가지가 갈등 때리고 있었는데….

“못 생긴 아저씨~”

뭐? 이 시키가 아직도?

“이누무 시키….가”

했다가 이미 꼬랑지 내린 자신의 뒷궁뎅이가 보여 끙끙거린다.

“가….. 아니라… 어 그려… 그려.. 말 해 봐… 응?”

“나 말이야…. 사실 누굴 찾고 있어”

“누구?”

싸가지는 댓구는 연준에게 하면서 연신 염씨에게 맥주 그만 처먹으라고 손짓 발짓 지랄을 친다. 그러나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놓칠 소냐? 염씨는 자신이 대신 치뤄 줬던 병원비 값 계산이라도 하는 듯 연거푸 맥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부모님”

연준은 말을 마친 후 유심히 싸가지의 낯빛을 살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반은 염씨에게 신경 쓰며 건성으로 듣고 있다.

“부모님?”

“응… 나 낳아 준 부모가 나를 버려서,
내 팽개쳐서 해외로 입양 되었었거든…”

여전히 연준은 노려보듯 싸가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제서야 싸가지가 연준에게 온전히 관심을 옮겨 왔다.

“저런… “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

“뭘?”

“책임지지도 못 할 아이를 낳아 해외로 버려 버리는 거…
그런 부모들…”

그 이야기를 하며 싸가지를 쳐다 보는 연준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싸가지는 눈치를 못 채고…

싸가지가 염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휴~~ 잔 좀 줘 봐~~”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맥주잔의 맥주를 탈탈 털어 부어 훌쩍 마셔 버린다.

“카~~ 그려.. 섭섭 허것제…
그렇지만 서도 말이여… 자석 버린 부모도….
무슨 사정이 있었것제….”

“무슨 사정? 세상에 그 어떤 사정이 자식 보다 급한 게 있다는 거야?
뭐가 그리 급해서? 뭐가 급해서 자식을 버렸다는 거냐고?”

연준은 마치 싸가지가 그런 것처럼 몰아 부쳤다.

“아니… 내가 그랬냐? 왜 나 헌티 지랄이여?”

“자기들은… 무책임하게 아이 낳아 놓고 입양 서류 싸인 하고 도망가 버리고…
그리곤 다 잊어 버리고 맘 편하게 살겠지… 잘 사는 나라로 입양 보냈으니…
여기 보다 행복하게 잘 살겠지.. 그래 잘 한 거다…
그래 최선을 다 한 거다~~”

어느덧 연준의 목소리는 발악하고 있다.

“그런데 그거 알아?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엄마라는 사람이…
자라면서… 나랑 눈동자 색깔이 달라… 피부 색깔이 달라…
머리 색깔이 다른 거… 그럼 난 뭐야… 난 뭐냐고~~~~”

싸가지는 마치 자신에게 원망과 서러움을 퍼 붓고 있는 듯한 이 청년이 갑자기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역 만리 타국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자신에게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을까?

“불쌍한 것… 얼마나 고생 했으면… “

자신도 모르게 연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올리려다 머쓱한 마음에 손을 내렸지만 짠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거렸다.

“그래도 말이여… 부모님 너무 원망 말어…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휴~~ 염씨… 맥주 하나 더 가져와~~”

맥주 가져오란 말에 놀란 염씨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싸가지는 옛날 생각에 다시 찔끔거린다.

“나도 말이여… 사실은 말이여… 젊었을 때 아들 하나를
잃어 버렸는데… 그 눔 생각만 하면 시방도… 그냥… “

싸가지는 끝내 훌쩍 훌쩍 눈물을 훔쳐냈다. 그 모습에 놀란 건 오히려 연준이었다.

“다 내 잘 못이여… 내가 병신 같아서…
내가 등신 같아서 그렇게 된 거구먼…”

“남 일 같지 않아서 하는 소리여…. 너무 부모님 원망 하지 말어…
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었겠지… 자석을 그냥 내다 버릴 부모가
세상 어디 있간디…”

“그래서?

“응”

“그래서… 나한테 뭐 할 얘기 없어?”

“어? 그.. 그래 생각 났다… 사실 말이여…
내가 이 술자리를 마련 한 것은 말이여… 가격표도 그렇고…
이자 좀 서로 친하게 진해 보는 게 우짜쓰까… 시퍼서 말이여..”

싸가지의 엉뚱한 대답에 실망해서인지 연준은 두 눈썹에 쌍심지를 잠시 켜더니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어 벌컥 벌컥 마셔 버린다. 힘차게, 당차게 마셔 버린 것과는 달리… 잠시 후 맥없이 평상 위로 쓰러져 버리는 연준… 그 위로 놀라는 싸가지와 이발소 염씨의 얼굴이 보인다.


기사 등록일: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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