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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 Talk) 노(老) 기자의 도전
 
60대 이상 고령층 임금 근로 일자리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대 이하 일자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얘기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0대 이상 일자리가 1년 전보다 28만개 늘어난 337만5000개로 집계됐는데 20대 일자리는 오히려 3만여개 줄어 322만3000개였다. 전체 임금 근로자도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20대 이하의 15.8%보다 높았다.
노동력의 질을 놓고 볼 때 당연히 20대가 60대보다 월등하겠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일자리 고령화는 저출산 고령화와 추세가 마주친다. 한국의 인구 수로 볼 때 60대가 20대보다 119만명이 더 많다. 청년들이 일할 만한 자동차 전자통신 또는 기계분야 등의 양질의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출생률이 가장 높았던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즉 1955~1963년생들이 은퇴를 하고 난 뒤 제2의 직업을 시작하는 추세다. 한국은 60대 이상 창업(부동산 제외)이 지난해 12만9000천개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고 한다. 6년 전에 비해 무려 76%나 늘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금 60대는 노인의 기준을 69.4세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60대는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0대가 자신의 직업과 전혀 상관없는 시니어 모델이나 시니어 배우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케이스는 자주 접하는 뉴스다.
캐나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사는 토론토에는 노인회나 여성회 또는 언론사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문화교실들이 많다. 그곳에서도 많은 노인들이 눈에 띈다. 물론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생활과 밀접한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려고 방문한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취미를 갖고자 온 사람 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꽤 있다.
60대의 도전은 50대 이전과는 다르다. 생계와 관련된 직업에서 자유로워지는 나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60대도 있겠지만 은퇴를 거부하는 60대도 많다. 적당한 일은 건강에도 좋다.
필자 주변에도 은퇴하고 부부가 매일 골프만 치는 지인들이 꽤 많은데 골프가 재밌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은 곧 권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어느 나이든 상관없다. 평생 돈을 버느라 남들 다 하는 골프를 한번도 못하고 있다가 이제 시작하는 60대도 있고 음악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어느 70대는 갑자기 섹스폰을 배우겠다고 문화교실을 노크하기도 한다.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다. 생명력이 있으며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한다.
필자의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정확히 여기서 시작됐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하지만 한번쯤은 하고 싶었던 새로운 일을 찾았다. 버킷 리스트(소망 목록)라고 말할 만큼 거창한 의미의 도전은 아니지만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에 찬물을 끼얹는 ‘일탈’을 ‘도전’이라고 포장하며 삶의 동력을 주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새로운 일 앞에서 필자는 문외한이고 비기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면 모를까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 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며칠의 고민 끝에 페인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많은 유튜브가 나와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지만 실제 페인트를 칠할 곳은 스스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다행히 리노베이션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부탁을 했다. 그 친구에게 필자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진지하게 말했다. 그 친구를 고용하고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부터 건축일을 했던 베테랑이었다. 친구는 필자를 그 친구에게 소개했다.
그 고용주와 처음 만난 날, 그는 필자에게 “페인트 해보셨나요?”, “평생 한번도 안해봤어요?”, “정말 한번도요?”라고 물었다. 미심쩍은 지 같은 질문을 여러번 반복했다. 아예 이렇게도 말했다. “초보를 쓰면 사고의 위험도 있고 작업속도도 늦다. 좀 해 본 사람을 써야 예정된 시간에 일을 끝내고 그래야 다음 작업을 스케줄대로 진행할 수 있다.”
맞는 얘기였다. 속으로 내가 사장이어도 나같은 사람은 안쓰겠다 싶었다. 시작하기조차 힘들겠구나 싶어 포기하고 있는데 고용주가 느닷없이 “그럼 한번…”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초 계획은 기본적인 건축일을 조금씩 배워가며 페인트를 전문으로 하고 싶었지만 공사일이라는 것이 어디 입맛대로 굴러가겠는가. 지하에 방을 꾸미거나 집과 차고에 새로 문을 내고 계단을 만들거나 한쪽 면의 문을 뜯어 다른 쪽으로 옮겨 새 문을 다는 일들을 하면서 나무를 재단해 잘라 세우고 드라이월을 붙이고 드릴과 톱질을 했다. 페인트 작업은 이런 모든 일들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마직막 일이었다.
시작한 김에 끝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이었지만 지금 필자의 나이에 그 정도의 건축작업은 무리였다. 며칠을 현장에서 일하다가 나중에 페인트 작업만 따로 나오면 불러주겠다는 언질을 받고 일단 도전을 멈췄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먹물’에게 옷이 더러워질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겠는가. 먼지와 페인트가 범벅이 된 상의와 무릎이 다 헤진 청바지를 입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의 몰골이 아내에게 어떻게 보일 지 몰라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사실 기분이 좋아서 짓는 자연스런 얼굴이었다. 젊어서 군대 훈련 시절을 제외하고 한번도 근육을 이렇게까지 써본 일이 없는데도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팽팽하게 터질 듯 긴장을 주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 한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기에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서 니나가 했던 말이다.
필자는 또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 누구나 추는 춤조차 좀처럼 따라하지 못하는 타고난 몸치인 필자는 ‘셔플댄스’를 한번 도전해보려 한다. 그리고 또다른 새로움을 갈구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액티브 시니어가 요즘 트랜드다. 그 도전에 위험이 따르기에 생의 순간순간은 긴장된 근육 세포처럼 터질 듯 팽팽해질 것이 분명하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이 될 것이다. (안영민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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