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오르기 힘든 나무(16번째): 새로운 도전 2005-9-20
 
1986년 6월

함께 일하는 중간 Boss인 Luis가 좀 보자는 전갈이 왔다. Luis의 방에 들어서니, 책상위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반갑게 맞았다.
“어진아, 좀 앉아”
“고맙습니다. 무슨 일…?”
“…… 나~ 한달 후에 여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요~? 새 직장을 잡으셨나요?”
“어~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어”
“…….”
“University of Southern Florida에서 화공학을 강의하기로 결정됐어”
“……”
“7월에 그쪽으로 부임하기로 했어”
“잘 됐군요”
“함께 더 일하고 싶었는데…..”

Luis는 멕시코에서 태어나서 대학까지는 그곳에서 다녔다. 그리고 McMaster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끝낸 화공학 박사였다. 회사에서는 실험을 하는 것 보다 요상한(?) 화학 공식을 가지고 씨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더니 결국은 대학에 Associate Professor(부교수)로 간다고 했다. 또 Luis는 스페인어를 하니까 , Florida가 안성맟춤이었다. Luis에게는 잘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상하게도 몇년 사이에 함께 일하던 Boss들이 줄줄이 내 곁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와 함께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일터가 천당이 될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었다. 먼저 있던 회사에서도 Boss들이 떠나는 바람에 새 직장으로 옮겼는데, 새 직장에서도 또 Boss를 잃게 되었다.
‘거~ 참~ 인생 고달파지네! 좀 살만했더니……’
Luis는 Florida로 갈 준비에 바빴고, 우리가 해오던 일은 거의 끝날 단계에 있었다.
‘Luis가 떠나면, 난 어떻게 될려나……’

Luis는 떠났고, 난 선임자인 John과 함께 일하게 됐다. 회사에는 Chemical Engineer들이 많이 있었다. Engineer들이 만든 화학 물질은 누군가가 분석을 해 주어야 했는데, 우리 Department에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Department에 보내서 분석을 부탁해야만 했다. 일에는 단계가 있어서 분석 결과가 나와야 , 그 결과를 보고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돼 있었다. 그리고 최종 단계에 가면 정말 원하는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을 할려면 정확한 분석은 빼놓을 없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Sample을 보내면 빨리 분석을 해서 보내 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무척 걸렸다. 분석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손을 놓고 기다려야 했다.
어느 날 Meeting에서 Director가 터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진도가 안나가?”
“저희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뭐야?”
“아직 분석 결과를 못 받았습니다”
“뭐야~? 아니 Sample을 보낸지가 언젠데~?”
“그 쪽에서 자기네 일이 바쁜 모양입니다”
“독촉해 봤어?”
“그럼요……”
중간 Boss는 입장이 난처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분석 결과가 없으면 옴짝 달싹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써야 되겠군!” Director의 얼굴이 붉어졌다.

두주 후에 Director가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어진아, 앉아”
“……”
“자네 먼저 회사에 있을 때, 분석을 해 봤다면서?”
“네……”
“자네 실험하는거 그만두고 분석을 해보면 어때?”
“……”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자체 내에서 분석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어!”

Director는 다른 Director들과 상의해서 자체 내에 Quality Control을 하는 부서를 두기로 결정했단다. 새로 신문에 광고를 내고 사람을 찾기 전에 자체 내에서 인력을 조달할려고 생각하던 중에 내 경력에 화학분석을 한 것을 발견하고 내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나는 고분자 화학물질 분석에는 준도사(?)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나혼자 습득해서 혼자만의 비밀 무기(?)도 가지고 있었다.

“어진아, 어때? 사람을 뽑는 것도 번거로운데, 네가 맡아서 해보면 어때?”
“글쎄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자네한테만 이야기하는 건데, John도 미국에 있는 본사 연구소로 발령났어”
“그래요?”
‘어떻게 될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떠나는거야? 거~ 참 이해 못하겠네!’
“그러니까 John하고 지금하고 있는 일은 대강 마무리하고 분석쪽을 맡아서 해보는게 어때?”
‘가만있자~ 분석을 하는게 아니고, 분석쪽을 맡으라고? 요거이 무슨 소리야!?’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Director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날더러 Quality Control Laboratory를 새로 만들어서 Build up하라는 이야기었다. 두명의 인원을 보충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같은 과에서 충원해 주고, 다른 사람은 새로 고용을 해 줄테니, 우선 셋이서 시작해 보라고 했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나에게는 아주 파격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뭘 보고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일까?’
기쁘기도 했고 응근히 걱정도 되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사실은 남의 밑에서 일하는게 제일 속이 편했다. 책임이 없으니까! 그냥 시키는 일을 잘 하기만 하면 뱃속 편했고, 문제가 생기면 윗 사람이 책임을 지니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이제 부터는 내가 책임을 짊어져야 할 입장이 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신문에 구인광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함께 일할 J라는사람을 같은 과에서 충원을 해주었는데, 그 사람이 문제였다! J라는 여자는 내가 먼저 일하던 회사에 있을 때, 선임자로 모시고(?) 있던 사람이었다. 현재 회사에는 나보다 1년 후에 입사를 했지만, 나이도 나보다 위였고, 일한 경력도 나보다 많았고, 토박이 카나다 사람이었다. J의 입장에서는 아주 부당한 인사였다. 이민자에다, Asian에다가, 영어도 제대로 안되는 사람에다가, 먼저 회에서는 까만 후임자였던 사람을 Boss(?)로 모셔야(?)한다니…… J의 입장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어쩌랴! 회사의결정인 것을! 미국계 회사의 특징이었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되면, 짬밥 그릇의 숫자나, 가방끈의 길이에 상관없이 일을 진행시켰다. 싫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식이었다. 주의에서도 수근거리는 같았고, J도 애써 표시는 안했지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참~ 묘했다. 내가 먼저 회사에 있을 때, 누가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으랴!

커다란 실험실을 Quality Control Laboratory로 배정을 받고, 회사에 있는 분석 기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내 능력을 인정해 준 것인데… 여기서 삐끗하면 끝이다!’
‘회사에서는 내게 Betting를 한 것인데… 어떻게 해서라도 회사를 실망시켜서는 안돼!’
‘까불지 말고 겸손해야 해!’
J에게는 지난 날 선임자를 대하듯 깍듯이 대접했다.

카나다에서 여지껏은 남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했는데, 이제 부터는 내가 지시를 내려야 했고, 결정을 내려야 했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하나님, 힘주십시요! 열심을 주십시요! 지혜를 주십시요! 그리고 도와 주십시요!”
어깨가 묵직해져 왔다!



기사 등록일: 2023-07-14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해외근로자, 내년부터 고용주 바..
댓글 달린 뉴스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오일러스 플레이오프 진출에 비즈.. +1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돈에 관한 원칙들: 보험 _ 박.. +1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