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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18번째): 인정받기 2005-10-6
 
1987년 2월

아침에 출근을 하니 전화기 위에 Big Boss인 Paul이 메모지를 붙여 놓았다.
“어진아, 출근하는 대로 내 방으로 좀 와라”
Paul은 뭔가 일이 안 풀리면 아침 일찍 출근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풀릴 때까지 퇴근 안하기로 유명했다.
‘웬 일이야? 아침부터……’

Paul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Paul은 내가 온줄도 모르고 뭔가 골똘이 생각하고 있었다.
“Good morning, Paul”
“Hi Aginie, how are you?”
“Fine! 무슨 일로 절……”
“우선 앉게”
“……”
“어제 내가 미국에 갔다 왔자나?”
“네~ 알고 있습니다. Meeting은 잘 끝났습니까?”
“문제가 생겼어……”
‘이~쿠! 문제가 생겼는데, 나를 부른 걸 보면 내 일과 관계되는 일이네!’
“자네가 한 분석 결과와 미국에서 한 분석 결과가 서로 틀리는거야!”
“……”
“어떤 분석 결과를 써야할지 모두 고민이란 말야”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내가 Analytical Lab를 만들고 부터 슬슬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종종 같은 Sample를 다른 실험실에서 동시에 분석을 할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 실험실의 분석 결과와 같은 건물안에 있는 실험실(우리가 Sample을 보내서 분석을 부탁하던 곳)에서 한 분석 결과가 서로 틀렸다. 분석 결과가 틀리게 나오면 둘중에 하나는 틀리게 마련이었다. 두개가 다 맞을 수가 없었다. 물론 분석 기계가 다르고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들이 다르니까,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가 있지만 오차의 범위를 넘어서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신경이 곤두서게 되어있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자연이 나는 수세에 몰리곤 했다. 다른 사람들은 오래 분석을 해 온 사람들이었고 나는 회사측에서 보면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회사 사람들은 옛날 System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니까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미꾸라지 하나가 들어와서 물을 흐리자나?!’하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곤 했다. 게다가 질시의 시선까지 겹쳐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올 때 다른 실험실에서 나온 분석 결과를 가지고 다음 단계를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할려면 뭔가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우리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를 대입시키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고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주위의 사람들은 우리의 분석 결과를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만약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응근이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분석 방법에 뭔가 특별한 게 있는지 넌지시 물어 보기도 했다.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이 나에게는 학교에서 배워주지 않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럴즈음에 이번엔 우리의 분석 결과와 미국의 분석 결과가 틀리게 나온 것이었다. Paul은 Meeting에서 나를 두둔한 것 같았다. 누구나 제 자식이 귀하듯, 회사에서는 자기 부하 직원을 두둔하게 마련이었다. Paul이 나의 분석 결과를 두둔하고 나오자, 미국측에서는 벌떼(?)처럼 일어나서 Paul에게 도끼질(?)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런 분석을 10년 이상해 왔다”
“어진이라는 사람의 실력을 우린 믿을 수가 없다”
“우린 우리 쪽의 분석 결과를 쓸 것이다”
“어진이더러 다시 분석하라고 해라”등등

Paul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개 말했다.
“어진아, 요즘 네가 많이 바쁜줄 안다”
“……”
“미안하지만 이것들을 다시 한번 분석해 줄래?”
“네~ 알겠습니다”
“난 너를 믿는다! 네 분석 결과가 맞을거야! You’ve already proved it!!!”
Paul은 내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나를 믿고 인정해 주는 Paul이 고마웠다.

처음 부터 다시 분석을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분석 결과를 가지고 Paul에게 갔다.
“분석 결과가 전과 동일합니다”
“……”
“사실 두번 분석을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전과 똑 같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
“자네 분석 결과를 사용하면 모든 게 이해되고 정리가 되는데, 미국쪽의 분석 결과를 사용하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
“이걸 봐! 네 분석 결과를 사용하니까, 모든게 술~술 풀리자나?!”
Paul은 하나 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Paul은 나더러 다시 분석하라고 해 놓고서는 이미 내 분석 결과를 이용해서 모든 것을 풀어 놓고 있었다! 기뻤다! 그리고 고마웠다!
“어진아, 수고했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
“고맙긴요!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Paul은 그 큰 손으로 내 손을 꽈~악 잡고 흔들고 있었다.



꼬리글: Paul은 일주일 후에 다시 미국에 가서 Meeting을 했다. Paul은 우리가 해 준 분석 결과를 사용해서 문제를 풀었고, 다음 계획을 논리정연하게 Presentation해서 Meeting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단다. 나중에 듣은 이야기지만, Paul은 미국쪽 사람들을 묵~사발(?)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덕에 나의 비장의 무기를 공개해야만 했다. 두 실험실에 초청 강사로 불려가서 나의 비장의 무기를 설명해 주었고, 그 후로는 다른 실험실들도 모두 똑같이 나의 방법을 써서 분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혹시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면 최종적으로 우리의 결과를 기다렸다가 우리의 분석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진행시켰다.

그 덕에 나는 더욱 더 신경을 써서 분석을 해야만 했다. 사람이 뜨게 되면 항상 적(?)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나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Paul의 체면을 구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세번 네번 같은 분석을 반복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받은 인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힘내자: 어진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어제는 사과따러 갔다왔는데 넘 좋았어요.. 이민와서 젤 좋은것중 하나가 교회를 다니는거예요.. 오늘까지 흐뭇하네요.. 이러다가 무슨일을 맡계되면 부담스럽고 그러면서요..
얼마전 결혼식 때문에 한국 갔다왔어요.. 서울은 참 복잡하더라구요.. 고추가루를 있어서 조금 나누고 싶은데.. 별거아니라 쑥스럽기도 하고.. 주소 좀 알려주시겠어요..

어진님은 아이들에게도 자상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하시는 일에 카리스마까지.. 참.. 너무 완벽하신거 아니예요..

어진이: 힘내자님, 안녕하셨어요?
감사절을 잘 보내신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한국에 가셔서 귀하신 분들 모두 만나보셔서 좋으셨겠어요.

얼굴이 빨개질려고 하네요.
웬~그런 극찬을……
제가 그랬지요? 너무 그렇게 상상하시면 실망하실거라구요.

안 그려셔도 되요.
제게 이멜 주시겠어요?
aginie@hotmail.com

삶의 많은 결실을 맺는 가을이되길 빕니다.

혜나: 와아~,자랑스러워요. 역시 준비된 자를 이길 사람은 없네요. 그게 이민자들의 성공의 길이기도 하겠지요?!

어진이: 얼굴이 뜨뜻...... 고마워요. 혜나님, 모두 평안하시지요?

민식: 어진이님의 글을 통해 항상 많은걸 배우고 깨닫고 심기일전하고 있습니다. 화이팅!

어진이: 토론토는 단풍이 한창입니다. 모두 건강하시지요? Anne님도... 안부 전해 주세요.


기사 등록일: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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