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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1번째): 도약(?) 2005-11-11
 
1992년 6월

아이들이 커가니까, 상대적으로 집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감사해 하면서 조용히 잘 살던 순진이가 다시 들먹이기 시작했다.
“… 여보, 우리 이사 갈까?”
“무슨 소리야~?”
“아이들이 커가는데…”
“이제 겨우 Mortgage를 다 갚고 숨을 돌릴만 한데…”
“언젠가는 한번 바꿀꺼자나요”
“여보, 그냥 편하게 살자”
“요집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살순없자나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네!”
“……”
“이 집을 사고 밤잠을 설칠 땐 언젠데?”
“… 이 집은 작아요…”
“누가 그걸 몰라? 앞으로 아이들이 크면 돈쓸 일이 더 많아질 텐데…”
“내가 일할께. 이젠 애들도 다 컸자나요?”

순진이는 유난히 집에 욕심이 많았다. 순진이는 욕심이 아니고 우리 가족에 맞는 집을 원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이 집으로도 충분했다. 방이 작기는 하지만 네개니까, 아이들에게도 방을 하나씩 줄 수 있었고, 또 지하실을 꾸며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아주 좋은 공간이 있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Semi-detached이기 때문에 옆집이 좀 신경쓰인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P가 Dryer(세탁건조기)가 안된다고 해서 그의 지하실에 갔다. P는 종종 뭔가 고장이 나면 나를 불렀다. P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하나 데리고 부부가 조용히 사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우리는 사내녀석 셋이 시도때도 없이 뛰었고, 피아노를 쳤다. 또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니까 음악을 크게 틀어 놓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Semi-detached에 살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P는 Security guard를 하는데 Shift work를 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했다. 나도 이민 초기에 병원에서 일할 때 Mid-night shift 근무를 하고 집에 와서 잘려고 하는데 소음이 들리면 잠은 잘 수 없고, 신경은 점점 예민해지고 미칠 지경이 되는 때가 있었다. P의 집에 가기 전에 진이에게 피아노를 쳐보라고 했다. Dryer를 고치는 동안 진이가 치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곤두세웠다. 피아노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네!’

그 후로는 P의 일하는 Schedule이 어떤지 모르니까, 피아노도 오후 9시만 되면 못치게 하고 음악도 너무 크게 틀지 못하게 했다. 전축과 피아노도 함께 공유하는 벽에서 가능하면 먼 쪽에다 놓았다. 갑자기 아파트에서 살 때 빗자루 꽁댕이로 천장을 쑤시던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P는 가끔 내 신세를 지기 때문에 싫은 소리는 못하지만, 잠을 설쳐야 할 때의 어려움을 내가 격어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혈기와성한 아이들을 꽁꽁 묶어둘 수도 없고……
‘에~라 이참에 집을 옮겨 봐?!’

순진이 말도 일리는 있었다. 어짜피 한번 옮길 것이라면, 빨리 옮기는게 더 나았다. 게다가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큰 집값은 많이 떨어진 반면에 작은 집값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기회가 좋았다! 단지 하나 걱정은 혼자 버는 살림에 모든 것을 잘해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커가니까, 씀씀이가 예전같지 않았다.

“여보,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께요”
약간의 틈새를 보여주자, 순진이는 바짝 달려들었다.
“그럼 당신이 책임지는거야!”
“그러~엄!”
“나중에 딴소리하지마!”
“안해~ 절대 안해”
“큰소리치긴~”
“당신은 언제나 너무나 지나치게 재는게 탈이야!”
“……”
“살림은 내가해요”

난 결혼을 하고 일년이 지난 후부터는 모든 금전 관계를 순진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일체 관여를 안했다. 그만큼 순진이는 돈에 관한한 기막힌 재능(?)을 보였다. 혼자 버는 살림에 아들 셋을 기르면서 어떻게든 돈을 꿍처서 집을 샀으니까! 이번에도 순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Tool rental를 하는데 가서 Sander를 빌려다가 응집실 바닥을 깨끗이 갈고 Varnish를 칠했다. (카나다에서는 니스를 칠한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집주위를 돌아가면서 정리를 했더니 새집(?)이 됐다. 이사갈 집을 사고 집을 팔 것인가? 아니면 집을 먼저 팔고 이사갈 집을 살 것인가? 고민이 됐다. 이사갈 집을 먼저 사고 나서 집이 팔리지 않아서 두개의 Mortgage를 무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한다? 우선 집을 팔고 이사갈 집을 사기로 하고 복덕방에다 집을 내놓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제일 처음으로 우리 집을 본 사람이 집을 마음에 들어 했고, 제시한 가격도 괜찮아서 팔기로 했다. 집을 복덕방에 내놓은지 일주일만에 팔았다.
지나간 1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집을 사고 잠 못 이루던 밤들!
주말마다 Garage sale에 가서 재료들을 사다가 집을 고치던 일!
톱밥을 뒤집어 쓰고 지하실을 꾸미던 일!

이 집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크나큰 축복이었다.
세 아들들이 이 집에서 모두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었다!
이젠 이 집을 떠나야 하는구나!
구석구석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정든 집을 둘러보았다.


기사 등록일: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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