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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3번째): 부부 전쟁(2) 2005-12-9
 
1992년 9월

두 주일이 지났는데도 화가 안 풀렸다. 결혼생활 16년만에 처음으로 순진이를 싫컷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고 싶었던 집이 계속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을 부모의 반대로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내 보낸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하도 집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점심시간에 다시 가 보았다. 정말 좋은 집이었다!

‘순진이는 도대체 왜 이 집이 그렇게 싫었을까?’
순진이는 어지간해서 내 의견에 반대하는 적이 없었다. 내 의견에 약간의 수정은 가끔 요구했어도 이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었다. 사실 나는 순진이의 그런 면이 좋아서 결혼을 했다. 순진이의 다소곳한 여성적인 면이 나를 포근하게 해 주었다. 여자들은 시집을 가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호랑이로 변한다더니……

순진이는 지난 집사건 이후로 말과 행동에 최대한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폭탄인 나와 가능하면 부딛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집을 보고 들어오기만 하면, 나는 곧 터질 것 같은 활화산으로 변했다. Agent가 보여주는 집은 하나에서 열까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꾸 물건너간 집을 생각하며 속을 끓였다.

순진이와 내가 집을 보고 들어온 날은 아이들도 우리들의 눈앞에서 살아졌다. 엄마와 아빠의 냉전을 더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내보내고 매일 맘에 없는 선을 보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선본 여자가 먼저 여자보다 휠씬 못해서 애긋은 부모들에게 화풀이를 하듯이 나도 순진이에게 해댔다. 이러면 안돼지! 생각은 하면서도 한달 정도 남은 Closing day가 나를 짓눌렀다. 순진이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남편이 그렇게 사고 싶어하던 집을 못 사게한 장본인이니……

식탁에 단둘이 마주 앉았다.
“이젠 어떻게 할꺼야~?”
“……”
그러지 않아도 주눅이 들어가는 순진이에게 목청을 높이는게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기회에 집을 못 산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는지도 몰랐다.
“어떻게 할꺼냐니까~?”
“… 어떻게 하긴… 집을 더 봐야지…”
“뭐라구~?”
“……”

“그러니까 내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목소리의 Tone이 올라갔다.
“또 그 소리! 제~발 이젠 그 소리 집어쳐~!”
“어~ 뭐 잘했다고 큰 소리야! 큰 소리가!”
“그럼 날더러 어떻하란 말얏!”
“어떻하긴? 내 말을 들었어야지~!”
“하여튼 난 그 집이 싫었어~!” 순진이가 꽥 소리를 질렀다.
‘순진이한테서도 저런 소리가 나오나?!’ 나는 흠칠 놀랐다! 그러고 한 마디를 내 뱉았다.
“내~참! 벌지도 못하는 주제에! 쥐뿔도 없으면서……”
순진이는 나를 노려 보았다. 그러다가 눈물을 주루루 흘리면서 벌떡 일어난 이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이~구~~ 쨔샤~, 너 왜 그러냐?!’
‘부부싸움 수칙 제1조가 “상대편의 자존심 안 건드리기” 인 것도 모르냐?
나도 모르게 순진이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순진이는 Graphic Art를 공부하고 진이를 낳을 때까지 잘 나가는 회사에서 Business Form Designer로 일했다. 아이는 엄마가 기르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직장을 쉬면서 아이를 기르다 보니, 아이들이 줄줄이 생겨서 셋이 됐다. 아이들이 셋이 되면, 집에서 Full-time babysitter가 되는 게 더 경제적이었다. 일을 한다 해도 벌어서 모두 Babysitter에게 갖다 바쳐야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생을 하고. 그렇게 12년을 집에서 살림만 하고 나니, 세상은 변해 있었다. 순진이의 직종은 이미 살아지고 없었다. 모든 것이 Computerized 되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속상해 하는 순진이의 아픈 곳에 왕소금을 뿌린 격이 되었다. 나도 속이 편치 못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쩐다~! Closing day는 점점 닥아오는데……’

점심시간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순진이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 여자가 웬 일이야? 이젠 화가 좀 풀렸나?’ 서로 말을 안하고 지낸지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여보, 지금 나올 수 있어요?”
“…???…”
“집이 하나 나왔대요. 이 집은 집광고 Print도 안된 집이래요”
“……”
“빨리 와요”

집은 큼직하고 좋았다. Driveway도 넓직했다. 이태리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지하실도 잘 꾸며져 있었고 순진이가 원하는 2600 SF 되는 집이었다. 5년 된 집인데, 사는 사람이 이태리로 돌아가서 살기로 작정하고 집을 판다고 했다.
“여보, 어때~? 좋지~?” 순진이의 목소리는 달떠있었다.
“……”
“여보~옹~ 이 집이 내가 원하던 집하고 똑같애!”
“어~ 괜찮네!…” 순진이는 이미 뾰~옹 가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난 먼저 집이 훨씬 더 좋은데……’
내가 사기 원했던 집을 제외하고는 제일 좋은 집이었다.

그러나 세 가지 조건 중에 두 가지가 맞지 않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전혀 생소한 곳에서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또 하나는 집가격이 우리의 예산보다 30,000불이나 초과했다. 이 판국에 더운 밥 찬밥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12시 30분에 집을 보고, 서류를 준비해서 오후 5시에 Offer를 넣었다. 279,000불에 나온 집을 270,000불에 넣었다. 집주인에게서 Counter offer가 왔다. 273,000불이면 팔겠다고 했다.

“여보, 결정해요!” 순진이는 너무 흥분해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당신 정말 자신있어~?”
“내가 일을 더 많이 할께”
“무슨 일? 세탁소 Helper?”
“아무거나……”
“Helper 수입 가지고는 좀 힘들텐데……”
“내가 알아서 한데두~!”
“……”

잘못하면 길바닥에 나앉을 형편인데 저지르고 볼 일이었다!
순진이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Offer에 Sign을 했다.
그러나 나는 결혼식장에서 이미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나버린 여자를
생각하는 어리석은 놈처럼, 먼저 집을 생각하고 있었다.

순진이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여보~옹~ 고마워요~옹~~!”
순진이는 내 목에 매달려서 귀속말로 속삭였다.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Onjena: 23편 보자마자 다음 회 기다리니 너무 재촉하는거 맞지요? 24편이 특히 기대가 되는군요. 재미난 주말연속극 보는 기분입니다. -'사랑이 뭐길래'정도~

어진이:“사랑이 뭐길래”는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에 나온게 아닌가요?
제 기억엔 한 20년 전에 나온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그걸 기억하세요?

저도 너무 재미있게 봐서 기억이 납니다.
아마 최민수, 하희라, 이순재, 김혜자(?) 이런 분들이 나왔었지요?
최민수가 대발이역을 했던가요?

영광입니다. 그런데요~ 기대가 크시면 실망이 크실텐데……

예쁜이: 저도 그 드라마 무척 기다리며 살았지요.
일주일을 그 맛으로 살았다는....^^
저도 다음편을 기다리며 살게요...(압력...^^)

어진이: 예쁜이님, 역시 고전(?)이 좋지요? ㅎㅎㅎ
다음편이라~
다음편은 부부싸움이 아닌데 어쩌나......


기사 등록일: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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