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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3.1절 기념식 및 음악회에 관한 단상(斷想)
글 : 청야 김민식 (캘거리 교민)

조국에 있을 때는, 삼일독립만세운동에 관한 의의(意義)를 그렇게 유달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해외 동포 생활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그 의의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애틋한 조국애 때문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손을 멈추게 하고 정신없이 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운전 중에 불현듯 유관순 열사의 일화하나가 생각난다. 이화학당시절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시던 스승께서 테이블위의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누가 이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세울 수 있는가?” 학생들이 서로 궁리하는 사이 유관순 학생은 아무 말 없이 흩어진 젓가락을 한데 묶더니 그 젓가락을 바로 세웠다는 것이다.
평범한 일화가 이날따라 가슴에 아른거린다. 단결하고 화합하면 절망 속에서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이날은 소아(小我)는 죽고 대아(大我)가 살아난 날이다. 미움과 질시가 사라지고 용서와 공의로서 평회를 절규하며 일제의 압박 속에서 항거하던 날이다. 1919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6개월간 2만 5천여 명이 죽었고 4만 7천여 명이 투옥되었다고 한다. 파당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사라지고 공명정대의 마음이 온 누리를 진동시킨 날이다. 2월 24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캘거리 한인 장로교회 본당에 도착하니 문 앞 양쪽으로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화합하는 교민 사회’ ‘하나되는 동포사회’ 그리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유현옥 여성회장을 비롯한 여성회원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업에 바쁘신 분들인데! - 동포사회란 원래 생업에 바쁘신 분들이 시간을 쪼개서 사회봉사를 더 많이 하는 법이다. 사회자의 안내방송대로 400여명이 훨씬 넘는 동포들이 참석했다. 참석한 어린아이로부터 연로하신 노인들까지 삼일정신을 기리는 마음은 한결같으리라.
캘거리 한인회가 변화하고 있다. 우리 한인회도 한때 서로 분열과 질시의 마음, 이기적인 마음으로 서로가 상처를 당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이날 기념식은 치밀하게 사전 준비된 모임이었다. 출연할 팀들이 의자에 부착된 팻말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았고 우리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순이 넘은 김태석 장로를 비롯한 노인회 회원들께서 언제나 늘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앞자리에 자리 잡고 계셨다.
이날 기념식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보기 드문 성숙한 행사였다. 본당 1,2층 좌석은 물론이고 복도 양쪽에 마련된 임시 간이 의자도 꽉 들어찬 동포들의 체온이 실내 열기를 후끈 달구었다. 시작 전 한인회 1년 활동 보고는 영상으로, 수준 높은 배경 음악과 더불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1부 기념식 행사는 매우 빠른 진행으로 엄숙하지만 지루함이 없었다. 목회자로서는, 토요일은 주일예배 준비로 가장 바쁜 날 임에도 불구하고 출연한 8개 교회 담임목사 전원이 참석하여 자리를 지킨 점도 주목할 일이다
이날 한인회 윤우상 사무장의 사회진행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빠른 솜씨가 돋보였다. 2부 음악회 출연 순서의 기준도 참석 출연자 인원 순으로 배정되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최다수 인원 출연 팀을 제일 마지막 순서에 두어 끝날 때까지 참석자들이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을 막음으로써 운용의 묘(妙)를 발휘했다. 한인 사회에 또 한명의 유명 사회자가 탄생하는 날이었다.
이날 음악회 수준도 그 어느 대회 때보다 높고 내용도 다양했다. 한인장로교회 카라 기악팀, 파이프 오르간 반주, 영락교회 남성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 순복음중앙교회의 어린이 성년 연합성가대의 멋진 앙상블로 절정을 이루었다. 한인침례교회, 제일장로교회, 한인장로교회 합창단들의 합창실력이야 유구무언이다. 제일감리교회 할렐루야 앙상블의 연주가 연주회분위기를 한층 고조 시키더니, 오히려 적은 인원 출연팀인 순복음쉼터교회 중창단은 청중의 박수 장단을 유도하고 혼연 일체가 되는 흥겨운 날이었다.
출연 팀, 관객 혼연일체가 되어 한국 가곡과 동요를 흥겹게 불렀다. 끝나고 한인회가 마련한 푸짐한 다과로 담소를 나누는 화합되고 아름다운 동포의 날이었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수고하고 봉사하신 분들, 후원금 지원하신 분들, 기업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자.
이민수 한인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투명한 한인회 운영, 재정관리에 칭찬을 아끼지 말자. 엄선주 전 이사장, 김창열 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분들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평화로운 한인사회가 이룩될 수 있었을까? 훌륭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한인장로교회의 장소제공은 최창선 담임목사를 비룻한 당회원, 교인들의 한인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이리라. 그분들은 우리민족의 고질병중의 하나인 집단이기주의의 악습을 과감히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서 이끄시는 분들이리라. 내일이 주일 예배 행사인데 토요일 밤늦게 까지 교회당 전체를 선 듯 빌려준다는 결심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한인사회에서 삶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성실히 감당해야 만 한다. 한인회비를 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여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가 없다. 뉴질랜드의 어느 동포사회 목사님은 주일예배가 끝난 후 전교인들의 한인회비를 자발적으로 거두어 전달했다는 이야기, 미국 동부의 한 천주교회 신부님은 동포사회 토요행사시 자체집회를 뒤로 미루고 장소를 제공했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려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다음 행사시에는 천주교 불교단체등도 참석하여 화합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만 한다. 한인 사회가 가일층(加一層) 투명하고 정직하고 관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해본다. 우리 동포들의 개개인이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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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3/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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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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