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본지는 캘거리 교역자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해당 교회에 신문배포가 중단된다는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만민교회 광고가 본지에 게재됐다는 이유였고 본지는 광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배포를 중단했다. 이번 사태는 사회적으로 교민사회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고 이에 따라 본지는 교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민교회의 광고게재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태의 당사자인 교역자협의회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토론회 참석을 알리는 공문은 13개 교회에 전달됐으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철저히 무시했다. 그 동안 CN드림이 교역자협의회의 행동에 침묵한 것은 수많은 교인들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서 각기 신앙적으로 존경을 받는 '종교인'이기에 이번 사태를 그대로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신문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소감을 이제 밝히려고 한다.
2년 전 캘거리에 만민교회가 세워지면서 본지에 광고를 냈다가 교역자회의 압력에 따라 두 번 만 내고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만민교회측에서는 몇 차례 더 광고게재를 시도 했으나 사회적인 마찰을 우려해 포기했다가 최근 창립 2주년을 맞아 어려움을 무릅쓰고 광고를 다시 싣게 되었다. 본지는 만민 측 광고를 거부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광고를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부터 만민교회 광고가 들어갔고 캘거리에 13개 교회 목회자 연합단체인 교역자회에서는 즉각적으로 해당 교회 내 신문배포 중단, 교회광고 중단 그리고 교인들 광고도 빼겠다고 통보를 하였다.
그 결과 신문배포는 곧바로 중단된 상태이며 격주로 나가던 13개 교회 합동광고는 계약이 끝나는 12월말까지만 나가고 더 이상 갱신 않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이외 부정기적으로 나가던 교회행사 광고도 즉각 중단된 상태이다. 행사 광고 중단은 CN드림에는 13개 교회와의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므로 앞으로 교회의 갖가지 행사 기사들은 본지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교인 중에 본지에 광고 게재를 포기하는 광고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인상대의 비즈니스를 하는 광고주들은 대부분 종교단체에 소속이 되어 있으며 13개 교회에 소속된 교인들 중 CN드림 광고주가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만약 앞으로 이렇게 광고 이탈이 두드러질 경우 신문사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교역자회의 규모가 현재의 13명보다 더 커지고, 이와 같은 조치가 지속되면 CN드림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교역자회에서는 이를 무기 삼아 신문사에게 압력을 넣는 것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CN드림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 소수에 불과한 만민교회로 인해 다수와 등을 지느냐?”라고 조언도 해주고 “지금이라도 그 광고를 빼면 우리 목사님께 말씀 드려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론사는 압력에는 굴복하지 않는다. 언론사는 독자들의 편이고 동시에 독자들의 적이 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압력을 가할 때 굴복한다면 언론은 중도를 걸어갈 수 없다. 그것이 신문사의 사명이고 내가 신문사를 운영하는 이유다.
캘거리에 제칠안식일교회가 있다. 본지에 전면광고도 가끔 내고 수년 전에는 그 교회 교인칼럼도 실린 적도 있다. 그런데 교역자회에서는 이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광고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있고, 또한 교인칼럼도 게재 중단을 요구한바 있었다. 물론 광고나 칼럼이 길게 나가지 않아 당시 큰 문제는 없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이나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만약 교역자회 의견에 따라 CN드림에서 만민교회의 광고를 게재를 거부한다면 제칠안식일 교회의 광고나 교인칼럼도 싣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교회 광고가 들어가게 되면 사전에 사회신문인 CN드림이 교역자회의 사전 검열이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신문사의 자체 정책이나 방향도 없이 교역자회나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결정에만 따라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교역자회의 이단성 결정이 적절하지 못하다며 누군가 이것을 지적하고 합당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한다면 종교나 신학에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 신문사로선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러면 권위주의적으로 무시하거나 교역자회에 물어보라는 비겁하고 궁색한 답변밖에는 내놓을게 없다. 더욱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캐나다에서 이렇게 교회단체나 연합체가 이단성명을 발표하는 사례는 드물거니와, 한국의 사례에만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세계 기독교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하기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교회 조직을 갖고 있는데, 한기총의 결정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특정 종교나 종파에 독립적인 일반 신문사로선 이러한 이단광고 금지 결정을 따르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가끔 타인에게 이런 고충을 설명해 보지만 대부분은 “다수의 의견을 쫓아가도 CN드림을 비방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타 도시에서도 대부분 이런 이유로 만민 광고를 실어주지 않는데 왜 당신만 고집을 피우냐”며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그분들 의견에 공감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따르지 못하는 데에는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신문사를 운영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민신문들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고 무료 배포하는데 신문 운영에 대해 잘 모르는 많은 교민들은 CN드림 신문과 웹사이트에 실리는 여러 광고들을 보고 이익을 많이 내는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이민사회에서 신문사는 큰 이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적자 안 나면 다행이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다. 큰 규모의 신문사라도 차이는 크지 않다. 신문사 사장을 흔히 명예직이라고 여기지만, 사회적 규모나 힘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본 발행인은 이런 피상적인 모습보다는 언론이 갖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누리는 즐거움과 열정에 더 감사함을 느낀다. 이러한 보람과 열정의 원천은 <바른 소신과 원칙>을 바탕으로, 바른 정신과 자세를 유지하며, 좋은 기사들을 발굴하고 불편부당 (不偏不黨) 하게 중립을 지켜 나가는 것으로부터 온다. 이것으로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신문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이상의 소신과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모순과 불합리 속에 몸을 가두게 되면 신문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게 된다. 열정 없는 신문은 단순 광고지로 전락하고 공익은 뒷전이 되며, 내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에만 집착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앞으로 교민사회도 커지고 CN드림이 주요한 언론사로 자리를 잡아나가게 될 경우 사회의 등불이자 공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모순과 부조리를 안고서 어떻게 이런 역할을 감당해 나갈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본 발행인이 신문의 본질에 충실했다면, 신문발행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을 것 같다. 비굴함과 타협으로 자기합리화에 빠지거나 신문사가 가질 수 있는 힘을 헛된 곳에 이용하는 모습을 경계하고 안타까워할 뿐이다. 종교신문이 아닌 교민지가 특정 종교 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신문사 운영이 더 힘들어지고 심지어 문을 닫는다고 해도, 본 발행인은 그날까지 조용히 감내해 가고자 한다. 이는 본인이 언론의 본질에 충실하고 사회적인 양심에 따라 행동하듯이 종교단체나 종교인들도 신앙적인 양심과 도의에 입각한 권면과 조언을 우리 신문사에 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본 발행인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는 배척 대신에 감싸고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교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드린다. (글 : 김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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