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가 있는 아내를 살해한 은퇴한 회계사가 피고인의 "간병인 번아웃"에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경감된다고 판사가 판결하면서 감옥 대신 가택 연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75세의 프랑수아 벨질(Francois Belzile)은 지난 3월 20일(월) 오후 판사의 2년 조건부형 선고를 받고 딸과 함께 에드먼튼 법원을 나왔다.
벨질은 뇌졸중으로 말을 못하는 아내인 69세의 크리스티안 벨질(Christiane Belzile)을 7년 동안 혼자 간병해오다 아내가 2018년 넘어져 다치자 치사량의 인슐린을 주사한 혐의로 지난 달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후 벨질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검사는 4년에서 6년의 징역형을 구형한 반면 변호인 브라이언 헐리(Brian Hurley)는 3년의 보호 관찰 후 2년의 가택 연금을 요청해 폴 벨질(Paul Belzil) 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사건은 안락사, 중증장애인의 권리 등 난제에 대해 고심을 해야 했다. 2021년에 체포된 후 적어도 한 번정도 벨질은 중증장애가 있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2급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스캐치완의 농부인 로버트 라티머(Robert Latimer)의 사건을 언급했다.
벨질 판사는 피고인 벨질이 외부 지원 없이 혼자 아내를 돌보면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희생했다는 증거, 소위 “간병인 번아웃”으로 알려진 전문적인 의학적 증거를 받아들였다.
판사는 벨질이 번아웃 상태에서는 살인을 의도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잔인하고 실제적인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질은 몬트리올의 불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피고인의 딸인 멜라니 벨질(Melanie Belzile, 46세)은 아버지를 반항적인 기질이 있는 "조커"로 묘사하면서 "무엇보다도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영향 진술을 통해 멜라니 벨질은 법정에서 어머니를 "부드럽고 다정하면 밝은 사람이었다”며 “자식 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2011년 크리스티안 벨질은 뇌졸중을 앓았는데 그 증상이 초기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되었다. 처음에 그녀는 "헬로우"과 "굿바이"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시 프랑수아 벨질은 아내의 유일한 간병인이 되기로 작정하고는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고 최선을 다해 돌봐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만약 그 둘이 독립적으로 살 수 없다면 둘다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 가을 크리스티안이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집 안에 갇히게 되면서 이 사건이 시작된 셈이다. 프랑수아 벨질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아내에게 말하고 공동 장례식 비용 지불과 자녀와 오랜 집주인에게 편지를 쓰는 등 준비를 시작했다.
2018년 10월 13일, 그는 아내에게 3회 분량의 인슐린을 주사하고 산책을 했으며 그녀가 죽자 돌아와 함께 누웠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의 삶을 끝내려고 했지만 ‘곧 시신이 발견되기를 바란다는 쪽지’를 문 앞에 남겼는데 집주인이 그 쪽지를 발견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