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료와 모기지 등 주거비용 인상률은 물가상승률 두 배
경제학자, “경기냉각의 신호…금리인상 중단 명분 충분”

캐나다 소비자 물가의 오름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지만 생활비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고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 통계청이 21일에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 따르면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연간 3.1%로 지난 달의 3.8%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수치(3.2%)와 거의 유사하다.
상승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휘발유 가격 하락이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6.4% 하락해 1년 전에 비해 7.8% 하락했다.
앨버타주의 전기요금도 물가상승세를 진정시켰다. 9월에 연간 113.0% 증가했던 전기요금이 지난 달 45.4%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이는 한달 전에 비해서 20.0% 가격이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생활물가는 여전히 상승행진 중이다.
실제로 휘발유를 수치에서 제외하면 10월 물가상승률은 3.6%가 된다. 이는 전월에 기록된 휘발유 제외 인플레이션율 3.7%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10월 식품 가격도 전월의 5.8% 보다 낮은 연간 5.4% 상승에 그쳐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같은 둔화 움직임을 실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TD Bank의 경제학자 레슬리 프레스톤은 "3년 전에 비해 여전히 식료품 한 바구니에 20% 이상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물가 상승률 둔화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의 물가상승은 여전히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주거비용의 가파른 증가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주거비용이 지난 1년 동안 6%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임대료의 상승기세가 매섭다. 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임대료가 9월의 연간 7.3%에서 8.2%로 상승했다.
주택 소유와 관련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기지 이자 비용은 30% 이상 상승했다. 재산세도 4.9% 증가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6% 상승한 것이며 1992년 이래로 재산세가 1년 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주거비용에서 모기지 비용을 제하면 인플레이션율은 2.2%가 되고 CPI에서 주거비용을 완전히 제외하면 1.9%가 된다.
경제학자 투 응우옌은 주거비용이 가계 예산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기준으로 볼 때 소비자 지출은 실제로 감소했다"며 "모기지 상환액이 높아진 가계는 재량적 지출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데이터가 캐나다 중앙은행에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CPI 보고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12월 발표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 냉각의 최신 신호”라면서 “이 시점에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의 힘이 경제를 통해 작동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영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