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2024년 세밑,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12·3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정국 또한 예외없이 잘 극복하고 더욱 굳건한 토대 위에 선진 대한민국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000만 국민의 염원이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700만 재외동포의 한결같은 소망일 터이다. 모국의 위상에 기대어 고개를 들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기도 하는 재외동포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한류열풍까지 업은 가운데 “단군 이래 최대 번영기”라는 소리를 듣는 대한민국이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다방면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K-브랜드’의 위상을 흔들림없이 세워나갈 수 있기를 소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시계바늘이 과거로 후퇴할지, 미래로 한발 전진할지, 어디로 향할지는 우리 각자의 나침반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와 일맥상통한다. 영토 안에 있든 바깥에 있든 상관없이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 그 모두가 저마다 제 자리에서 붉은 해가 솟구치는 동녂을 향해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길 바라고 또 바란다.
역사의 시계바늘이 요동친 2024년을 10대 뉴스로 정리한다. 700만 재외동포 사회의 시선으로 선별했다. <편집자주>
1. 이상덕 제2대 재외동포청장 취임
재외동포사회와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700만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이상덕 재외동포청장.
재외동포청이 출범한지 1년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이상덕 前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이기철 초대청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7월31일 제2대 재외동포청장에 취임했다.
이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표면상로는 재외동포의 숫자가 점차 감소 추세”라며 “해외거주 재외동포는 줄고 있으나 재외동포의 국내유입이 늘면서 이에 따른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동포사회가 성숙해 가고 있는 와중에도,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돼온 동포들에 대한 보살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임 5개월 정도 됐으나 이상덕 청장 취임 이후 재외동포청은 여러 가지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동포사회는 이 청장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재외동포 사회와 소통하는 가운데 원폭 피해자, 고려인 동포 등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동포들을 보듬고자 하는 태도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아울러 700만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모국의 경제파이를 키우는데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실용적인 접근도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각지의 동포 전문가들을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OK BIZ)’으로 구성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있어 컨설팅 등 역할을 담당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적인 측면에선 지난 12월6일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재외동포정책 학술포럼 ‘국내 동포정책에 대한 정부·학계·시민단체와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감소, 지역소멸, 인력난 등 한국 사회가 안고있는 인구 문제의 실마리를 국내 거주 동포에서 답을 찾고자 한 시도가 돋보인다.
2.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비엔나 엑스포’ 성공적 개최
전세계 한상들의 구심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박종범)가 2024년 큰 일을 성사시켰다.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겸 비엔나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해 국내외적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43년 월드옥타 역사상 유럽에서 개최한 첫 대규모 행사이자 최초로 한국상품박람회를 열어 대한민국의 우수한 상품들을 까다롭기로 알려진 유럽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376개 기업과 36개 기관 및 지자체가 400개 부스를 차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약 5000건(4억8000만불 상당)의 수출상담을 진행해 1억7000만불 규모의 MOU를 체결하고 3000만불의 실계약을 따냈다. 특히나 비즈니스 행사에 문화를 접목시켜 행사의 격을 높이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창출했다.
3. 고상구 제2대 세계한인회총연합회장 취임
고상구 제2대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10월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회장 이취임식에서 심상만 초대회장에게서 세한총연 기를 전달받은뒤 힘차게 흔드는 모습.
전세계 370여 한인회의 연합체인 세계한인회총연합회 2대 회장에 고상구 베트남 K&K트레이딩 회장이 10월4일 취임했다. 심상만 초대회장이 구축한 토대 위에 “세한총연을 700만 재외동포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만들어나가겠다”는 힘찬 포부를 밝혔다. 취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주지역을 비롯해 동포사회의 분열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한 고 회장은 세한총연이 중재역할을 할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아울러 차세대 사업에 공을 들일 계획으로, 전세계 한인 차세대들을 연결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등을 새해부터 핵심사업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출범한지 3년된 세한총연의 외연을 넓히는 등 기반을 다져야할 숙제가 만만찮은 가운데 워낙 ‘마당발’로 알려진 고 회장에게 거는 동포사회 안팎의 기대가 크다.
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내년 4월 美애틀랜타 개최 확정
재외동포청은 전신이 세계한상대회인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의 개최시기를 ‘한인의 달’인 10월에서 4월로 앞당겨, 제23차 대회를 새해 4월17~20일 미국 애틀랜다 개스 사우스(Gas South) 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4월에 열리기는 처음이다. 행사명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로 바꾸어 제21차 대회를 지난 2023년 해외(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최초로 개최한 데 이어, 해외에선 두 번째로 여는 행사다.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미주한상총연, 회장 이경철)가 재외동포청에 애틀랜타 개최를 신청하면서 성사가 됐다. 마침 미주한상총연은 내년에 애틀랜타에서 제1회 미주한인비즈니스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를 해오던 차였다. 미주한상총연은 지난 10월23일 전주에서 열린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장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450여개 기업이 이미 참가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앤디 김 의원
5. 앤디 김 美 연방 상원의원 당선
최초로 한국계 미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한인 2세인 앤디 김 하원의원(3선, 민주당)이 지난 11월6일 선거결과, 뉴저지에서 승리해 최초의 한인 미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120여년 미주 이민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미주 동포사회에선 “향후 한인혈통의 미국대통령을 배출해야한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앤디 김의 미 연방상원 입성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선 하원의원인 앤디 김은 한인 이민자 1세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랐다. 정치 입문 전에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사령관 참모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그의 부친 김정한 씨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거친 유전공학자로서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에 평생을 바친 입지전적 인물이다.
6.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계엄과 탄핵으로 온국민의 심장이 출렁 내려앉았으나, 반대로 전세계 한인이 동시에 축포를 터뜨린 ‘선물’같은 일도 있었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은 2024년 전세계 한인사회에 날아든 ‘희망’의 비둘기와 같았다. 한류열풍이 전세계를 풍미하는 가운데, 드디어 대한민국도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더해져 한국인의 어깨가 쑤욱 올라가고 나아가 국격이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문화대국의 위상이 더해진 만큼 선진국으로서 손색이 없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지난 12월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박수를 받고 있다.
7. ‘러시아 한인이주 160주년 기념’ 연중 기획 프로그램
다소 조용히 지나간 감이 있으나, 올해는 한인이 러시아 연해주에 처음 정착한지 1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1863년 연해주 포시에트항 지신허(地新墟) 마을에 13가구의 한인이 정착한 것을 기점으로 본다.
이를 기념해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임채완, 김현동 공동위원장)를 중심으로 국내와 연해주, 하얼빈 등지서 2월말부터 12월까지 각종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12월14일 하얼빈에서 열린 연해주 아리랑예술단 공연이 기념사업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행사였다. 한국과 유라시아에서 살아온 고려인들의 이주·정착의 역사를 돌아보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교류·협력을 위한 고려인 동포사회의 역량을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평가다.
8. ‘2025~2026 인천방문의 해’선포
인천이 유정복 시장을 필두로 ‘재외동포 친화도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전세계 700만 재외동포를 끌어안는 ‘1000만 도시 인천 프로젝트’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0월18일‘2025~2026 재외동포 인천 교류·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같은 날 인천시는 송도에 ‘재외동포웰컴센터 및 한인비즈니스센터’를 개소했다.
유정복 시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우리는 이제 5000만 국민과 700만 재외동포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다시한번 도약시키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면서 “그 중심에 바로 인천이 있다”고 역설했다.
‘재외동포 인천 교류·방문의 해'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간 재외동포들의 인천 방문 활성화와 재외동포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진행되며, ‘인천, 세계를 열다, 민족을 잇다(Incheon, Open the World, Link the People)’를 슬로건으로 내년부터 재외동포 특화사업 추진, 재외동포 방문주간 및 환영 부스 운영, 환영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인천 방문을 더욱 촉진할 계획이다.
인천시가 지난 10월18일 부영 송도타워 30층에 개소한 재외동포웰컴센터 및 한인비즈니스센터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상덕 재외동포청장, 유제헌 전 유럽한인총연합회장 등 재외동포들과 함께 내부 전시를 돌아보고 있다. [인천시]
9. 한-쿠바 수교...쿠바한인회 내년 3월 출범 앞둬
올해 2월 한-쿠바 간 수교가 이뤄지면서 대표적인 친 북한 국가였던 쿠바의 빗장이 열렸다.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대중남미 외교강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로써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인 나라는 시리아만 남게 됐다. 한-쿠바 수교는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및 우리기업의 진출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양국은 문화, 인적교류, 개발협력 등 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 협력을 확대해 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우리 국민들이 쿠바를 방문했으며, 양국의 교역규모는 2022년 기준 수출 1400만불, 수입 700만불 정도다. 쿠바에는 1921년 일제강점기에 멕시코에서 이주한 한인후손 11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양국 간 수교를 계기로 내년 3월 수도 아바나에서 쿠바한인회(준비위원장 정훈)가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는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하기 위해 현재 준비중에 있다.
10. K-Food 열풍
한류바람을 타고 K-푸드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 바람에 올해 K-푸드 수출 또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 뿐만아니라 스마트팜, 농기계, 비료, 종자, 펫푸드 등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K-푸드 플러스’ 수출은 11월말 기준 117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불닭면’의 세계적 인기를 타고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은 수출 7억달러를 달성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여하는 ‘K-푸드 플러스 수출탑’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 브랜드를 앞세운 건강기능식품 수출 확대로 1억 달러를 달성해 대상을 수상했다. 최우수상·우수상 수상기업은 총 38개 기업으로 전년에 비해 1000만 달러대 기업이 12개 늘어나는 성장을 보였다. 그 외 식물성기반 제품 수출 확대에 노력한 풀무원식품, 전통식품인 장류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 샘표식품, 냉동김밥 등 쌀가공식품 열풍을 일으킨 올곧과 농업회사법인 한우물 등이 수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월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월드옥타 주최 비엔나 엑스포에서도 1억7000만불 협약 규모 가운데 K-푸드가 900억원을 차지했다.
세계 주요 도시의 한식당들도 한때 음식세계화의 롤모델이던 ‘일식’을 누르고 성업을 이루고 있다. 본지 현지취재 결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50개 가량의 한식당이 포진해 현지인들 사이에 고급음식으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또 2024년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만도 300개의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
https://www.dongp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