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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정말 있는 걸까?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나비효과는 초기에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1972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Edward Lorenz) 워싱톤 회의에서 예측 가능성의 예를 들며 “브라질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가?”에서 비롯되었다. 변화무쌍한 기상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지구상 어디에서 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소한 행위가 나중에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라예보 총성의 나비효과
1914년 6월28일 사라예보에서 두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 두발의 총성이 20세기를 완전히 바꿔 놓을 줄 누가 알았으랴. 보스니아 민족주의자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사라예보를 방문중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부부를 암살했다. 이것이 일차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다. 왕위 계승자 부부가 암살당한 오스트리아는 4개조항을 걸고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했다. 최후통첩이 거부되자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했다.
유럽국가들은 수십년 동안 거미줄 엮이듯 동맹으로 묶여 있어 너도 나도 전쟁에 끼어들어 25개국이 참전하는 세계대전이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선전포고 직전 독일로부터 무조건 지지하고 협력한다는 백지수표를 받았다. 독일을 등에 없는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위해 참전했다.
동맹국들은 하나 둘 전쟁에 발을 들여놓았다. 영국도 프랑스도 참전했고 처음엔 중립을 지키던 미국도 참전했다. 심지어 유럽과 멀리 떨어진 중국 일본도 참전했는데 일본은 영국과 동맹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고 중국은 자국내의 독일 조차지를 회복하기 위해 연합군편으로 참전했다.
4년 넘게 계속된 전쟁의 결과는 참혹해 3천2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규모 살육전이 되었고, 지옥과도 같은 참호전이 계속되었고, 전쟁의 와중에 혁명이 일어나 세상이 바뀔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프란츠 요세프 1세나 빌헤름2세는 물론이고 신이 있다해도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리라고 상상했다면 그런 대규모 살육전이 일어나지 않게 막았을 테니 신은 없던가 있어도 무능하던가 둘 중에 하나다.

나비효과의 잘못된 사례
75년1월29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가수 태진아씨와 김 아무개를 간통혐의로 구속했다. 김 아무개는 현대건설 조 아무개 사장의 부인이었다. 이 사건은 75년 초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조 아무개 사장은 박정희 대통령 일본육사 동기로 5.16 쿠데타에 참여했다. 공병장교 출신인 조 아무개는 국토건설청장, 건설부 장관을 지낸 후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다.
이 사건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태진아 이명박 나비효과라고 그럴듯하게 각색되어 세상에 퍼졌다. 태진아 사건으로 조 아무개 사장이 현대건설을 사직했고 부사장이던 이명박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후 이명박은 중동건설 붐을 타고 입지전적 인물로 떠올라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후 정치에 발을 디뎌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으니 태진아 사건의 나비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태진아 사건과 이명박이 대통령 된 것은 무관하다. 조 아무개는 1972년부터 1977년까지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태진아 사건 후에도 2년을 재직하다 대아건설 사장에 취임했으니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이 된 것은 태진아 사건과 무관하다.
그리고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의 육사 동기, 혁명 주체세력인 실세에게 가정의 불미스러운 일로 사표 종용을 할 수도 없었다.
조 아무개와 김 아무개 사이에는 2남2녀가 있었는데 약혼을 앞둔 딸이 태진아 사건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 아무개는 2014년6월29일 세상을 떠났는데 부고에 2남2녀 이름이 다 나오는 걸로 봐서 딸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근거 없는 낭설로 보인다.
국내 모 일간지에서도 사실관계 확인없이 태진아 이명박 나비효과를 실은 적이 있는데 아무리 이명박이 미워도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트럼프 탄핵의 나비효과
태진아 이명박 나비효과는 그렇다고 치고 지난 8일 아침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국적 보잉 여객기가 이란 방공 시스템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었다. 승객 승무원 176명이 눈 깜박할 사이에 불귀의 객이 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희생자 중 57명이 캐나다 국적으로 알려져 큰 충격이 되었다.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랜 기간 잠복했다 나타날 수도 있다. 결과가 명백할 수도 있으나 애매모호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로는 그 결과가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비극적 장소에 이르는 일련의 행동과 반응을 일으키며 움직이기도 한다.
생각을 정리해보자. 미 하원의회는 12월18일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탄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했다. 경제를 부흥시키고 미국을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으로 올려 놓은 ‘최고의 대통령’이 억울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며칠을 보냈다.
하원 탄핵이 막바지에 이른 12월17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전화하며 “법적인 관점에서 미국역사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나쁜 대우를 받았다.”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12월27일 키르쿠크 이라크 군사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리조트에 있을 때다. 이 공격으로 미국인 나우레스 하미드(Nawres Hamid 33세)가 죽었다. 그는 이라크 미군 기지에서 아랍어 통역으로 일하는 민간인으로 2017년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이날 로켓 공격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카타볼라 헤즈볼라 민병대 소행이라고 미국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 민병대 공격을 승인했다. 미국의 공격으로 헤즈볼라 지휘관 4명을 비롯해 민병대 25명이 죽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본전에 몇 배를 더하고 이자까지 듬뿍 계산한 보복이었다.
과도한 미국의 보복에 분노한 민병대와 민간인들은 바드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유리창을 부수었다. 기다렸다는 듯 백악관은 국방성에 대응방안을 주문했다. 국방성에서는 몇 가지 군사 옵션을 제시했다. 그 중에 술래이마니 암살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심 술레이마니는 미국의 CIA 국장에 해당하는 인물로 국방성은 그를 제거하는 옵션은 ‘극단적 선택’으로 분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저없이 ‘극단적 선택’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의 물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길 원했기 때문이다.
술래이마니가 암살되자, 미국에서는 암살이란 단어대신 ‘표적살인’이라고 표현했지만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이란 시민들의 태도가 돌변해 정부를 지지하고 트럼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란 시민들은 미국에 보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란과 미국은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이번 암살을 "이란에 대한 전쟁을 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군사행동에 대한 대응은 군사행동"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화 유적 52곳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며 대응한다. 이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자극하는 발언이다.
그 후 이란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 군사기지에 2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가 승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명 피해를 피한 공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란의 로켓 공격 와중에 우크라이나 항공 752편이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한다. 미국의 반격을 감시하고 있는 이란 방공 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적기로 오인하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17시간 후 우크라이나 항공 241편이 토론토에 피어슨 공항에 착륙했다. 테헤란에서 도착한 57명의 캐나다인이 타고 왔어야 할 138개의 좌석은 비어 있는 채.
마중 나왔던 사람들은 공항 로비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흐느끼며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있어 났는지 생각할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2016년, 미국 국민들은 내셔널 몰에서 새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1972년 기상학자 로렌츠가 청중들에게 “브라질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가?”라고 묻던 회의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대통령 취임 후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행동하고 반응을 보였다. 그의 수많은 행동과 말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규모가 늘어났다. 트럼프의 대중 수출 규제의 여파로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투자 및 소비 둔화, 금융 불안, 중국의 아세안 수출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의 수출 피해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예측 가능한 부분이고 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무역분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위험하고 애매모호하게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본질적으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세계에 살면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영향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고 몇 년 후에 몇 십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결과가 재앙적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사 등록일: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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