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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원주민 기숙학교, 그 씁쓸함 - 제국주의의 오만함
 
침략자들 점령지에서 하는 짓에는 공통점이 있다. 피 점령지의 문화, 풍습을 없애고 자기들 문화 풍습이 우월하다고 선전하며 피 정복민에게 그것을 주입시킨다. 피정복민의 문화 전통은 열등하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며 개화, 동화라는 미명 아래 피 정복민의 언어를 없애고 문화 전통을 단절시킨다. 그 중에서도 언어 말살이 가장 악질적이다.
왜정 시대 왜놈들이 그랬다. 개화 라는 이름 아래 조선의 문화 전통을 말살시키려고 조선어 사용 금지, 신사참배, 창씨개명으로 머리속까지 개조시키려고 했다.
보불전쟁 때 프러시아가 프랑스를 이기고 알사스 로렌 점령하자마자 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육 금지하고 독일어 교육했다. 프랑스도 식민지에서 똑 같은 짓을 했지만.
영국 프랑스도 캐나다 원주민에게 똑 같은 짓을 했다. 식민자들은 원주민들을 살던 땅에서 내쫓고 차지했다. 유럽인들은 미개한 원주민의 종교, 문화, 관습, 언어 대신 유럽 문화를 심어주고자 했다.
유럽인들의 생각이 원주민 기숙학교로 나타났다. 싹수가 노란 성인들보다 싹수가 보이는 어린 자녀들을 교육을 통해서 유럽인으로 키워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연방정부에 설득한 사람이 그랜딘(Grandin)주교다. 그는 “원주민을 문명화 시키고 계몽화 시키려면 어린 아이들을 가정으로부터 분리시켜 조상때부터 전래된 문화, 관습, 언어를 단절시켜야 한다.” 우월감에 젖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오만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기숙학교(Residential school)는 말 그대로 학교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공부하는 곳이다. 기숙학교는 원주민 공동체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웠다. 부모들의 방문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부모들이 자녀들 보려고 찾아와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면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연방정부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학교를 구입해 기숙학교로 전환하고 운영은 종교단체에 맡겼다.
아이들의 교육은 엄격하고 무자비했다.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거나 교칙을 위반하면 구타 징벌 성적 학대가 뒤따랐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표준 식단과 거리가 멀어 영양실조에 노출되었다.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학교시설은 각종 질병의 온상이 되어 많은 원주민 아이들이 결핵과 영양실조로 죽었다.
어느 종교나 사랑과 용서가 기본 원리인데 천주교, 성공회, 연합교회, 장로교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서는 신의 이름으로 각종 가혹행위, 영양실조, 성적 학대가 만연해 아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었고 왜 죽는지도 모르게 죽어갔다. 미 확인된 죽음이 6천건이다.
통계에 따르면 1831년부터 1996년까지 130개의 기숙학교가 운영되었고 15만명의 원주민 아동이 학교에 다녔다.
잇따르는 사과
기숙학교가 잘못된 제도라는 사실과 자신들이 행한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1980년대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1986년 연합교회가 최초로 기숙학교에 대해 사과를 했다. 뒤이어 성공회와 장로교회가 사과했다. 2009년 베네딕트 16세 교황이 기숙학교에서 일어난 학대에 대해 사과했다.
2008년 야만의 흑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화해와 진실 위원회’가 조직되어 기숙학교 피해자, 관련자들의 증언이 잇달았다.
스티븐 하퍼 당시 총리는 기숙학교에 대해 사과했다. 보수당 정부가 시작한 기숙학교 잘못에 대해 100년이 지나 보수당 정부가 사과한 것이다. 뒤이어 2015년에는 주정부들이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금전적 보상이 뒤따랐다.
다시 이목이 집중된 기숙학교
5월27일 B.C. 캠룹스(Kamloops) 기숙학교 부지에서 레이더로 지표검사를 하던 중 원주민 아동 시신 215구가 발견되었다. 그중 에는 3세된 아이의 시신도 있어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을 자아냈고 기숙학교의 만행이 다시 한번 알려졌다.
215구의 어린 영혼들의 발견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6천명 아이들의 소재도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천명의 아이들은 잠들지 못하는 넋이 되어 기숙학교 부근 어딘가 차디찬 땅속에 묻혀 있겠지만 그 영혼들이 위로 받고 안식할 수 있어야 한다.
집단 학살된 아동의 시신이 캐나다 어딘 가에 있다는 사실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15구의 시신 발견은 원주민 문화에 대한 학살이고 이 학살의 직접 집행자는 아니지만 기숙학교 설계자 중에 한 명인 그랜딘 주교 지우기가 시작되었다. 에드먼턴 LRT 정거장에서 그랜딘 이란 이름이 제거되었다. 임시로 그랜딘 이란 이름을 흰색 테이프로 가려 놓았다.
역 구내에 있는 그랜딘 주교 벽화는 오렌지색 플라스틱으로 가려 놓았다. 오렌지 색은 “아이들 생명도 귀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역 바로 옆에는 그랜딘 초등학교가 있다. 일차대전이 일어나던 해에 지어진 이 학교 이름도 곧 바뀐다. 역 건너편에 있는 그랜딘 그로셔리도 주인이 이름을 바꾸겠지.
인디언 담당 장관(Indian affair Minister)으로 기숙학교 설립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프랑크 올리버 이름도 지워진다. 올리버 커뮤니티, 올리버 중학교 등 흑역사와 관련된 이름이 사라진다. 에드먼턴뿐 아니라 캘거리에서도 기숙학교 관련자 이름 지우기를 시작했다.
무죄한 원주민 아동들이 집단학살 된 기숙학교는 인륜범죄로서 관련자들 이름을 기리기 위한 각종 시설의 명칭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원주민 기숙학교
한국인 시각으로 볼 때 캐나다는 급한 일이 없는 사회로서 모든 일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나 이번 기숙학교 관련자들 이름 지우기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그랜딘 역 이름 바꾸자는 시장의 제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약 2주가 걸린다. 2주를 못 참아 우선 흰색 테이프로 역 이름을 가려 놓았다.
어두운 역사는 빨리 빨리 정리해야지 오랫동안 끼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빨리 빨리”가 국민성이 된 모국에서는 어두운 역사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과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에서는 벌써 결론을 냈을 문제를 놓고 우리는 아직도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해방된 지 75년이 넘었는데 아직 친일파 문제도 해결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나치에서 해방되자마자 부역자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적의 침략으로 공동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우리의 부모형제 처자식들이 적들의 노리개로 전락할 때 적의 앞잡이가 되어 공동체 붕괴를 재촉하고 앞장서서 우리의 부모형제 처자식을 적의 노예로 팔아먹고 배를 불렸다.
반면 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부모형제 처자식을 보호하기위해 적에 맞서 싸운 사람들은 조롱거리가 되고 그 대가를 인정받지 못한다. 대가 바라고 독립운동 하지는 않았으나 신상필벌의 원칙이 사라진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여름에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데 코로나 때문에 논란이 있지만 열릴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올림픽 선전하면서 독도를 슬며시 일본 영토로 표시했다. 국가 차원에서 항의했으나 “올림픽 불참은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딴청 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일본의 독도 자국 영토 표기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128명, 정의당 3명, 무소속 한 명 모두 132명이 성명에 참가했다. 영토나 주권문제는 여야 구별없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제1야당이라는 국힘당에서는 한 명의 의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친일파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것으로 토착왜구당 소리 듣고 자민당 한국지부 소리 들어 마땅하다.
독도 표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림픽 불참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축제를 정치로 오염 시키지 말자고? 올림픽이 정치논리에 오염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광복 직후 복잡한 국제 정세
일본이 멸망하자마자 친일파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못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전후 세계질서 개편에서 미국은 소련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독일을 분단해 공산주의 저지선으로 삼았고 극동에서는 한반도를 분단해 공산주의 저지선으로 삼았다.
미국으로서는 친일파 처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공정권 수립이 중요했다. 김구선생 같은 보수 민족주의자는 이념보다 통일이 더 중요했으니 미국으로서는 논외의 인물이다. 여운형 선생이 해방 정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였으나 좌파 성향의 지도자는 미국이 보기에 위험천만이었다.
미국은 독립운동 경력이 있어 대중 지지도가 약간 있고 미국에서 공부한 이승만이 적격이었다.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민족주의자 조만식 선생이 북한에 있었으나 이념보다 민족을 생각하는 민족주의자 보다 말 잘 듣는 소련군 장교 김일성이 구미에 맞았다. 그래도 북한은 친일파 정리하는 흉내라도 냈지만 남한은 흉내조차 낼 수가 없었다.
미국도 소련도 약소국의 민족주의자가 중심이 된 자주독립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념 전쟁에 앞장설 말 잘 듣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무장한 광복군이 국내에 진주해 일본군 항복 받고 무장해제 시켰으면 친일파 문제를 이렇게 오래 끌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무슨 귀신의 장난인지 광복군 국내 진주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일본이 항복을 했다.
3/4세기가 흘렀으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대한민국 현대사는 친일파 정리 이전에는 그 얼룩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정권에서 안된다면 다음 정권이라도 친일파 문제를 정리하고 국립묘지에서 친일 부역자들을 이장해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이뤄지는 상식적 사회가 되기 바란다.

기사 등록일: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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