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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4월 7일자
 
 
스스로에게 나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자문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기도 하겠다.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가 어디쯤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예전에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데 쓰였던 도구가 ‘북한’이었다. 중장년 세대층은 민족주의 담론의 영향을 받고 살아왔으므로 대북 인식에서 금방 이념이 구분됐다.
대체로 사회적 평등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좌익, 종래의 사회 질서를 옹호한다면 우익이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좌익은 경제적 평등을 위한 정부의 개입과 사회의 진보를 주장하고 우익은 경제적 자유와 사회질서의 유지를 옹호한다.(위키백과)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정치적 스펙트럼(Political Spectrum)은 사실 사람이 어떤 기준이나 척도에 대한 입장을 연속적으로 나타날 때 규정지을 수 있는데 한번 꽂히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이런 이데올르기가 아닌가 싶다.

엊그제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토론토시가 운영하는 골프장이 일제히 문을 열어 첫 라운딩을 같이 한 뒤에 모인 자리였다.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파일처럼 그 옆에 쌓인 눈이 녹으며 진흙땅인지 잔디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필드에서 호미로 밭을 매듯 모두가 한바탕 땅을 뒤집고 온 탓인지 다들 허리가 아프다고 투덜대던 참이었다.
“거 참. 윤석열(대통령)이 너무 한거 아냐?”
소주 한잔에 아픈 허리가 풀렸는지 한 친구가 대뜸 시비(?)를 걸었다. 그 후에 이어진 말들은 최근에 벌어진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급작스런 교체와 관련한 비판이었다. 여기에 어디서 들었는지 김건희 여사가 인사개입하며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며 대통령 부부 모두를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런 방향에서 쓰인 보도기사가 많고 지금 국회도 이 문제로 여야 공방이 심하니 필자도 암묵적 동의로 조용히 듣고 있는데 옆 친구가 말했다.
“충분치 않지만 그만하면 잘하고 있는거야”
진보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 친구의 말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안다. 그는 보수라는 것을. 10여년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10여년 동안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서로 몇 마디 더 오고가다가 결국 대화종료선언을 하게 됐다.
누군가 그랬었다. 사람들과 만나서 정치얘기를 하면 안된다고. 좋았던 의도 상하고 끝내 욕하고 헤어진다고. 그런 주제는 시비꺼리가 된다는 것을. 그런 진리(?)도 우리는 안다. 얼굴 붉히기 전에 중단해야 식사를 맛있게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칼럼을 쓰면서 진보와 보수의 중간 어디쯤에서 중심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우익 성향의 유튜브나 보수 언론의 사설도 본다. 그렇게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에 안들어 모두 갈아 엎는다. 도무지 논조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좀 전에 “그만하면…”을 말했던 친구처럼 필자도 경도된 이데올르기에 묶여 있다고 자인한다. 하지만 기자질을 하면서 기레기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이념에 치우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늘 한계에 부딪친다.
본지 게시판에도, 다른 웹사이트의 게시판에도 키보드 워리어들의 키배는 늘 이런 이념논쟁이 주류를 이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주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칼럼은 좀 봐줄만 하지 않은가. 팩트로만 써야 하는 보도기사도 프레임이 씌워져 있으니 이건 아니다 싶다.
지난주에 가차 저널리즘을 언급했었지만, 한국의 언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언론사마다의 정치성향에 따라 특정 사건에 대한 보도 프레임이 다르다. 진실이나 사실이 어디에 있건 여론을 한쪽으로 몰고가려는 방향이 뚜렷해서 독자층도 확실히 구분되고 있는데 늘 한결 같지 않은 언론이 많아 가끔은 “이거 뭐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은 안 변하는데 정권에 따라 이데올르기가 변하니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만 봐도 그렇다. 필자가 대학 다닐 때 동아일보는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그 신문사 해직기자였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를 무조건 존경했던 것도 그가 동아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동아는 어떤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언론의 선봉아닌가. 경향신문은 또 어떤가. 참 파란만장한 굴곡진 인생길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만 해도 진보였다가 군부정권이 들어서자 보수가 되었다가 90년대 말에는 다시 진보로 돌아서서 지금은 극진보 측에 속한 매체가 되었다. 극진보였던 한겨레는 어느 순간 진보도 중도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로 서서 깔 것은 안까고 안 깔 것은 까는 매체가 되었다.
차라리 줄곧 일관된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나으려나. 한국에서 유일하게 유료부수 1백만부를 넘는 최대지이면서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언론 1위이기도 한 이 신문은 약간의 좌우 부침은 있었지만 올곧게(?) 보수로 정주행해 왔다.

친구 넷이 만나면 대개 둘은 진보, 하나는 보수 그리고 나머지는 정치무관심이다. 여러분들은 어디에 서 계신가.
한주간의 뉴스를 모아 전해야 할 지면에 한풀이 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교집합을 이루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국의 정치 언론에 대해 장문의 불만을 늘어놓은 셈이다.

먼저 아까 한 친구가 언급했던 대통령실의 인사 문제부터 짚는다.
대통령실의 삐걱이는 잡음은 마치 오래된 철대문을 연상케한다. 한번도 열린 적이 없었고 열어서도 안되는 문앞에 서서 기를 쓰는 모습이다. 결국 중요한 외교일정을 앞두고 일선에서 중임을 맡아야 할 인사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한미간의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 그리고 G7 정상회담 등이 예정되어 있는 앞으로의 한두달이 국가외교안보에 있어 한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막전막후의 핵심인물들을 경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필자의 시각으로 보면, 특히 그 인사 배경 뒷얘기들을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한편으로 시각을 달리 보면 그들 모두 경질할만한 중요한 실책들이 있었고(조선일보) 안보실이 비서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대화 단절 상태(동아일보)였으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은 원로와 참모들의 충언에 읍참마속의 심정(국민의 힘)으로 이런 인사를 단행했다는 얘기인데, 어떤 경질 사유가 있더라도 중요한 일처리가 먼저이고 그후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 아닌가.

어쨌든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달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났는데 최근 한달도 채 안되어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은 외교라인의 잇단 교체여서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뒷얘기들은 무성하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배경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정확히 말하면 질 바이든 여사의 제안이었는데, 국빈만찬 행사할 때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을 보려고 우리 정부에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이것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질책이라고 한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공연비용을 한국 보고 부담하라고 했다던데 국가안보실은 이런 문화행사 보다는 실질적인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실무선에서만 검토했던 듯 싶다. 이런저런 관련 루머가 터져나오자 대통령실은 이 공연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낸 모양이다.
내부를 들여다 보면 대통령실 내부의 알력과 갈등이 터질 듯 부푼 풍선 같아서 드디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누가봐도 정통적이지 않은 윤 정권의 외교 접근법에 실무진들의 고민 또한 컸으리라 여겨진다. 그때부터 풍선은 부풀기 시작한 듯 싶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시끌벅적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거부권 행사를 했는데 이를 규탄하는 농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
양곡법 개정안은 간단히 말하면 쌀이 많이 생산되어 쌀값이 곤두박질칠 때 정부가 매입해 쌀값을 안정시키는 제도다. 지난해 45년만에 최대 쌀값 폭락으로 고통받았던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으로 지난달에 이미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었던 법안이다.
쌀을 생산하거나 보관하는 입장에서는 생계와 관련한 중요한 법안이지만,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고 농축산계 쪽에서 보면 한정된 예산이 쌀 농가에만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법안이기도 하다. 만약 입장이 바뀌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야당인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민주당이 반대할 법안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언론도 극명한 입장 차이로 ‘해야 된다’, ‘막아야 된다’로 서로 맞서고 있다.
이미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패퇴한 민주당의 공세 그리고 농민단체의 규탄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지난주부터 우리의 눈길을 끄는 두가지 소식이 미국에서 들려왔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검찰에 기소돼 4일 법정에 섰다. 뉴욕주 법원의 대배심 23명 중 과반 이상이 트럼프의 혐의를 재판에서 다뤄야 한다고 평결한 것이다.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여배우와 한 성관계 사실을 은폐하려고 회삿돈 13억 달러를 합의금으로 지불하고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었다.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면 형무소를 갔던 많은 한국 대통령과는 달리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는 일은 미국에서는 사상 처음 있는일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트럼프는 내년에 백악관 재탈환을 노리고 있는데 과연 이 ‘세기의 재판’이 그에게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공소장에 적힌 트럼프의 혐의는 무려 34건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모두 부인했다. 민주당 검사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부당한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낙 이런 이벤트(?)를 여론몰이로 이용하는데 탁월한 사람이어서 이런 일련의 일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는 지금 정치 공세에 희생되는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재판을 전후해 트럼프 지지층이 더욱 결집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 규칙을 공개했다. 한국의 배터리업계가 혜택을 받게 된 모양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해 가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온 양극제와 음극제를 부품이 아닌 광물 처리 과정으로 인정하면서 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독소조항들은 그대로여서 걱정과 우려가 많다고 전해진다.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그렇고 배터리업계가 환영했던 중국산 광물도 2025년 이후로는 수입국을 바꿔야 혜택이 유지되니 이 또한 마냥 웃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캐나다 입장에서 보면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같은 중요한 광물이 상당량 매장되어 있고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조립하는 전기차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IRA가 불리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캐나다 연방정부는 IRA 세부지침이 나온 직후 이같은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결국은 다른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올해 친환경 기술에 180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었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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