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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의 기자수첩) 불확실성의 시대와 달라지는 세계정세
 
미국의 고민
2021년 8월30일 오후 11시59분 미군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을 떠났다. 20년 이어진 전쟁, 미군 전사자만 2,448명, 전비 2조7천억 달러가 들어간 전쟁에 미국은 아무 소득 없이 도망치듯 아프간을 떠났다. 실패한 전쟁의 대명사 베트남 전쟁 판박이다.
오바마 대통령때부터 중동정책이 변했지만 황급히 철군을 서둔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모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생각했다. 당도 다르고 정치철학도 다르고 지지기반도 다르지만 한가지 같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지구촌에 분쟁이 생길 때마다 미군을 보내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과 막대한 전비를 쓰며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결과는 정말 신통치 않았다. 미국 국민들은 왜 소득 없는 전쟁에 천문학적 전비를 쏟아붓고 우리 아들 딸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한국전쟁이 위로를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전쟁이다. 아직도 분단상태에 있지만 대한민국이 경제, 군사면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고 동맹국이니까 보람을 느낄 만하다.
중동정책 변화, 아프간 철군으로 미국은 국제 경찰 노릇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일정부분은 동맹국에게 떠넘기고 “군대 보내 싸워주고 국가 시스템 재정비해주고 질서 유지해주고 그런 일은 앞으로 못하겠다.”

아프간 철군 후 6개월 후에 우-러 전쟁이 발발했는데 미국은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었다. 20년 전쟁에 빈손 털어 쥐고 나왔는데 6개월만에 또 해외 파병한다면 어느 납세자가 좋아하겠는가?
그래서 나토를 앞세워 “군대는 못 보내고 무기는 대줄 테니 싸우는 건 너희가 해라.”
러시아는 그런 미국의 상황을 이용했다 볼 수 있다. “미국과 직접 부딪치지 않는다면 해 볼만하다. 3일이면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깔봤다. 깔봐도 너무 깔봤다. 푸틴은 교병필패(驕兵必敗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라는 사자성어를 모르는 게 분명하다.
마크 알렉산더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72시간이면 상황 끝난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72시간은커녕 400일 넘게 계속되는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대충 중얼거릴 수는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전쟁은 묘한 시기에 일어났다. 중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중점을 두는 시기에 일어났다. 미국의 정책은 도전자로 떠오르는 차이나를 압박하는데 있다. 대만 문제도 걸려 있고, 한미일 동맹, 호주 등 인도-태평양 전략에 중점을 두는 시기에 일어났다.
KIEL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2월24일부터 12월31일까지 1,120억 달러 전비를 썼다. 그러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전략적 이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2019년 10월 미군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주거지역에서 철군시켰다. 이 결정은 동맹에 대한 배신이었다. 2년후에는 아프간에서 도망치듯 철수했다. 그 후 동맹국들은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 회의에 빠졌다. 우-러 전쟁을 통해 앞으로 미국의 역할이 어디까지 인지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고 동맹을 다독거려 실추된 이미지를 다소나마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

또한 유명무실한 나토가 결속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는 보너스를 챙겼다. 푸틴은 나토 동진이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핀란드 나토 가입을 어떻게 생각할까? EU는 브렉시트 이후 ‘각자 도생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차이나에 주는 메시지도 있다. “대만 침공이 쉬울 것 같지? 러시아처럼 고생해볼 테야?”

미국, 중동에서 극동 아시아로
차이나가 21세기의 주인이 되리라는 주장은1990년 초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2020년 이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차이나가 패권에 도전할 심각한 위험을 지닌 나라로 간주하고 외교, 군사, 무역 분야에서 차이나 봉쇄 작전을 펴왔다. 10여년전부터 언론과 많은 학자들이 신 냉전, 2차 냉전이 도래를 진단했는데 우-러 전쟁으로 구체화 현실화되었다.

차이나 견제에 대해 미어 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차이나를 견제해야 하는데 우-러 전쟁으로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서 안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러시아와 등을 돌려 차이나 품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제 미국은 유럽보다 아시아, 차이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은 차이나의 팽창주의, 패권주의를 견제한다. 대만 문제가 있다. 대만이 차이나의 영토가 맞느냐는 역사적, 국제법상 논쟁을 떠나 대만이 차이나의 일부라고 생각해 공공연하게 대만 통일을 입에 올리고 있다.

대만을 차이나가 차지한다면 거대한 반도체 단지를 독차지하는 경제적 실익도 있지만 태평양을 향하는 시작이 된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영국이 그랬고 현재 미국이 그렇다.
태평양을 향하는 차이나의 야욕은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련선은 1982년 차이나 해군이 작성한 섬과 섬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차이나 해군의 작전 반경을 의미한다. 차이나는 1차 도련선, 2차 도련선, 3차 도련선을 설정하고 있다.

1 도련선은 말라카 해협, 필리핀, 대만, 센카구 열도, 일본, 쿠릴 열도를 잇는 선이다.
2 도련선은 오기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를 잇는 선이다.
3 도련선은 알류산열도, 하와이, 뉴질랜드를 잇는 선이다.

차이나는 2020년까지 2 도련선까지 해군 작전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아직 대만이 들어가 있는1도련선 확보조차 완전하지 않다. 1 도련선 안에 들어가 있는 필리핀은 차이나의 위협에 속수무책이다. 필리핀에 있던 미 해군기지는 1992년 철수 했는데 미국과 필리핀은 미군이 다시 주둔하는 문제를 놓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2027년 후 차이나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과연 대만과 전쟁
할 수 있을까? 우-러 전쟁이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는 차이나에 비중을 두고, 안보는 미국에 비중을 두어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고 있는데 2021년부터 경제보다 안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작년 4월 차이나는 “우크라이나 꼴 날래?”라고 호주를 위협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과 호주는 차이나에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러시아 꼴 날래?”
대만과 전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있어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 같은 존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대만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만과 전쟁이 어려운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상륙작전을 해야 하는데 차이나는 상륙작전 경험이 없다.
있다면 660년 나당 연합군이 상륙해 백제를 멸망시킨 정도인데 1,300년전 상륙작전 경험이 현대에도 유효한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그리고 전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실전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미국과 달리 차이나는 실전경험도 턱없이 부족하다.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다 망신만 톡톡히 당했고 최근 전투 경험이라면 인도 국경에서 인도군과 돌멩이와 각목으로 전투를 벌린 경험이 있을 뿐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하드웨어는 미국의 80%정도 따라왔다고 해도 전쟁을 운용하는 기술면에서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우-러 전쟁에서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미국과 나토가 우수한 첨단무기를 제공하는 이유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 4차 산업을 이용한 전술과 무기체제를 전쟁에 적용시키는 시스템이다. 이런 노하우는 몇 년 사이에 따라잡을 수 있는 과제가 아니므로 차이나도 우-러 전쟁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다.

차이나가 패권국가 될 수 있을까?
전쟁 수행하는 시스템에서도 미국을 이길 수 없지만 경제, 금융, 사회제도 등에서도 차이나는 아직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로 차이나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원유결제를 위안화로 하겠다는 등 언론에서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고 전하는데 아직은 위협하고 거리가 멀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외환 보유고 중 달러가 58%, 유로가 20%를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는 2.6%로서 아직은 달러 패권 위협한다고 말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나 작은 균열로 거대한 뚝이 무너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국은 차이나가 따라오려고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산이 있다. 인터넷 통제, 언론통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직된 독재 권위주의 사회인 차이나가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자유가 바탕이 된 사회, 인권,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된 사회, 사회적 구성원들 사이의 네트워크, 투명한 절차, 민주적 사회제도 등이다.
영국이나 미국이 패권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군사력이나 과학기술, 정치기법도 큰 역할을 했지만 사회적 자산이 없었으면 패권국가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중화사상에 찌들어 주변국가들을 소수민족을 무시하고 힘으로 누르려는 차이나가 패권국가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은 소수민족 자치구에서 해당 소수민족이 그 나라 언어로 수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차이나 어로 수업하게 강제했다. 내몽고 자치구에서는 몽골어 수업 대신 만다린 어로 수업을 해야 하고 조선족 자치구에서도 조선말 대신 만다린 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
이는 소수민족말살정책으로 200년 300년 전에 미국과 영국이 쓰던 원주민 말살 정책을 21세기에 쓰고 있다.
스스로를 대국이라 칭하면서 남의 나라 역사 도둑질해 ‘고구려는 차이나 지방정권이다.’ 라고 우기는 차이나가 패권국가 지위를 누릴 날이 올까?
차이나 개혁 개방의 아버지 등소평은 이런 말을 남겼다. “앞으로 100년 안에는 미국과 대적할 생각을 하지 말아라.”







기사 등록일: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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