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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4월 14일일자
 
 
필자는 토론토 노스욕이란 곳에 산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다운타운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번화한 지역이다. 번화라고 했지만, 엉성한 한국식당과 미용실의 간판 그리고 언제봐도 추레해 보이는 옷차림들이 낯설지 않은, 한국에서 보면 지방의 작은 도시 중심가 정도 수준의 코리안타운이다.
캘거리에서 이곳에 왔을 때는 다운타운 인근에 살았는데 한국 정서가 그리워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한국 상점이 많은 곳에 살아야 한인들을 자주 마주치고 덜 외롭기 때문이었다. 특히 다양한 음식을 파는 한식당들은 탁 막혔던 숨구멍을 뚫어주는 듯 했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면 서양 펍 보다는 삼겹살에 소주가 제격이지,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노스욕을 살다보니 종종 그리운 풍경이 하나 생기게 됐다. 그래서 다운타운을 내려갈 기회가 생기면 꼭 가보는 곳이 있다. 온타리오 호수다. 바다 같이 크고, 바다를 닮아가고 싶어하는 호수다. 그래서 바다처럼 해변도 있고, 바다처럼 제법 파도도 친다.
엊그제 거의 1년만에 그 호수를 가보았다. 그리고 윤슬을 보았다. 윤슬은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우리말인데, 햇빛 좋은 낮에는 은빛으로, 해질녘에는 금빛으로 빛이 난다. 하늘 색이 늘 바뀌듯 물색도 항상 변한다. 햇빛이나 달빛이 좋은 날이면 종종 볼 수 있는 윤슬이지만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 봄바람이 살랑이며 물비린내와 함께 콧끝을 타고 들 때면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파라솔과 의자들이 나와 앉은 레스토랑의 파티오들. 호숫가를 조깅하는 사람들의 반바지와 그 곁을 지나는 젊은 아이들의 반소매 티셔츠들. 긴 겨울을 견뎌낸 인고의 한풀이를 하듯 모든 것이 화려해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캘거리도 이제 막 두 자릿수 기온을 되찾았으니 때이른 봄타령만은 아닐 듯 싶다. 이 정도면 백야드의 텃밭을 발로 밟아보며 씨앗을 심을 수 있는지 쿡쿡 눌러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법한 4월, 그리고 중순이다.

먼저 전세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스파이 활동부터 전한다.
지난 주말 미국 정보당국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고위인사들을 도청 또는 감청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가 유출되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사령탑을 대상으로 감청이 되었고 그것도 미국이 아닌 한국 국내에서 감청을 통해 정보가 수집된 것으로 보여 이같은 미국의 스파이활동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1백여쪽에 달하는 이 기밀문건의 주된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최근 현지 상황이다. 이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의 어느 나라의 군장비를 얼마큼 받을 것인지 또 그 장비들을 받아 언제 훈련을 하는지 또 양쪽 군의 병력이 어떻게 포진되었고 어느 방향으로 진격하는 지 등 군사작전과 관련한 최신 정보들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정치외교적인 기밀사안들과 중국, 중동, 인도 태평양지역의 군사기지 정보와 테러리즘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도 문건에 담겨 있는데 미국은 이같은 정보를 도감청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건에서 드러난 한국의 도청 사례는 당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내용인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포탄 지원 요청을 놓고 두사람이 갈등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미국에 지원하는 포탄이 결국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는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책에 위배되고 또 이를 들어준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제공이라는 두 사안이 ‘거래’로 비춰질 수 있으니 차라리 폴란드로 우회 수출하면 어떠냐고 두사람이 의견을 나눈 내용이다.
사실 미국이 한국이나 다른 동맹국들을 감청하거나 도청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사실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적인 감청활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대한민국 대사관 도청사건(1970년대)이 있었고 2005년에는 하와이 AT&T 감청소를 통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전화와 이메일, 팩스 등을 감청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은 이런 사태가 생길 때마다 “조사중”이라며 시간끌기로 여론을 잠재웠고 어떤 대응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자국을 위협하는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변명했다.
게다가 미국은 불과 며칠 전에만 해도 세계 정상들을 모아놓고 스파이웨어의 확산과 남용에 대응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중국의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퇴출하고 틱톡의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이 동맹국의 민감한 정보를 빼돌린다는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누가 더 ‘나쁜 놈’인지 구분이 어렵다.
누군가 내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엿듣고 있다면 형사고발해서 엄벌에 처해야 할 터인데 방미를 앞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흔들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파장을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도둑질을 하고 들켜도 반성은 커녕 또 도둑질을 하는데 ‘주인’은 계속 별 것 아니라고만 하니 우리는 뭐가 그렇게 아쉬운 것만 있을까.
2013년 스노든의 폭로 이후 대통령 통화내용과 국영 에너지기업 네트워크를 감시당한 브라질은 강하게 미국에 항의하면서 당시 이미 일정이 잡혔던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했었다.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의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 항의하며 소송을 준비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였다. 토론토 시영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니, 하면서 의무적으로 읽기를 스스로 강권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책의 출판이 1949년이라는 사실이었다. 작가의 예견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도청하고 감시하면서 언어와 사고를 통제해 영구적인 집권을 기획하는 소설 속 가상의 국가가 지금 미국은 아닌지, 소름이 끼친다.

한국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을 놓고 여야가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국회의원 100명이 토론을 벌여 합의안을 도출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전원위는 국민적인 관심사를 놓고 소신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고 논쟁하는 토론의 장이다. 20년만에 열린다고 한다. 이번 의제는 선거제다.
선거제는 승자독식, 지역 대립을 초래하는 소선거구의 폐해가 지적될 때마다 늘 거론이 되었던 이슈였다.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군소정당들이 연대하며 한국의 정치 토양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과연 기득권을 가진 여야가 민심의 눈높이까지 자세를 낮출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미 전원위를 임하는 각 정당의 스탠스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각 당마다 그리고 의원 개인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밥그릇’ 싸움이어서 민심에 기반한 선거제 합의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서 한국 보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쪽 해커들이 올해 초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의 운영을 방해해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내용이 기밀문건에 담겨있다고 알려졌지만 정부는 사실 확인 또는 부인에 대한 일체의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동산 경기나 물가상승이 아닌가 싶은데 일단 금리가 계속 동결될 분위기여서 긍정적인 지표들에 좀더 눈길이 간다. 부동산은 분명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지표가 혼재하고 있어 언제쯤 돌아설 지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국세청의 파업도 신경쓰인다. 세무사들은 세금신고를 서두를 것을 권하고 있다. 아무래도 업무의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평소에도 애를 태웠던 국세청 전화통화는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칼럼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윤슬에서 필자는 봄의 기운을 한껏 느꼈다고 전했는데 햇빛에 비치는 반짝이는 보석 같은 윤슬에서 삶의 의미를 짚어보았던 시인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시인 맹문재는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시에서 “아주 잠깐이었지만 /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보다가 깨달은 일은 / 아름답게 죽는 것이었다 /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 (중략) / 아주 잠깐이었지만 /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보다가 깨달은 일은 / 아름답게 사는 일이었다”라고 썼다.
세상이 바쁘게 흘러지나가도 자연은 어김없이 때 맞춰 꽃을 피우고 겨울잠을 자던 짐승들을 깨운다. 시간은 무겁게 흘러간다. 한 순간 한 순간도 가치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한국은 엊그제 강풍에 큰 피해를 입은 모양이다. 강릉의 산불로 엄청난 산림과 시설물이 훼손되었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해마다 봄철만 되면 동해안 기상 특성인 양간지풍이란 태풍급 강풍이 불어 대형 산불이 발생하곤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한국의 산불 소식이 안타까운데 여기 캐나다의 봄날 하늘은 무심하게도 왜 그렇게 높고 푸른가.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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