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바람은 어디서 불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볼 수도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 냉기를 머금은 가을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자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진다.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표현한 시인도 있지만 낙엽은 온갖 풍상을 견디고 살아온 거친 촌부의 손마디를 생각나게 한다.

낙엽… 이 간단한 단어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자연의 섭리가, 만남과 이별, 애증의 교차가, 죽음과 윤회가, 우리네 인생 그 자체가 그 속에 담겨있다.

시린듯 푸른 하늘과 가을걷이가 끝난 누렇게 퇴색한 끝없는 대평원이 펼쳐진다. 곱게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 위로 낙엽이 한 개 떨어진다. 발등 위로 가을이 굴러간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풍요롭게 향기로운 이 가을에 사람들은 낙엽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왜 이 계절을 아프게 보낼까.

저녁 나절 낙엽의 모습은 쓸쓸해
바람에 불릴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서로 몸을 의지하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몸에 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구르몽은 부드럽고 나즈막한 음성으로 잎이 떨어진 자작나무 숲과 낙엽에 덮인 잔디위로 우리를 안내한다. 낙엽과 더불어 저물어 가는 가을의 공원. 벤치 위에 식어버린 커피를 두고 구르몽의 시 한편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인생의 철리(哲理)를 알려줄까.

어둠, 어둠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어느새 조용히 찾아온다. 밤이 주는 평안과 정적이 부담이 될 때 허망했던 지나간 세월에 진한 회한을 느끼며 마음은 허공을 맴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진한 어둠 속에서 새벽 정거장 희망의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처럼 빈 가슴이 허공을 맴돈다.

어느 항구에도 정박할 수 없었던 항해, 단 한번도 정상을 밟지 못한 등산, 산다는 것이 바람에 뒹구는 낙엽처럼 끝없는 방황이란 말인가. 승리자와 함께 싸운 것보다 패자와 함께 싸운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롯셀의 영혼처럼 뒹구는 낙엽의 방황의 끝은 어디일까.

차가운 북풍이 불어와
내 맘을 망각의 밤으로 몰아갈 때면
내 가슴속은 추억과 회한으로 가득 차곤 합니다.
그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을 위해 불러 주었던 그 노래들을 ...
이제 뜨겁던 태양의 열기도 식고
낙엽 지는 가을만 남아
바닷가에 남긴 발자국들을
파도는 말없이 지우고 갑니다.

발등에 일렁이는 낙엽을 밟으며 끝간 데 없는 오솔길을 거닌다. 어둠에 잠겨가는 강 건너 다운타운의 야경을 보며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인생인가를, 이 사랑스런 대지를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발 밑에 밟히는 낙엽은 머잖아 내릴 눈 속에 덮여 혹독한 얼음 밑에서 자신을 버리며 자연으로 귀의해 새로운 생명의 자양분이 되 봄에 피어날 새 생명으로 부활하리라. 낙엽은 소녀의 감상이 아니라 방황 끝에 삶의 의미를 깨닫는 중년 남자의 가슴에 들려오는 영혼의 소리이다.

*CN드림 독자 여러분, 위험하고 영원한 11월에 뜻하지 않은 앨버타의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가을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내년을 위한 도약의 가을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