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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그레샴의 법칙을 생각하며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16세기 영국의 무역상이자 금융인 토마스 그레샴(1518-1579)은 “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라고 했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 지금은 종이로 만든 지폐를 쓰고 동전은 보조화폐로 쓰이지만 그레샴이 살던 시절에는 은화 10만원어치를 만들려면 은 10만원어치를 사서 만들었다. 은 10만원어치를 사서 만원짜리 은화 10개를 만드는 것이다.

즉 국가에서 돈을 찍어내려면 그만큼의 금이나 은이 필요했다. 그런데 당시 국왕이던 헨리 8세는 머리를 굴렸다. 속된 말로 하자면 잔대가리를 굴린 것이다.

은 10만원어치 사서 만원짜리 은화 10개 만들어 시중에 유통하면 남는 게 없고 본전치기 하는 것 아닌가. 즉, 똔똔이다. 내가 아무리 국왕이지만 나도 사람인데 이왕이면 남는 장사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일일이 무게 달아 가며 쓰는 것도 아닐테고 은에 다른 걸 조금 섞어서 만들어도 그걸 누가 알겠어?

시중에는 불량 금화, 은화가 나돌기 시작했다. 만원짜리 은화가 10g인데 9g, 8g짜리 은화가 나돌고 순도가 떨어지는 금화, 은화가 나돌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르고 썼으나 곧 뭔가 낌새가 이상 한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이 돈은 가볍지? 왜 이 돈은 저 돈보다 딱딱할까?”

“그렇다면 좋은 돈, 정량대로 만들어진 양화(good money)는 아껴두었다 나중에 쓰거나 녹여서 금괴로 만들어 장롱 깊숙이 넣어두고 정량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가볍고 순도가 떨어지는 나쁜 돈(bad money)부터 쓰자” 사람들은 감촉이 더 부드럽고 무게가 정량인 좋은 돈은 장롱에 모셔 두고 나쁜 돈부터 쓰기 시작하였다.

좋은 것은 내가 갖고 나쁜 것은 남을 주려는 이런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으로 이런 현상을 두고 그레샴은 악화(bad money)가 양화(good money)를 몰아낸다고 말했다.

그레샴으로부터 400년이 지난 지금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내는 현상은 경제계나 금융계뿐 아니라 사회적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즉, 사회 병리현상을 비판하는 용어로 많이 쓰이는데 바람직하지 않거나 나쁜 일, 열등한 것이 올바르고 정당한 것 보다 가치를 인정받고 우월한 위치에 서는 반사회적 현상에 쓰이는 말이 되었다.

예를 든다면 다수가 부정부패에 물들어 부정과 거짓 불의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소수의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향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면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융통성 없는 고집불통으로 몰아세우는 병든 사회현상을 비판할 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할 수 있다.

에드몬톤 한인회에서는 11월29일 오픈 하우스를 해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이에 순진한 교민들 양승찬, 이동성, 이재웅, 정명진, 황희수는 그 말을 철석 같이 믿고 한인회를 찾았다. 그 동안 궁금했던 자료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그러나 이들의 순진한 생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사회 회의록은 이사장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못 보여준다. 나머지 자료도 사전에 열람 신청을 하고 왜 보려고 하는지 이유를 대고 회장 면담을 해야 한다고 하니 이것은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오픈 하우스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바쁜 시간에 자료 열람하러 왔다 낭패를 당한 교민들이 무성의한 태도를 항의하자 김주석 한인회장은 자료열람 하러 온 교민들을 업무방해 하는 난동범으로 몰아 10년간 한인회관 500m이내 접근금지 시킨다고 벼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회 부조리의 단면을 나타내는 것이다.

에드몬톤 한인회라고 하면 대부분의 교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관심도 없고 끼고 싶지도 않고 오십 보 백 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또는 “한인회는 어디나 내가 잘났다고 싸우지요. 에드몬톤뿐 아니라 다 똑같습니다” 라고 양비론을 펴는 교민들도 많이 있다. 무관심한 교민들이나 양비론을 펴는 교민들 모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을 충분히 이해 한다.

그러나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부정이나 부조리보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보편적 생각을 갖고 본다면 어느 것이 나쁜 돈인지, 어느 것이 좋은 돈인지 보인다.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불편부당이나 중용이 균형 잡힌 시각이고 중립적 사고라는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당쟁이나 사화를 겪으며 나와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 입장을 취하는 것이 무난하다는 생각이 형성돼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데카르트는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공평하게 배분돼 있는 것이 “양식(良識)”이라고 했다.
우리 한인들이 캐나다 사회에서 뿌리내려 살아갈 것이라면 한인회가 안고 있는 문제나 사안에 대해 도덕적, 합리적, 객관적 양식에 바탕을 둔 의견과 논평을 개진함으로써 합의와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보편적 양식(良識)으로 판단하자면 양비론이나 무관심은 비겁한 것이다. 왜냐면 모든 문제, 모든 사안은 쌍방에게 모두 잘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양식이 비춰 문제나 사안을 본다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비곡직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등록일: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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