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자유당, 단독 과반 확보 - 보궐선거 3곳 모두 승리해 174석 확보…야당 도움 없이 국정 운영 가능
마크 카니 총리가 일요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이제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14번째 총리가 되었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13일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정치 지형은 ‘협치’에서 ‘단독 추진’ 체제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공석이 된 3개 지역구에서 동시에 치러졌으며, 자유당은 토론토 지역 두 곳에서 압승을 거두며 과반 고지를 넘어섰다. 토론토 유니버시티–로즈데일에서는 자유당 후보 다니엘 마틴이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고, 스카버러 사우스웨스트에서도 돌리 베굼이 큰 격차로 당선됐다. 퀘벡 테르본 지역구에서는 14일 새벽까지 접전이 이어졌지만 자유당의 타티아나 오귀스트가 승리를 확정지었다.
선거 전까지 171석으로 과반(172석)에 단 1석이 부족했던 자유당은 이번 승리로 총 174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하원 의장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한 안정적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 승리와 야당 의원들의 연이은 이탈이 맞물리며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캐나다 정치사상 첫 사례로 기록됐다.
자유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월 저스틴 트뤼도 전 대표가 10년 집권을 마무리하고 사임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이후 마크 카니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에 전격 등장했고, 판세를 뒤집는 계기가 마련됐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지만, 이전까지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이었다. 그럼에도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뒤,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대한 반발 여론을 발판으로 자유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소수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이후 1년여 만에 보궐선거 승리와 의석 확장을 통해 과반 정부까지 이끌어내며, 카니 총리는 소수정부 출범 이후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14번째 캐나다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카니 총리는 당선된 자유당 후보 3명에게 축하를 전했다. 그는 X에 게시한 성명에서 이번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 후보들이 "캐나다의 결정적인 순간에 민주주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 야당 협조 끝…정책 속도·일관성 ‘대폭 강화’
그동안 자유당은 소수정부로서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신민주당(NDP) 등 야당의 협조에 의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 기후 정책, 재정 지출안 등이 수정되거나 지연되는 등 ‘정치적 거래’가 반복돼 왔다.
하지만 과반 확보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유당은 이제 야당 동의 없이도 법안과 예산안을 독자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정책 추진 속도와 일관성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정부 불신임 투표에 따른 조기 총선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되면서, 마크 카니 총리는 최소 2029년 총선까지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카니 총리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해 국방비 대폭 확대, 유럽·아시아와의 무역 다변화 등을 추진해왔다. 그는 “지금은 기존 방식의 정치가 아니라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강한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자유당은 보수당을 큰 격차로 앞서며 정치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 보수당 ‘흔들’…민생 불만은 여전한 변수
반면 보수당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소수정부 체제에서 조기 총선 압박을 통해 정치적 주도권을 노려왔지만, 자유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이러한 전략은 힘을 잃게 됐다.
특히 최근 이어진 의원 이탈과 당내 불안정까지 겹치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보수당이 지도부 교체와 정책 재정비 등 ‘재건 과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포일리에브르는 월요일 저녁 자유당의 승리를 '냉소적인 권력 장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카니가 이끄는 자유당은 총선이나 오늘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배신한 정치인들과의 밀실 거래를 통해 얻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자유당 역시 과제는 남아 있다. 높은 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식료품 가격은 2022년 이후 20% 이상 상승했고, 실업률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강한 메시지는 있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생활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계층일수록 자유당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유당은 안정적인 의회 권력을 확보했지만, 민생 문제 해결 여부가 향후 정치적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