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술기넘어 고개밑에 그들은 살아있을까’ 책을 읽고_글 : 김민식 (발행인)
아내와 어린 네 자녀를 평생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한 사나이의 눈물겨운 피난 수기
15세때 헤어진 어머님을 평생 애타게 그리워 했던 김덕선 장로, 1989년 첫 북한 방문길에 고향 원산을 찾았으나 어머님은 8년전 이미 별세하셨다는 말을 형제들로부터 듣고 묘소에서 통곡하는 김 장로  
지난 10월 캘거리 교민 김덕선 장로는 ‘술기넘어 고개밑에 그들은 살아있을까’란 책의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본 책은 김 장로의 아버님인 고 김순기님(1994년 별세)이 쓴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피난생활 속에서 겪은 것들을 틈틈히 메모해 둔 18권의 수첩을 아들인 김덕선 장로가 유물로 물려받았고 20년간의 노력 끝에 한글과 영문판 두권의 책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눈시울을 글썽였는지 모른다. 물론 캘거리에 함께 사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였기에 감정을 자극시킨 부분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김순기님의 피난 수기에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사연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원산에서 아내와 자녀 다섯을 두고 행복하게 살던 김순기님은 그의 나이 40살에 한국전쟁이 터졌다. 아버님대부터 목사였고 반공활동으로 인해 반동분자로 박해 받던 김순기님 가족들은 이참에 공산주의 치하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북으로 진격했던 남한과 연합군들은 중공군들의 반격으로 다시 밀려 남으로 내려오던 1950년 12월, 김순기님은 남쪽으로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피난을 떠난 상태에서 김순기님은 부득이 장남 김덕선군(당시 15세)만을 데리고 잠깐 분위기만 확인하고 다시 가족들을 데리러 온다고 한 것이 그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분단이 되어버렸고, 결국 1950년 12월8일은 그런 비극의 시작이 된 날이 되었다. 이 책에는 김순기님이 장남을 데리고 피난 다니면서 그리고 부산에 정착해 살 때까지의 약 2년간의 힘든 여정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아내와 네 어린 자녀 그리고 어머니를 북에 남겨두고 생사도 모른채 평생을 살아가야 했던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속에서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들은 계속 이어진다. 명절 때면 홀로 뒷동산에 올라 가슴을 치며 “술기 너머 고개 밑에 그들은 살아 있을까?”라며 통곡하던 때, 기쁜 일이 있어도 가족 생각에 눈물을 훔쳐야 했고, 어딘가에 원산 출신이 있다고 들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가족들 근황을 캐 묻던 일, 북한이 식량난을 겪는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 아파해야 했던 바로 그 사나이.

(작가의 아버님 김석현님은 연대 세브란스 의대 출신으로, 원산에서 부시장까지 지낸 인사인데 1947년 공산당에 반대하는 비밀조직인 원산 지방정치 지도원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붙잡혔고 전쟁 당시 3년 징역 선고를 받고 아오지 탄광에서 복역 중이었다. 이후 사형 당한 것으로 알려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꾸만 나도 모르게 나를 그 상황에 대입시켜 보게 되었다. 만약 지금 전쟁이 터져 졸지에 내가 부모님과 아내와 딸과 헤어지고 아들만 달랑 데리고 나와 객지에서 떠돌며 살고, 평생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채 살아가야 했다면, 그 심정이 어땠을까......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드라마나 소설 등으로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민간인의 시각에서 특히나 월남민이라는 이유로 더 핍박을 받아야 했던 한 평범한 시민의 수기는 어떠한 것보다도 더 현실감있게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있다. 문학인이 아니었음에도 작가의 상당한 글솜씨를 엿볼수 있었으며, 특히나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담백하게 글로 옮긴 작가의 진실성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당시 15세였던 장남 김덕선 장로는 평생 큰 아버님을 원망하며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가족들만 모두 챙겨서 내려온 큰 아버님 내외분 때문에 정작 자신의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큰 아버님 내외분께 용서를 비는 큰 절을 올리는 장면의 내용도 차마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대목 중 하나이다. 63년전 ‘덕선아 잘 가거라’라며 손을 흔들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평생 아픈 기억으로 간직해야 했던 김 장로의 애절한 심정이 곳곳에서 절절히 느껴진다.

그렇게 가족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평생을 지내던 김 장로는 드디어 북한 방문길에 나서게 된다. 첫 방문이었던 1989년, 형제들은 만났으나 어머님은 8년전 이미 돌아가셨음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고, 어머님 묘소에서 흐느끼는 김 장로의 모습은 읽는이로 하여금 통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후 총 5번의 북한 방문을 통해 김 장로 부부는 형제와 조카들에게 평생 줄 수 없었던 한 많은 사랑을 아낌없는 부어 주었다.
1994년 돌아가신 아버님(김순기님)의 유해를 원래는 어머님 묘소에 같이 합장해 드리고 싶었으나 북측의 반대로 결국 유해를 가지고 가지 못하고 나중에 캘거리에 모시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도 어김없이 가슴이 미어져 내렸다.

끝으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작가는 남한에 가면 자유주의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피난생활중에 만난 경찰과 군인들의 무자비함에 놀랐고 사리사욕에만 눈먼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남한 땅에 크게 실망했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게다가 미군정이 한민족의 특성과 상황은 배려하지 않은 채 여타의 제국주의식 통치로 인해 발생했던 피해들에 대한 지적들도 담겨 있었다. 요즘이라면 몰라도 전쟁 당시에 이런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작가의 통찰력과 식견이 필자를 상당한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당시 월남민들 대다수가 편향적인 사상이 강했던 것을 감안해 볼때 더더욱 그렇다.
실제 전쟁 당시 남한의 정치인들과 기득권자들의 부조리와 억압으로 인해 똑똑했던 많은 남한의 젊은이들이 공산당의 유혹에 쉽게 빠졌고 그래서 동족간의 비극이 더욱 커질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대목에서 필자는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나오는 대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라가 공산당을 맹글고 지주가 빨갱이를 맹근당께요.”

책 구입 안내
문의) 403-875-7911
가격) 12불

기사 등록일: 2013-12-06
운영팀 | 2022-06-01 11:01 |
0     0    

책 소개 1편
https://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345&code2=1&code3=280&idx=11256&page=0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해외근로자, 내년부터 고용주 바..
  CN Analysis - 2024 예..
댓글 달린 뉴스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오일러스 플레이오프 진출에 비즈.. +1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돈에 관한 원칙들: 보험 _ 박.. +1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