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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죠......연재 칼럼)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9/20) ,, .글 : 어진이
사진 출처 : 글로브앤 메일 
글 작성일 2004년 3월 7일

병원에는 Constant Care라는 것이 있다. 무엇인가 하면 중환자는 아니지만 항상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대개는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들이다. 낮에는 간호사들이 많고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괜찮은데 밤에는 잘못하면 잠옷바람에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가 겨울에는 얼어 죽는 사람도 생기기도 하고, 교통사고라도 나면 병원이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항상 한 사람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Joe는 정신질환이 좀 심한 환자였다. 40대 중반의 키가 자그마한 사람이였다. 뇌수술을 두번이나 받았단다. 머리에 커다란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전직이 Chartered Accountant (공인 회계사)라고 했다. 카나다에서 CA가 되기 힘들고, 일단 되고 나면 앞날은 탄탄 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직종이었다.

어쩌다가 정신 병동에 오게 되었는지, 왜 두번씩이나 뇌수술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볼때마다 참 안됐다고 생각하곤 했다. 다른 full-time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constant care를 아주 싫어 한다. 이유는 일단 constant care를 하면 환자와 똑같이 8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이었다. 난 주로 주말에 evening shift가 아니면 mid-night shift에 일을 했고 constant care는 주로 내 차지가 됐다. 사실 난 constant care를 좋아했다.

간호사들은 내가 Joe와 함께 있게 되면,
“Joe, look! who’s here! You have your friend tonight.” 했다. Joe는 정신이 오락가락했지만 정신이 있을때 내가 가면
“Hey, my friend!” 하며 끌어 안았다.

밤에는 옆에서 자지 않고 지키고만 있으면 됐다. 밤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고, 자기 몸을 자해하지 못하게 지켜 보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밤에는 대개 수면제를 주기 때문에 Joe는 잠을 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함께 이야기해 주고 간단히 씻겨 주었다. 난 constant care를 하면서 숙제도 하고 시험 준비도 했다.

나는 주말을 거의 Joe와 같이 보냈다. Supervisor에게 전화를 했더니, 금요일 저녁에 오지 말고, 대신 토요일 낮 (7am-3pm)에 일을 하라고 했다. 역시 Joe와 함께 있어야 한단다. Constant care는 밤이 훨씬 편했다. 낮에는 아주 고됐다. Joe가 돌아다니니까, 항상 따라 다녀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못가게 하면 화를 냈고, 어떤 때는 몸싸움도 해야했다. 정신이 살짝가서 복도를 군인처럼 두팔을 흔들며 활보를 하면 나도 똑같이 미친 놈처럼 행동을 해야 했다.

오늘은 Joe의 생일이란다. 생일을 정신병동에서 보내는 Joe가 안쓰러웠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결혼은 했을텐데… 자식은 있는지…’
오전 11시쯤, 간호사가 곱게 늙은 할머니를 한분 데리고 왔다. 칠순이 넘은 Joe의 어머니였다. “Hello, Joe~! Happy birthday!”
“………”
반가워서 끌어 안는 어머니를 쳐다 보지도 않고, 바닥만 내려다 보는 Joe가 야속했다.
‘어머니를 끌어 안고 환하게 웃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Joe의 어머니가 옆에 있어도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그게 규칙이였다. 오래간만에 모자의 회포를 푸는데, 내가 방해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Joe의 어머니는 샌드위치 봉지에서 뭔가 꺼냈다. Cake이라기에는 너무나 작고 cupcake라기에는 조금 컸다.
“Joe야, 생일 축하해!”
“………”
어머니는 cupcake에다 작은 초를 하나 꽂았다. 정신질환 환자에게는 성냥이나 lighter는 금물이였다.
촛불을 켜지 않은 초라한 생일 cake(?)!!!
저게 어머니의 마음일텐데…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쓰릴까!
“내 아들이 CA이라구요!” 아들 자랑하던 Joe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Joe는 무표정하게 cupcake를 먹으려고 했다.
“Joe, 잠간만 기다려!”
“……”
단추를 눌러서 간호사를 불렀다. Constant care방에서 단추를 누르면 간호사들이 총알처럼 뛰어 왔다.
“어진아, 무슨 일이야?”
“야~ 오늘 Joe의 생일인데, 초에다 불을 켜면 안될까?”
“글쎄~”
“너랑 나랑 있는데, 어때?”
“알았어!”
간호사가 얼른 성냥을 가져왔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때는 간호사들이 nursing station에서 담배를 피웠다. 정말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었다.)

촛불을 켜고 Joe어머니랑, 간호사랑, 나랑 셋이서 “Happy Birthday”를 불러 주었다. Joe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그 미소가 쓸쓸해 보였다!
“불을 꺼야지…” Joe의 어머니가 말했다.
후~~ Joe는 불을 끄자마자, cupcake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가슴이 꽉 메어져 왔다!

칠순 노모는 대견한듯이,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병동에 있는 아들의 생일날, 자그마한 cupcake를 들고 찾아온 칠순 노모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나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어쩌면 평생을 정신병동에서 지내야 할 Joe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가슴이 메어져 왔다.

Cupcake를 다 먹고 난 Joe는 종이에 붙어 있는 cupcake부스러기를 이빨로 긁어 먹고 있었다!

기사 등록일: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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