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접힌 빨래건조대가 담벽에 몸을 기댄 채 휴직 중이다 지금은 건조기계에 밀려난 그녀도 한때는 활짝 피어나던 생이 있었다 올망졸망 무지개 같은 자식들 날개처럼 바람에 달고 가던 생이 그녀에게도 있었다 비바람에 녹슬어 삐걱대는 관절과 아득한 세월의 속도로 균형을 잃어버린 몸매로는 하루 햇살의 무게도 고단하고 버겁다 빛나는 날 한번쯤 없는 삶이 있던가 세상과의 일별이 이쯤에서 끝나도 나쁠 것은 없겠지만 서툴렀던 지난 날에 대한 미련은 남는 법이어서 적막한 밤하늘을 깨우고 가는 유성처럼 환하게 스러지고 싶은 것이리라 건조대의 쇠살들을 뜯어내 화분마다 지지대로 꽂아 놓았다 산호수 아이비 은사철 천냥금 초록들은 쇠살을 버팀목 삼아 오르며 점령하듯 온통 푸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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