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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과 100년 후 _ 오충근의 기자수첩
 
한일협정 후 최악의 대일 관계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관계가 최악이다. 문제의 발단은 일본의 ‘무역보복’에 있다. 대법원은 작년 10월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에 동원 되었던 ‘조선인’들의 밀린 임금과 보험이나 적금으로 회사에 적립한 돈을 징용 당시 회사가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1월에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이 일본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입장은 65년 한일협정 당시 한, 일 양국이 민간인 피해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되었다는 입장이고 우리측은 국가간 협상이 개인의 동의나 위임 없이 개인의 권리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양국 입장에 대한 법리해석은 책 한 권을 쓴다 해도 부족할 것이다.
일본은 계속 경고를 했다. 만약 한국 내 일본 기업재산을 압류하면 보복하겠다고.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제철의 자산이 압류되었다. 일본은 경고대로 보복을 시작했다. 첫 단계가 무역보복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다. 일본으로서는 한국 무역의 아킬레스 건을 노렸다. 대일무역 의존도가 높고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대부분이 수출시장에서 쓰여지는 핵심 기초소재로서 무역이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으로서는 급소에 해당한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시작된 기해무역왜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의 축소 부정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역사까지 왜곡, 축소, 부정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중성

일본 문화는 한반도에서 건너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에 대해 문화적으로 우월하다고 뽐낼 것은 없다. 문화라는 것은 물처럼 흘러가는 것으로 그리스가 이집트에 대해 새삼 고맙다고 할 필요도 없고 유럽 여러 나라들이 그리스에 대해 문화적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없고 우리가 중국에 대해 문화적 부채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물처럼 흘러 일본에 전수된 문화를 부정한다. 문화전수를 부정하느라고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고 거짓말 했다. 세상에 이런 몰염치하고 비 상식적 집단은 일본 밖에 없다. 일본 왕실의 기원이 백제라는 사실은 일본 왕실도 알고 있고 인정하나 일본은 그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 2000년도 지난 먼 옛날 백제인이 되었던 고구려인이 되었던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숨긴다 말인가?
일본은 19세기 말 서구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서구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한국 중국 등 동양의 여러 나라를 착취하여 오늘의 부의 바탕을 이루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진심이 담긴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더욱 심했다. 이번 징용 배상에 대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일변도로 나가 해당 기업에 절대로 배상에 응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리는 일본이 중국인 징용에 대해서는 화해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강자에는 고개 숙이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나가는 못된 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 후 국제정세가 일본의 이중성에 더욱 나쁘게 작용했다.

도덕성을 잃은 동경 전범 재판

2차대전 패전국 일본에 대한 전범 재판이 1946년 시작되었다. 1월19일 조례가 제정되고 5월3일부터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 결과 7명 사형, 16명 종신형, 금고 2명이었다. 종신형을 받은 16명 중 수감 중 사망한 4명을 제외하고 12명은 1958년 모두 석방되었다. 1급 전범 중 인륜범죄를 저지른 남경 대학살 지휘관 아사카 야스히코(朝香孚彦)은 황족 이라 책임이 면제 되었다. 일본군은 중국 수도 남경을 점령 후 민간인 30만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 지휘관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를 비롯한 참모들은 모든 자료를 미국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면죄 받았다. 1급 전범으로 체포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도 아이카와 요시스케(鮎川 義介)도 처벌을 면하고 석방되었다. 기시 노부스케는 현 일본 총리 아베의 외할아버지다.
전범들의 솜 방방이 처벌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최악의 위선적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독일은 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한 처벌을 받았다. 1차, 2차로 진행된 재판에서 27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군인신분의 전범들은 군법회의 표준인 총살형에 처해 달라고 청원했으나 기각 당하고 모두 교수형에 처해져 군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지킬 수 없었다.
동경 전범재판이 솜 방망이 처벌로 끝난 이유 중에 하나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일본을 대리인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국공내전으로 중국대륙이 불안하고 한반도에는 38도 이북에 소련군이 주둔해 미국은 공산주의를 막을 보루가 필요했다. 연합국 대주주인 미국의 비호 아래 일본의 전범들은 살아남아 극우 세력의 중심이 되었고 이에 용기를 얻은 일본은 사형당한 전범들을 신사에 모셔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일본은 남의 나라 착취해 부를 누리던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고 전범을 모신다고 그 시대가 영광의 시대가 될 수 없다.

100년의 시간, 달라진 것은 없다

100년전 3.1운동이 있었다.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국제정세에 밝은 조선 최고의 지식인 윤치호는 3.1운동을 반대했다. 만세나 부른다고 독립이 되는 게 아니고 국제 정세로 볼 때 조선 독립은 불가능하니 일본에 복종하며 힘을 길러 독립을 하자고 주장했다. 윤치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독립 청원하러 파리 강화회의에 갔었던 김규식 박사나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 호지명은 말도 못해본 채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러나 기회주의적 지식인의 두뇌로는 사유가 불가능한 일이 생겼다. 만세나 불러 당장 독립이 되지는 않았지만 독립을 해야겠다는 민중의 의지가 망명정부를 수립하게 되었고 전 세계에 조선의 독립의지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고 제국주의 압제와 착취에 시달리는 제3세계에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윤치호는 젊은 시절 조선의 부패와 무능, 미개를 개탄하며 민권운동과 계몽운동을 통해 독립정신을 고취하고 조선이 일본처럼 부강해지기를 원했다. 그러나 105인 사건을 계기로 젊은 날의 신념을 버린 윤치호는 친일파로 변신했다. 그 당시 지식인들의 한계이자 기회주의자의 한계였다.
이완용도 3.1 만세운동을 잘못이라며 어리석은 민중에게 훈계를 했다. 일본에 복종해서 잘 살아야지 독립하겠다고 일본을 거역하는 행동은 죽음의 길이라고 했다. 살 수 있는 길을 두고 왜 죽음의 길을 가냐고 민중을 나무랐다. 친일 시인 서정주도 친일을 변명하는 자리에서 “일본이 그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고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그대로 나타냈다.
징용배상에서 시작된 일본의 무역보복 ‘기해무역왜변’를 보는 토착왜구들의 시각과 논리도 100년전 친일 매국노들과 똑 같다. ‘일본은 강하니 우리가 물러서야 한다’ ‘일제 불매운동 같은 감정적 대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이성적 합리적으로 대처하자’고 주장한다. 일본이 강하므로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일본이 그렇게 빨리 망할 줄 몰라 친일 했다”는 서정주의 기회주의적 변명과 다를 바가 없다.

위기는 기회다

기해무역왜변은 그 동안 대일무역에서 겪어왔던 만성적 무역적자와 대일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한 3가지 품목의 대일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으로 포토 레지스트 의 경우 일본에서 91.9%룰 수입한다.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는 일본에서 93.7%를 수입했다.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이 된 지금 수출 수입을 어느 특정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은 언제나 불행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원유의 거의 100%를 미국에 수출하는 앨버타가 파이프라인 건설 좌절로 수출 다변화를 실현 못하고 오로지 미국의 자비에 기대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원천기술 확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수입선 다변화도 하루 이틀에 해결 될 일이 아니지만 이번 기회가 정부와 기업이 상호 협동하여 원천기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은 GDP는 세계 12위, 수출순위는 세계 6위로 무역대국이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양국간 협의도 중요하지만 WTO 규정에 어긋나는지, 또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로 수출규제를 해결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무역왜변에 맞서 국민적 차원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지속적으로 계속하고 일본 관광 안 가기를 거국적으로 시행하여 일본을 압박해 무역보복을 철회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할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뿌리 깊은 왜곡, 부정, 축소를 일삼는 일본에 경고를 해야 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조선 말기 일본의 경제적 예속을 벗어나고자 벌인 국채보상운동을 연상하게 한다. 일본이 제공한 차관 1,300만원을 갚자는 운동인데 친일단체 일진회가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일진회는 일본과 조선이 하나가 되는 게 애국이라고 믿는 친일 매국 확신범들이 모인 단체로 대한매일신보 양기탁과 Bethell(한국명 배설)이 기부금을 착복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요즘 말하는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가 퍼지고 양기탁은 고소 되었다. 법정에서 양기탁의 무죄가 확정되었으나 국채보상운동은 와해된 후였다. 사악한 토착왜구가 이겼다. 토착왜구들은 지금도 일제 불매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하며 입으로는 애국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국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 때는 조선과 일본의 국력이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지금 우리와 일본의 국력, 경제력을 비교해 볼 때 어느 일방이 완패나 완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완승 완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국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일본의 진심이 담긴 사과로 불행했던 과거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신문발행일: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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