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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 <빙벽>을 다시 읽고 나서
 
 
얼마 전 난 고원정(사진) 작가의 장편소설 <빙벽>을 지인에게 빌려주었다가 돌려 받은 적이 있는데, 받아서 책상 위에 며칠 올려놓은 동안 필자는 그 책을 바라보면서 읽을까 말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한 까닭인즉 그 책은 중독성이 매우 강해 누구나 한번 붙잡으면 만사 제쳐두고 읽게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도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한번 시작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빙벽은 1989년 첫 1권이 출간된 이후에 90년대 초반까지 총 9권으로 마무리 되었고, 작가는 주인공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들을 따로 묶어 지난 2003년경 <불타는 빙벽>이란 제목으로 2부작 3권을 새롭게 출판했으니 이제 읽는다면 총 12권이 되는 셈이다.
전에 아내와 친척들에게도 빌려주어 읽게 해준 적이 있는데 모두들 한결같이 빙벽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으며 군대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부들도 이 책을 잡으면 집안 가사일도 모두 팽개쳐 두고 남편 퇴근 직전까지 빙벽만 붙들고 있을 정도로 중간에 손을 떼기가 참 힘든 소설인데, 흥미와 재미로만 따져볼 때 대한민국 최고의 장편소설로 손꼽히는 조정래 작의 <태백산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전두환 독재정권이 수립될 무렵 학사장교(ROTC)출신의 주인공 현철기가 군대에 소위로 전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음모와 술수로 가득한 사회적인 거대한 벽에 맞서 그가 벌이는 외롭고 힘든 투쟁이 주된 이야기다.
총 12권의 적지 않은 분량을 또 다시 식음을 전폐하고 읽어야 하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으나 결국은 그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얼마 전 결국 시작 했고 약 한달여만에 끝냈다.

필자는 1991년 빙벽을 처음 접한 이후 2004년까지 총 6번이나 읽었고 그래서 이번은 일곱 번째 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에 땀을 쥐어 가며 읽었고, 주인공이 외롭게 투쟁할 때 맘속으로 응원했고 소설 말미에 주인공이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마음 아파 하며 또 다시 눈물을 찔금 찔끔 흘리곤 했다.
주인공 현철기는 사회적인 투사나 혁명전사도 아닌 철저한 개인주의자였지만 기성세대의 가치와 제도를 철저히 거부했기에 외롭고 쓸쓸하게 투쟁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의 돌연변이 반항아였던 셈이다. 필자도 젊은 시절 세상의 가치와 제도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살던 사람 중 하나로서(이민 온 동기도 이런 이유 중 하나일 듯) 지나 생각해 보면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소설 속에는 젊은 시절 필자도 흠모한적이 있었던 주인공의 연인 최미우 외에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한결같이 비극적인 시대에 태어나 상처받고 신음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암울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현철기 소위는 군대라는 철저한 통제중심 사회에서도 처절하게 저항하는 모습들과, 무장 탈영한 자신의 소대원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처절한 사투까지 게다가 분단위로 이어지는 소설의 마지막 크라이막스 부분은 가히 소설로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긴박감 및 긴장감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통 소설은 친구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 만큼은 1991년도 신문에 실렸던 매우 인상적인 광고를 보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현암사의 <빙벽>광고에는 깨알 같은 글씨들이 가득했는데 내용인 즉, 책 출판을 위해 작가 고원정씨가 원고를 수시로 편집부 보내오는데 출판사 직원들은 새로운 원고만 도착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본연의 업무들을 제쳐두고 서로 먼저 읽으려고 매번 소동이 벌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 광고를 보는 순간 필자도 당장에 빙벽을 구입해 읽었고 평생 팬이 되어 버렸으니 그 광고는 제법 효과가 있었던 셈인 것 같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작가 고원정은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후 1988년 작품집 <거인의 잠>으로 문단에 파장을 일으켰으며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소설 <최후의 계엄령>은 당시 정치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국내 정치소설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 지금까지 평가 받고 있다. 다가 오는 가을 <빙벽>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얻어 보심이 어떨지.. (발행인 김민식)


기사 등록일: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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