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네번째)
1973년 2월

무지무지하게 추운 날이였다. 이렇게 추운 날은, 토론토 시내에 있는 병원의 응급실은 술주정뱅이들의 임시 숙소로 변했다. 술이 취해서 길거리에 쓸어져 자는 사람들이 얼어 죽을가 봐, 순찰하던 경찰들이 주정뱅이들을 실고 들어 왔다.

‘오늘도 바쁘겠군!’ 아니나 다를까,
“어진아, 빨리와!” 뛰어가보니 한 60쯤 되어 보이는 영감인데 눈이 벌써 돌아갔다. 몸을 가누질 못했다. 경찰과 간호사가 낑낑거리며, 침대에 눕히려고 애쓰고 있었다.
‘잘 먹지도 못한 영감이 왜 이렇게 뚱뚱해!’ 셋이서 겨우 침대에 올려 놓았다. 경찰은 “Good luck guys!” 하며 살아졌다.

간호사와 둘이서 고무장갑을 끼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먼저 신을 벗겼다.
‘와~~! 냄새!’ 둘이서 오만상을 찌프리며 신을 벗겼다. 군화처럼 생긴 신인데 아무리 잡아 당겨도 벗겨지지 않았다. 발과 양말과 신이 완전히 하나였다. 아마 신을 신고 나서 한번도 벗어 보질 않은 것 같았다. 겨우 신과 양말을 벗기고 보니 엄지 발톱은 새끼 발가락만큼 길었고, 다른 발톱들은 발가락의 앞면을 싸고 있었다. “’세상에….” 냄새는 말로 표현을 할수 없고….. 발이 썩어 문드러지지 않은게 신기했다.

옷은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었다.
“도대체 몇겹을 입은거야?”
마지막 껍질(?)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속옷에 손을 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간호사가 “악~~~” 소리를 지르면서 방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lice)였다! 이! 그렇게 클수가! 거짓말 보태지 않고 보리쌀만했다! 속옷을 들치니 “와” 난 평생에 이렇게 크고 많은 이들을 본적이 없었다.

한국전쟁후 우리도 어렵게 살때, 화롯가에서 옷을 벗어 이를 잡았고, 잡은 이를 화로속에 던지면 틱틱 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이정도는 아니였다. Head nurse가 뛰어오고 간호사들이 몰려왔다. Head nurse와 나 이외에는 이를 본 사람이 없었다. 좋은 실습시간이 되었다. 옷과 신은 plastic bag에 넣고 싸고 또 싸서 가지고 나갔고, 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침대 sheet로 문간을 막아 놓고, 소독약을 흥건히 적셔 놓았다. 뚱뚱하다고 생각되었던 영감은 옷을 벗겨놓고 보니, 갈비씨였다. 영감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Head nurse가 불렀다.
“어진아, 오늘 정말 수고 했는데, 한가지 더 부탁할게 있어…”
“뭔데?”
“…… 저 영감 목욕시켜야 하는데….”
“…….”
“그런데 알다시피 남자잖니”
“알았어. 걱정마!”
“어진아, 정말 고마워!”
그 더러운 옷과 양말도 벗겼는데, 목욕쯤이야. 영감의 몸에 닿았던 모든 것은 불태워 버리고, 목욕시킨 다음, 봉사단체에서 보내온 속옷, 겉옷, 코트, 양말, 신, 장갑, 모자까지 싹~ 새로 입히기로 했단다. 그러면 또 한달은 견디겠지?

예수님을 목욕시켜드린다고 생각하면서 목욕을 시켰다. 돼지털 같이 뻣뻣하던 머리칼에 샴프질을 해서 머리를 감겼더니, 누르티티하던 머리칼이 금발로 변했다. 영감은 그때까지 술이 덜 깬 모양이였다. 비실비실했다.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온몸에 비누칠을해서 들어가고 나온 곳을 속속들이 딱아 주었다.
“영감텡이, 물건 (?) 하나는 그럴듯하네!”

간호사가 옷을 들고 왔다. 모두 입히고 신기고 나니, 60먹은 영감이 아니고 40먹은 청년이였다!
‘이 싸나이 사기친거 아냐?’
꼴에 격식을 가추라고 necktie까지 있었다. ‘에~라, 쓰는김에 팍팍 쓰자!’ Tie까지 매주고 나니, 주정뱅이가 아니고 병원을 시찰하러 나온 병원 원장 같았다.

“자~ 모두들 주목해 주세요. 어떻습니까?”
“Wow! Wonderful!”
“So~ handsome!”
모두 박수치고 소리치며 야단이였다.

‘어? 벌써 퇴근시간이 됐네’
“기분이 어때요?”
“아주 좋아! 고마워~!”
“Good luck!” 어깨를 툭툭쳐주었다.
“Thank you very much!”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아직도 촛점을 완전히 찾지 못한 두 눈동자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기사 등록일: 2004-02-06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소득세법 개정… 고소득자..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해외근로자, 내년부터 고용주 바..
  CN Analysis - 2024 예..
댓글 달린 뉴스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4
  오일러스 플레이오프 진출에 비즈.. +1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돈에 관한 원칙들: 보험 _ 박.. +1
  2026년 캐나다 집값 사상 최..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