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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반딧불
한 여름이 복판에 와 있다. 여름날의 무성한 녹음속에 천둥번개가 친다. 쏴아- 한바탕 휘뿌린속엔 그 언제 먹구름이 있었느냐는 듯이 태양빛이 쏟아진다. 무지개가 피어난다. 진짜로 재미있고 의욕에 찬 여름일기를 쓴다. 푸른바다의 파도 같은 여름숨결이 스며든다. 뒷 뜰 안락의자에 앉아 다시 피어 오르는 흰구름을 본다. 가슴뛰는 상쾌한 뭉게구름이다. 왕성한 활동력이 마음에 든다. 여름이야기는 유쾌하다. 어린시절이 그립다. 노란 참외를 띄워놓고 개구리헤엄을 친다. 또래의 악동들이 물장구를 친다. 싫증이 나면 된장을 푼 보쌈을 한다. 피래미와 모래무지가 보쌈속으로 들어간다. 뚝위엔 풀뜯기는 어미소와 송아지가 한가롭다. 소똥구리 벌레는 소똥을 뭉쳐 굴리기에 바쁘고 미루나무엔 말매미가 바리톤이다. 쓰리라미는 베이스로 울어대고, 풀숲의 여치와 베짱이는 테너쯤 될까? 저 아름다운 소프라노는 어떤 아가씨일까? 노란털의 꾀꼬리이다. 꾀꼬리가 뚝방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닌다. 물에 띄운 개구리 참외를 꺼내먹으며 여치집을 만든다. 풀숲엔 여치가 뒤어 놀았고 여치집 속에다 참외를 쪼개어 넣어준다. 참외를 갉아먹으며 여치가 운다. 소나기가 나리면 재빨리 넓은 오동잎으로 우산을 만들어 쓴다. 단짝인 코흘리개 계집아이는 오동잎 우산속에서 좋아라 했다. 가차운 곳에서 뜸부기가 부욱-뜸하고 간격을 두고 울었다. 벌써 코흘리개 단짝은 여치집을 잃어버렸다. 나이롱도 없던 시절이어서 삼베로 만든 팬티가 보이고 찢어진 위옷을 헌집으로 꼬매 입었어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사내아이들은 전부가 맨발이지만 짝궁인 코흘리개만은 검은 고무신을 신었다. 지금은 이름도 모른다. 나이도 모른다. 얼굴은 더군다나 모른다. 살아있다면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되었을 터이다. 코흘리개 짝궁인 그대가 아직 살아있다면 말이다. 그 뚝엔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 달맞이 꽃 위로 반짝반짝 날아 다니는 반딧불을 몇마리 잡아 호박꽃속에 넣어주었지. 환한 반딧불...잃어 버리면 혼나 응! 손에 꼭 쥐어 응.. 초가집으로 오기도 전에 반딧불은 벌써 어디로 날아가 버렸다. 짝궁은 곧잘 잃어버린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뉴욕으로 이민을 온 보헤미안인 드보르작. 힘겨운 이민살이 속에서도 작곡의 길을 걸었다. 100년전에 자유여신상은 괴로움을 달래주는 희망의 꿈이었다. 쓰레기 같은 밑바닥에서 드보르는 꿈을 꾸었다. 신천지로 초대받아와 사는 미래를 꿈꾸었다. 저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반딧불도 징그러운 구더기 시절이 있었다. 성악가인양 단전에 힘을주는 말매미, 쓰르라미, 여치, 베짱이도 모두가 굼벵이시절이 있다. 한마리의 구더기나 굼벵이도 아름다운 하늘을 날겠다는 꿈만으로 7년간을 기다려야 한다. 7년이 지나야 하늘을 날수 있다. 땅속의 굼벵이가 그 어찌 날개를 달고 푸른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할 항거이다. 그러나 굼벵이는 탈바꿈을 하며 날개를 달았다. 미루나무를 향해 날아 오를때의 그 순간만은 벌레가 아닌 천사가 된다. 긴긴 몇 해 동안이나 습기차고 어둔 밑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드디어 꿈을 이룬다. 생명의 예술이 구더기가 창공을 날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기적이다. 매미나 쓰르라미, 여치들도 꽁무니를 파르르 떨며 온 힘을 다해 환희에 띤다. 반딧불은 거듭 태어나는 신앙을 반짝반짝 알린다. 비참한 구렁텅이에 빠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늘나라를 꿈꾼다. 이 미물들은 길어야 며칠에서 보름정도 밖에 살 수 없다. 여름을 노래하다 곧 떠난다. 이 앨버타주엔 매미나 반딧불이 없다. 기후 탓이겠지만 그 대신 날개를 달고 주류인들과 어깨를 겨눌 동포들이 살아간다. 밑바닥 쓰라린 이민을 묵묵히 참으며 자식들의 교육투자로 이겨낸다. 우린 뭘 먹고 살까? 밥보다 꿈이다. 자식들의 미래를 축수한다. 마음속에는 희망이란 꿈이 있다. 보헤미안 같았던 드보르작은 드디어 자유여신상 앞에서 심포니를 지휘한다.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되어 메말라가는 이민자들에게 명상음악을 들려준다. 만병 통치약인 음악으로, 반딧불처럼 훨훨난다. 신앙처럼 꿈을꾸던 과정을 지나 우리들도 훨훨 날 수있다.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반딧불 따라서...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3년 8/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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