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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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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덫을 놓았다가 알아차리고 굴 속으로 토껴 버리면 그나마 잡은 기회도 날려 버리는 게 토끼 사냥이다. 명철은 이번에는 정말 신중히 싸가지를 다루기로 했다. 우선 겁 많은 싸가지 앞에 나타났다간 진짜 영영 굴 속으로 숨어서 절대 김부장이 남긴 보물 숨긴 곳을 불지 않을 것이다. 잠복해서 뒤를 쫓는 수가 최선책이다.

“형님~ 우리도 뭐 좀 변장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유?
예를 들면 노점상이라던가… 떡볶이… 순대…”

싸가지 목욕탕 건너편 문방구 모서리에 서서 목욕탕 쪽을 감시 하고 있던 덕구가 또 한번 명철을 들볶는다.

“지쳐서 댓구 할 힘도 없다”

“고부장 쉐끼… 일 시키면서 진행비라도 줘야 하는 거 아네요?”

“잘 들어… 고부장을 다 믿으면 안돼!”

“에? 그게 무슨 명언이십니까요?”

“좀 이상 한 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너도…”

“핵 형님~ 나옵니다요… 저 시키…”

진짜로 싸가지가 간편한 등산 복장에 조그만 배낭까지 매고 목욕탕을 나선다.

“그냥 확 잡아서 조지는 게 편하지 않을까요 성님?”

“아냐… 저 중 닭이 김부장 따까리 라면…
분명 이상한 짓을 할 꺼다… 따라 붙자…”

원래 싸가지 목욕탕에서 시외 버스 터미널을 가려면 버스로 약 다섯 정거장 정도를 가야 한다. 그런데 싸가지는 버스비… 그게 아까워서 걸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모르고 두 멍충이는 마냥 쫓아 가는데… 다리가 아프다. 이 와중에도 싸가지는 뭐가 그리 좋은 지 노래를 흥얼 거리며 걸어 간다.

“그~~ 리 우면 왔다가… 싫어 지면 가 버리~는…
당신의 이름은 무정한 철새….”

그 소리를 듣자 덕구의 피가 꺼꾸로 솟아 올랐다..

“저 시키 저거 내 등가죽 홀랑 벗길 때 부른 노래 아녀?
내 그냥 저걸…”

“시끄러 임마… 들키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싸가지가 표를 끊고 사라지자 황급히 명철이 방금 사간 표랑 같은 거 달라고 해 표를 끊는다. 두 멍충이는 싸가지에게 들킬까 봐 버스를 먼저 타고 맨 뒷자리에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잠복을 했다. 싸가지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버스 중간쯤 앉아서 연신 노래를 중얼거린다.

“성님… 저 시키 저거… 돈 꿀꺽 한 게 틀림 없네유…
저렇게 신 날 이유가 뭐가 있것시유… 원래 돈에 환장한 눔인데…”

명철도 내심 덕구의 말에 수긍이 갔다. 몇 번 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느낌이란 게 있다. 싸가지는 분명 돈에 환장한 사람이었고 물론 전에도 노래 부르고 시답잖은 헛소리를 삑삑 날렸지만 저렇게 들뜨고 신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역시 싸가지가 내린 곳은 인적이 뜸한 후미진 산 입구였다. 싸가지는 내리자 마자 오 년 전 손님이 두고 간 싸구려 선글라스를 꼈다. 영락 없는… 고속 버스 기사 삘이다. 고속 버스 기사님들께 지송~~ 그리곤 종종 걸음으로 주위 경계하며 산 초입로로 올라 갔다.

“형님 말이 맞는 거 같아유… 먼가 냄새가 나내유…”

“봐라… 이번엔 내가 꼭 잡는다…
여기가 어디냐? 나중에 와야 하니까… 저깃다 안내판 사진부텀 찍자”

두 멍충이는 그야말로 열라 바빴다. 족제비처럼 싱싱 내닫는 따라가랴 다시 올 것을 대비해 사진 찍고 표시하고…

“헉헉… 아 시파… 중 늙은이가 왜케 빠른 거야?”

“헥헥… 근데 형님… 옛날 동화책 보니까 헨델과 그레텔 야네들은
빵으로 길을 표시 하던디…”

“그래서 임마 새가 쪼아 먹어서 길을 잃었잖아”

“와~ 어트케 알았대유?”

“이 시키 지도 서프라이즈 봐 놓고선…
이젠 아주 빵 사달라는 말을 문학적으로 하는구만?”

산 중턱까지 죽을 힘을 다해 쫓아 갔다. 싸가지도 힘이 드는 지 잠시 오솔길 가장자리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역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썬그라스를 낀 채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행여 들킬까 멀찍이 떨어져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멍충이들…

“헥헥…. 아고.. 덕구 죽는다 죽어…”

“헉헉… 저 눔도 힘드나 부다.. 아이고.. 우리도 좀 쉬자..”

“핵? 형님… 저… 저 시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싸가지가 어깨에 매고 왔던 배낭을 풀어 뭔가를 찾는다. 이윽고 검은 봉지를 꺼내고 다시 그 안의 호미를 꺼냈다.

“형님… 보.. 본격적으로 뭔가를 파낼 몬양 입니다요…”

“잡았다 이 시키…”

싸가지가 호미를 쥐고 등산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산 길로 들어 갔다. 눈에 쌍심지를 켠 두 멍충이도 후다닥 그 뒤를 따라 붙는데… 등산로랑 달리 험한 산길에 아주 더 죽을 맛이다.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화 신고 오는 건데…
뭔 놈에 구두는 신어 가지고…”

“깎두기 파숑 아닙니까… 그게….. 어어어어~”

입 놀리던 덕구가 오솔길에서 굴러 내려 두 바퀴 정도 구른다.

“어구구구구… 덕구 죽는다”

“입 닥쳐 임마~”

아니나 달라? 뭔 소리가 나자 뒤돌아 살피는 싸가지다. 잽싸게 명철도 굴러 내려가 덕구를 끌어 나무 뒤로 숨는다. 아무도 없자 싸가지는 다시 산을 오른다.

“헥헥.. “

“안 들켰다.. 빨리 일어나 임마…”

싸가지는 한참을 더 올라가 두 멍충이를 거의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고서야 멈춰 서곤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 한다…

“헉 헉… 거 봐… 찾는다… 찾아…”

한참 동안 뭔갈 찾다가 싸가지가 소릴 질렀다..

“여깃다”

그러자 두 멍충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뚜엣으로 크게 들려 하마터면 싸가지에게 들킬 뻔 했다. 긴장된 순간…
싸가지가 호미로 풀 숲을 파기 시작했다. 눈이 빠져라 두 멍충이가 집중 하는데…

“요깃다… 헤헤… “

싸가지가 뭔가를 꺼내 눈가로 들어 올리는데… 헐… 더덕이다..

“암… 요놈이 임신부에겐 최고지… 최고여…”

까만 봉지를 꺼내 정성스레 더덕을 담고 또 두리번 다른 뭔가를 찾는 싸가지다.

“헐… 저 시키 저거… 더덕 캐러 온 거여?”

뒤로 넘어가기 직전의 두 멍충이 앞에서 싸가지는 연신 소리 지른다.

“어구구… 도라지도 있고…. 지화자…”

“이게 뭐요 형님? 내가 그냥 조지자니깐…
지금이라도 그냥…”

“가만 있어 임마… 저 시키 또 움직인다…”

여기까지 온 거… 조금 더 따라가 보기로 한다. 싸가지를 따라 더 올라가니 조그마한 냇가가 나오고 더 오르니 이번엔 폭포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약 2.3미터 낙차의 물 떨어지는 곳이 나왔다. 이 자그마한 폭포에 도착하자 싸가지는 망설임 없이 옷을 벗고 팬티 차림이 된다.

“헐… 저거 저거 미친 거 아니유?”

그리곤 싸가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폭포 밑으로 기어 들어가 마치 세상의 이런 일이 백운산 도인처럼 정좌 하고 앉아 합장을 하고 폭포 물을 들이 맞는다.

“으아~~~이 얍~ 허우~~”

지가 무슨 깨달음을 얻는 불자가 된 몬양 기합 소리까지 질러대며 폭포 속에서 폼 잡고 있는 싸가지다.

“저… 저거 미쳤네 미쳤어? 이 추운데…”

싸가지는 한 술 더 떠서 들고 간 봉지에서 오이 하나를 꺼내고 이태리 타올을 꺼낸다. 그리곤 정좌 한 채 기합을 지르더니… 이태리 타올로 오이 때를 민다.

“아제 아제… 바라… 아니…밀어 아제… 그냥 다 밀어 아제…. 아멘…”

“때밀이 수련 하고 자빠졌네 저 시키..
미쳤구만 저 시키 저거…”

덕구가 너무 흥분해서일까? 조금 크게 소리를 내자 싸가지가 순간 멈칫 고개를 돌린다. 위기일발 두 멍충이는 몸을 날려 바위 뒤로 숨었는데 거기가 하필이면 물 웅덩이다.

“앗 차거…”

“쉿 쉐끼야 쉿”


산을 내려 오는 길은 그야말로 지옥 길이었다. 마른 옷으로 갈아 입은 싸가지는 날렵한 걸음으로 씽씽 달렸고, 두 멍충이는 이빨까지 덜덜거리며 간신히 내려 왔는데 정류장에 다다르자 싸가지가 안 주머니에서 버스표를 꺼냈다. 그제서야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명철이 깨닫는다.

“뻐…뻐…뻐스표…”

“네?

“버스표 임마… 저… 저… 중 닭은 왕복으로 끊었잖아…”

“그… 그럼… 우…우린…”

그 사이 버스가 도착하고 유유히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싸가지다.

“안돼… 안돼… 형님~~”

“저거… 막차잖아….”

“추워요 형님… 저 위로 받고 싶어요…”



기사 등록일: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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