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레퍼토리 “산유국의 꿈”
중동 발 오일 쇼크로 중진국 꿈에 먹구름이 끼고 겨우 시작한 산업발전이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좌절감, 실망이 온 나라를 덮던 70년대 중반, 1976년 연두 회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동해안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가슴 설레게 했다. 사실 석유가 아니라 원유가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석유는 원유에서 정제분류한 경유(light oil)를 말하고 원유는 유기화합물 덩어리로서 정제과정에서 분류해 상업성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당시 시추과정은 극비를 요하는 보안사항으로 사업 일체를 중앙정보부가 총괄했다. 한국 같은 자원 빈국에서 원유가 나온다면 온 국민이 알고 기뻐하며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이지만 당시는 독재정권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독재자의 손발이 되어 그 의지대로 움직이던 중앙정보부는 정권에 미운 털 박힌 정치인 잡아들여 반쯤 죽여놓던가 재벌 회장 검정색 짚 차에 태워와서 콧수염 잡아 뜯는 걸 일상처럼 행하던 기관으로 그 당시 한국은 나라 이름만 민주공화국이었지 인권은 찾아볼 수 없는 박정희 일인 독재정권이었다. 산유국의 꿈은 그후 흐지부지 되었고 정부에서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 해프닝으로 끝났다. 동해안 어디에 혹은 남해안 어디에 원유/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리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심지어 삼국유사에도 동해에서 사흘동안 불길이 솟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 기록은 곰, 호랑이, 환웅이 등장하는 단군신화처럼 상징적으로 해석 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곰과 사람이 섹스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동정녀가 아이 낳는다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니까. 산유국 해프닝은 자원 빈국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도 원유가 난다면 좋겠다.”는 희망사항과 “동해안에 원유가 있다.”는 확신에 찬 정장출, 정선엽 형제의 광기어린 집념이 어우러져 이뤄낸 일이란 것이 정설로 좋게 말해서 “가난을 벗어나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애국충정이라고 이해할만하다.
국면전환용 ‘산유국’ 발표 그러나 어제 발표된 “동해안 원유 타령”은 듣는 순간 악의가 가득한,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잠긴 발표라는 느낌이 왔다. 현 정권은 지지도가 21%로서 실질적 식물 정권이다. 현 정권은 출발부터 불길했다. 멀쩡한 청와대 놔두고 세금 탕진하면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부인인지 여사인지 라는 여자는 룸살롱에서 접대부로 일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세금으로 해외여행 할 때마다 명품 수집, 실질적 대통령 노릇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어디 그 뿐인가? 공권력을 이용한 양평 고속도로 설계변경, 최근엔 재미동포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아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장모라는 노파는 부동산 사기, 금전 사기에 연루되어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더니 기어코 잔고증명 위조로 때 들어가서 콩밥 먹다 사위덕에 사면되었다. 이들 부부의 뒤에서 멘토 노릇을 하고 있다는 천공, 본명 이병철이라는 괴기스러운 인물도 지지율 하락, 정권 불신에 한 몫하고 있다.
또한 “채 상병 순직”을 둘러싼 뻔뻔스러운 임시방편의 거짓과 직권남용도 있다. 초기에는 대통령실, 국방부장관, 해병대 사령관이 통화한적이 없다, 한번 통화했다고 거짓말하더니 통화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3번이나 장시간에 걸쳐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자 “해당 부서 사이에 의례적 통화”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한 것이 당연하다.”고 우기고 “VIP 격노” 역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어낸 이야기” 라고 발뺌하다 사실로 밝혀지자 “국군 통수권자로서 수사단 야단친 것” “격노한 게 죄인가?”고 말을 바꾼다.
격노한 게 죄는 아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화를 낼 수도 있지, 그러나 사단장을 혐의사실에서 빼라고 한 것은 격노가 아니라 아무리 부드럽게 속삭였어도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죄다. 헌법상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 맞다. 그러나 국군 통수권자라고 해서 독립된 군 수사부서의 고유 업무까지 대통령이 관여해 ‘야단 쳐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실은 지금이 민주공화국이 아닌 전제군주가 만기친람하는 왕정시대로 착각하고 헛소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같잖은 소리나 나불거리는 자들이 국정운영을 하고 있으니 지지율 21%이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하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르고 술잔이나 돌리다 기껏 생각한다는 게 “산유국 된다.”고 거짓 언론 플레이로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속여 지지율 상승을 노리는 것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지금은 작고한 코미디언 서영춘이 코미디 프로에서 남긴 말이다. 흑백 T.V. 시절 익살스러운 표정의 살살이 서영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인천 앞 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이는 못 마신다.”는 말은 “그림의 떡”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원개발은 탐사, 매장량, 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경제성이다. 즉, 돈이 되느냐 문제다. 이번 발표에서는 매장량을 140억 배럴로 추정했는데 이왕이면 1000억 배럴이라고 발표하지 겨우 140억 배럴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140억 배럴, 1000억 배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이 되느냐? 가 핵심이다.
차이나의 예를 들어보자. 차이나의 셰일 가스/원유 매장량이 미국, 캐나다 매장량 합한 것보다 많다. 그런데 그림의 떡이다. 경제성, 퍼내 봐야 돈이 안된다. 그리고 비 전통 원유 즉, 셰일 가스/원유 나 앨버타의 오일샌드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유기화합물 덩어리를 빼낸 후에 빈 공간을 물로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반이 붕괴되는 대형 참사가 생길 테니까. 차이나는 고대부터 물 부족에 시달렸다. 더구나 현재는 14억 인구가 엄청나게 써대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지하수까지 고갈되는 형편으로 환경파괴 말이 나올 때마다 차이나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가 된다. 셰일 가스/원유의 대부분은 내몽고나 서부지역에 매장되어 있는데 이 지역은 절대 물부족 지역이고 사람 접근도 어려운 산악지대로서 시추장비 이동도 어려워 현 기술수준으로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 이유로 차이나의 셰일 생산량은 미국의 1% 수준이다. 동해안 석유(원유)는 삼국유사 기록은 그만 두더라도 1950년대부터 눈독 들인 사람들이 있어 대만에서 시추장비 들여와 산유국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 대부분은 역적 소리 들으면서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보다 지금은 시추, 탐사기술이 발달해 50년대, 70년대보다는 가능성이 높겠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가 말해주듯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국민과 공직사회를 기만 우롱하고, 권력을 사유화해 처가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부부가 혈세로 세계여행이나 다니는 무책임한 자에게 하늘이 복을 내릴 까닭이 없으니 헛꿈에서 깨어나자.
혼용무도(昏庸無道) 몇 년 전 나향욱이라는 일베 고위 공직자가 “국민은 개 돼지 취급하면 된다.” 말했다 파면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현 정권이야 말로 개 돼지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들이 말로만 “국민만 보고 가겠다.”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시해도 좋은 존재로 알고 있는데 혼용무도(昏庸無道) 라는 사자성어를 들려주고 싶다. 어리석은 군주(정치 지도자)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동양, 서양 역사를 들먹일 필요 없이 윤석열만큼 어리석은 지도자는 없었다. 지난 2년간 윤석열은 세상을 어지럽힐 만큼 어지럽혔다. 그만 하면 충분하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민심은 윤석열과 그 일당에게 1차 경고를 했다. 그래도 깨닫지 못하고 돌아서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2차 경고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고무 호스로 얻어맞는 것보다 몇배 더 고통스러울 테니 산유국 타령으로 국민 속일 생각 말고 회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족: 박정희 대통령 때 동해 석유 내막을 상세히 보도한 조갑제 기자는 그후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때 조사를 담당한 중정 직원이 박선호였다. 박선호는 예비역 해병 대령으로 중정 과장 때 김재규 지시로 수행비서 박흥주 대령과 함께 박정희 제거에 가담했다 사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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