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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선물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전력을 다른 곳에서 수입을 해 와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전기값을 냈다. 밖에 Christmas light를 다는 걸 올해는 생략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전기료를 아낀다기 보다는 성탄의 참 의미가 자꾸만 퇴색되어가는 것같고 … ‘올해는 성탄의 의미를 한번 곱씹으며 보내볼까’ 하는 거창한 생각을 한번 해봤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집에 왔을때, 어둠컴컴한 우리집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학기말 시험을 준비하느라 밤새워 공부하고 녹초가 되었을텐데….’ 성탄의 의미도 중요하고 전기료도 중요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싼타의 선물 보따리보다 더 큰 빨래 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타날 아이들 을 생각하며 얼어 들어오는 손끝을 호호 불면서 전등을 달았다. ‘Christmas tree는 어떻게 한다? 이젠 다들 컸는데 생략하면 안될까?’ ‘에라, 쓰는 김에 화끈하게 쓰자’ 차고에 매놓은 선반 위에서 Christmas tree를 꺼내서, 먼지를 털고 Hallway에 세워 놓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Christmas carol을 틀어 놓고 온가족이 달려들어서 treed에 장식을 달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나고 없으니….. 아내는 저녁 후에, 설거지에 부엌정리에 바쁘고, 혼자서 장식을 달려고 하니 기분이 별로였다. Three Tenors의 성탄 CD를 걸고 응접실이 떠나가게 음악을 틀었더니, 그런대로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Christmas tree 맨 꼭대기에 꽂는 별모양의 lights를 달려고 집어드니, 오래 전의 일이 생각났다. “야, 다 끝났다” “이건 네가 꽂아라” 큰 아들에게 나무 꼭대기에 꽂는 별모양의 lights를 꽂으라고 했더니 “No, 그건 아빠가 꽂아야 돼요” 막내가 한 마디 했다. “아무나 하면 어때?” 했더니 “No, tree 꼭대기에 꽂는 천사나 별은 맨 나지막에 아빠가 하는거예요” 막내 녀석의 말인즉, 그게 가장에게 주어지는 예의이며 특권이란다. ‘그거 기분 괜 찮네’ 내가 별을 나무 꼭대기에 달고, 둘째가 전원에 연결하는 순간, 환하게 불이 켜진 예쁘게 장식 된 Christmas tree를 보면서 박수치고 좋아했던 지난일! ‘그런 때가 다시 오려나?’ 별을 나무 꼭대기에 달고 불을 켰더니 Christmas tree는 비슷해 졌는데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박수소리도 carol도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이 Christmas tree를 보면서 옛일을 떠올리고 오랜만에 집에 와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이지 뭘 더 바라랴! 그러고보면 아이들이 어릴때 힘은 들었지만 그때가 참 좋았던 것같다. ‘녀석들이 언제 올려나?’ 달력을 들여다보니 , 녀석들의 Final exam schedule이 까맣게 적혀있었다. ‘아직 일주일은 더 있어야 겠구나’ 아내는 일 주일 전부터 아이들이 오면 해 준다며 음식 장만에 바뻤다. “Hi mom, I’m home” 아이들이 집에 들어서면서 하는 말이다. ‘짜식들 Hi dad, I’m home 하면 덧나나?’ ‘밖에 성탄장식도 끝났고 Christmas tree도 됐고 이젠 아이들만 오면 되는구나’ 아이들의 환히 웃는 얼굴들을 떠올리니 성탄절 기분이 좀 드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이 “구세주의 나심”의 의미 보다는 “만남의 의미”가 점점 더 해가는 것 같았다. 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성탄절을 전후해서 가족의 만남, 동창의 만남, 친지들의 만남을 많이 가진다. 역시 만남은 좋은 것이니까. 아이들이 하나 둘 싼타의 선물 보따리보다 더 큰 빨래 보따리를 둘러매고 돌아왔다. 하나같이 “Hi mom, I’m home”하며 현관문을 들어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Hi mom이면 어떻고 Hi dad이면 어떠랴! 모두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인데’ 학기말 시험 때문인지 약간 여윈 것 같기도 하고 깍지 못한 수염 때문인지 더 어른스러 보이는 녀석들! “야, 야, 따거워” 아내의 얼굴에 구두솔 같은 얼굴을 부벼대는 녀석들을 밀어내며 소리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행복하게 들렸다. ‘역시 가족은 좋은 것이로구나!’ 새삼 느껴 봤다. 막내 녀석은 집에 돌아 온 첫날 18시간을 한번도 깨지않고 내리 잠만 잤다. 6-7시간 자는 동안 최소한 두세번은 화장실에 가는 나로서는 18시간 동안 한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고 내리 잠만 잔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여보, 녀석 오줌통이 빵빵 할텐데, 괜찮을까?” “뭐 당신같은 영감인 줄 알아요? 별 걱정을 다하네” “아니 영감이라니?” “영감이 아니면…. 옛날 같으면 손자 손녀가 열명은 되겠네” “내가 영감이면 영감하고 사는 사람은 할망구 아닌가?” “난 아직 아줌마” 씩 웃었다. ‘고 여자 아직 그런대로 쓸만 하군!’ “아줌마? 그럼 아줌마를 즐겁게 해 주는 사람도 아저씨지, 왜 영감이야” “에그, 못하는 소리가 없어요. 애가 듣는데” ‘찰싹’ 등짝이 따끔했다. “자 잖아? 아유 아퍼. 근데 웬 여자가 이렇게 손 끝이 매워?” Christmas tree 주위가 휑해서 가짜 선물 상자를 네 다섯개 포장해서 놓았었는데, 아이들이 돌아 온 후로는 진짜 선물 상자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얼마 안가서 잘 못하면 발끝에 채이게 되었다. 아들 셋에 여자 친구들까지 선물 상자를 갔다 놓았으니….. 성탄절에 모두 모여서 선물을 개봉한다나? 성탄절이 점점 가까워 오는데 응근히 stress가 쌓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들의 선물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의 여자 친구들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12월 초순에 CNE에서 하는 Art and Craft Show에 가서 예쁜 목거리를 세개 사왔는데 Christmas tree 주위에 쌓이는 선물을 보더니 자기 선물이 좀 약한 것 같다며 한인타운에 가서 한글과 영어로 되있는 한국 요리책을 거금(?)을 주고 세개를 더 사왔다. 요리에는 문외한인 내게도 꽤 좋아 보였다. “여보, 난 뭘로 사지?” 성탄절이 가까와 오는데 좀 걱정이 됐다. “목걸이는 당신이 하는 걸로 하고 요리책은 내가 하는 걸로 하면 되잖아요” “나도 따로 하고 싶은데” “돈 쓸데도 많은데…. 이만하면 됐어요. 눈 질끈 감고 넘어 가자구요” “여보, 난 아이들의 성탄 선물로 이북에 솜이불을 한채씩 보내면 어떨까?” 북한에 이불 보내기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낸 착상이었다. “여보, 애들이 당신 같은 줄 알아요?” “안 될까? 아이들이 이해만 해 준다면 참 뜻있는 선물이 될 텐데…” “여보 꿈 깨요. 요즘 애들이 그런 걸 알아요?” “그래도 한번 해 보고 싶은데?” “좋을 대로 해요.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요” 응근히 엄포를 놓으면서 아주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난 아이들이 성탄의 의미를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한 아이당 이불 한채씩 해서 6채를 이북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선물인데 뭔가 좀 있어야 할것 같아서 Computer PowerPoint를 이용해서 예쁜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ClipArt에서 예쁜 이불과 아이들이 예쁜 이불을 덮고있는 그림을 download해서 카드를 만들었더니 그런대로 볼만했다. 카드에 아래와 같이 썼다. ------------------------------------------------------------ 사랑하는 OO에게 너의 성탄 선물을 살려고 하는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에 미국에서 북한에 중유 보내는 것을 중단한다는 것을 들었다. 북한에서 중유는 아주 중요한 연료란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예년보다 더 추운 겨울을 지나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어떤 곳은 카나다 보다 더 춥단다. 그래서 너의 선물을 사는 대신 북한에 솜이불을 한채 보내기로 했다. 그 이불은 네가 북한에 있는 아이 혹은 아이들(많은 경우에 이불 하나를 여럿이 함께 덮는다)에게 보내는 성탄 선물이 될거다. 너의 선물이 북한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길 기도 한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 카드를 선물 포장지로 예쁘게 싸고 아이들의 이름을 써서 Christmas tree에 달아 놓았더니 그럴듯 했다. 아이들과 여자 친구들은 뭐냐고 물었지만 아내와 나는 “아빠가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이야” 라고만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현찰, 상품권, 극장표 등등 나름대로 추측을 했다. 서로 자기 생각이 맞다고 우기기도 하며 오히려 다른 선물 상자보다 더 호기심을 보였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면 보일 수록 더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었다. ‘아이들이 봉투를 뜯어보고 어떤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이야기할까?’ 성탄절 오후 4시에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집에 모였다. Christmas tree주위에 그득한 선물 상자들! 받을 선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에 차 있는 행복해 보이는 얼굴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 처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내의 선물 부터 뜯어 보기로 했다.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고맙다고 껴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를 느꼈다. 이젠 다들 커서 여자 친구들 까지 함께 모이니 여자라고는 아내 혼자였던 집안이 여자들로 꽉 찬 것 같았다. 아내가 아닌 녀석들의 여자 친구들의 품에 안기는 기분도 괜찮았다. 아내의 선물을 뜯어 보는 아이들의 여자 친구들 을 보면서 약간 긴장했다. 목걸이를 한 손에 요리책을 다른 손에 든 세 여자들이 아내에게 달려 들었다. “고마워요, 아줌마!” 참 보기 좋았다. ‘집안에 역시 여자들이 있어야 하는 거야!’ 뻣뻣한 사내 녀석들만 보는데 익숙해진 나에게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준비한 선물을 뜯는 시간이 왔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역력했고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막내는 극장표라고 했고 둘째는 현찰이라고 했다. 모두 거의 같은 시간에 봉투를 뜯고 내가 만든 카드를 펴들었다. 난 심호흡을 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열심히 주시하면서….. 아들들은 서서히 고개를 끄떡이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여자 친구들은 “오! 아저씨! This is so COOL!” 했다. 일제히 세명의 여자들이 내게 달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성탄 선물 괜찮아?” “아저씨, 너무 좋아요. This is so special!” “This is great!” 여자 아이들에 둘려 싸여 볼에 키스 세례를 받고있는 나를 보면서 아내는 의미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며 준비했던 선물! 나의 마음을 이해해준 아들들과 여자 친구애들이 고마웠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여자 친구들이 내가 준 선물을 부모들과 다른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단다. 그들의 부모들은 “참 좋은 선물을 받았다” 고 이야기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애들은 애비에 대한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 했던 모양이었다. 새해엔 북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린다. 북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북한에서는 점점 더 불안한 소식들만 들려오는데, 새해엔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 왔으면 참 좋겠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조국인 한국(북한을 포함해서) 에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고…….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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