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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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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있던 싸가지 조봉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이쁘장한 놈이 일을 한단다. 그럼 빼빼 메루치는? 이 자식 관둔 겨? 이 당시 상황은 내가 정말 정확히 기억한다.

그 때 마침 나도 2주에 한 번 염씨에게 머리 손질하는 날이라 목욕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옷장 열쇠는 번호가 안 보이게 철저히 가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싸가지가 내 열쇠 번호를 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듣고 시간 배열을 짜 맞춰 보니… 아하… 바로 그 때였구나 싶다.

싸가지는 손님들 열쇠 번호 스캔은 커녕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저 욕탕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이쁘장한 그 친구, 즉 연준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역시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싸가지 특성 때문에 단박에 알 수 있었다.

“ 아니… 이 시키 일 한다고 했는데 왜 안 오는 겨?
이 대굴빡에 피도 안 마른 시키 들어 오기만 해 봐…
확 그냥 등가죽을 벳겨서 줄넘기를 해 불랑게…”

막 줄넘기부터 시작해서 강판에 갈아서 어쩌구 다음 편으로 넘어가려는 찰라 어찌 된 일인지 연준 대신 원래 일 하던 빼빼 메루치가 빼꼼 고개를 내밀며 들어 왔다.
그러자 더 이상해 진 건 싸가지다.

“어? 메루치~ 니가 왜 여기 오냐 시방?”

메루치는 전혀, 아~ 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때 타월을 챙기며 영업 준비를 한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했는지…

“ 출근 한 거 안 보이셔?”


“ 내 눈깔이 봉사가 아닌 이상 잘 보이는디…
왜 니가 오느냐고? 그 새파랗게 비린 놈은 안 오고?”

“ 남에 비즈니스엔 신경 끄고 좃씨 일이나 눈에 불을 켜고 하셔 응?”

“아니 이런 싸가지 없는 메루치 시키, 기껏해야
육수 국물이나 내는 주제에
어디 어르신 묻는 말씀에 쌩까 시키야?”

메루치는 지겹도록 들은 레파토리에 질려 댓꾸도 안 하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욕탕 입구로 다가가 그 뭔가를 부착 한다. 싸가지가 화들짝 놀라 지켜 보는데 허걱… 바로 세신 가격표가 아닌가..

원래 12,000원 정가의 때밀이 가격이 메루치와 쑥탕을 사이에 두고 벌인 육탄전 이후 8,000원까지 내려 왔는데, 시방 메루치가 붙여 놓은 가격을 보니… 허걱… 6,000원 아닌가? 그것도 메루치 근무 시간에만 6,000원이라 붙여 놓았다. 이런 젠장할…

씨익 웃는 메루치… 이건 싸가지 인생의 최대 고비다.

“ 아니… 이 싸가지 없는 시키가… 니 시방 뭐 하는 겨?”

메루치는 싸가지가 따발총을 쏘든 기관총을 쏘든 지 일만 한다.

“ 어르신 말씀이 말 같지 않냐? 너 시방 같이 죽자는 겨?
아니 이런 상노무 시키가 있나? 아니 아무리 때밀이 업계가
위 아래 없이 남에 뿔린 때 벗겨 먹고 산다지만
그래도 상도라는 게 있는 겨… 상도”

“염씨 가위통 위에 씨디 봤구만 그거… 오래된 드라마 상도..”

“메루치 너 정말 이럴 껴?”

이때… 삐이꺽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리는 불길한 느낌이 싸가지 뒤에서 확 밀려 왔다. 보진 않았지만 마치 서부영화 주인공 장고가 나타나기 전 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이… 젊은 친구 왔구먼.. 얘기 한 데로… 6000원 써 붙여 불였네…”

메루치 소리가 악몽 같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면 그 젊은 눔이 서 있을테고… 메루치 말 들어 보니 젊은 눔이 시킨 일 같다… 아 두렵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고장 난 자신의 전투모두 충전 에너지 시스템을 못 믿겠다.

항상 철철 넘쳐 흘러 주체를 못 해 그 특유의 유려한, 문학적 사투리 욕이 차범석 선생님 희곡 대사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지 않았던가? 헌데… 언제부터인가, 아니 이 이쁘장하게 생긴 녀석 만난 후론 밧데리가… 충전이…

“예… 잘 하셨어요… 그리고 오늘 오시는 1년 이상 단골 손님들은
무료 서비스 하세요 돈은 제가 드릴께요… 일인당 만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충전 막대기가 순식간에 쑤욱 올라갔다.

“이런 호랑 말코 같은 뜨끈한 핏덩어리 쉐끼,
귓방맹이를 확실하게 더듬어 블랑게”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전라도 사투리 욕이 나오는 걸 보니…

“ 발바닥에 산부인과 잉크도 안 마른 쉐끼가 뭐? 뭐가 어째?”

그러나 예의 그 싸가지의 전투 모드를 망가진 경운기 엔진 몬양 푸드덕거리게 만드는, 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바로 그 반응이 즉시 날아 왔다.

“안녕 하세요?”

허허… 웃는 놈 얼굴에 어찌 짬뽕 국물을 부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자동적으로 비굴 모드가 시전 된다.

“너 시키 왜 그러냐 시방? 다 같이 죽자는 겨?”

“왜요? 이벤트… 프로모션… 그런 거 몰라요? 자…유… 경…쟁…”

“너 인마 니가 몰라서 이러는 겨…
요즘 물가 올라서 재료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 가는 줄 알어?”

“10년 째 입고 있는 수영 팬티?
너덜 너덜 이태리 타올? 그게 재료비에요?”

매달리자.. 매달려 보자…

“ 너 인마 6000원 받으면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우리 같은 감정 노동자는 인마~~”

“ 그 동안 벌어 논 돈 좀 있을 거 아니에요? “

“내가 돈이 어딧어?”

“ 좋아요… 프로모션 취소 할께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뭐… 뭔 조건?”

“ 여기… 목욕탕 식구들 모두… 짜장면 사주세요!”

정말 대 사건이었다. 순간 이발소 염씨, 카운터 김씨 그리고 빼빼 메루치의 입이 야구공 하나 들어 갈 정도로 벌어졌다. 거기다 순간적으로 이발소 염씨가 평소 먹던 습관처럼 ‘난 곱빼기’ 를 외치자 싸가지의 얼굴은 거의 사색이 되었다.

염씨, 카운터 김씨, 빼빼 메루치 거기다 곱상한 젊은 눔까지 네 명이면 4000원씩 총 16,000원인데 우라질 염씨가 곱빼기를 시켰다. 그리하야 만 칠천원!!

목욕탕 식구들 입이 야구공만큼 벌어 진 후 곧바로 눈깔들은 싸가지에게 집중되었다. 그만큼 싸가지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목욕탕 식구들은 그 반응과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심 절대 싸가지가 돈을 내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년 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도 했었던가? 싸가지에게 단돈 10원이라도 쓰게 만들려 했던…

물론 그의 이름으로 짜장면을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싸가지는 천하의 해괴하고 듣도 보도 못한 방법과 사연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역경을 헤쳐 나왔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거라, 만약 스포츠 토토가 아니라 싸가지 토토가 있었음 한 달 담뱃값 정도는 그냥 걸었을 것 같다. 예상한대로…
우선 싸가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나왔다. 심각한 목소리로…

“시… 시간을 좀 주겠나?”

염병… 뭔 인질 협상 하냐?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천적을 만난 것 같다. 이쁘장 젊은 친구 연준이 6000원 가격표를 하나 더 꺼내 들었다. 다시 다급해 진 건 싸가지.

“아니.. 그게 아니라… 마..마음에 준비도 해야 하고…
대출도 알아 봐야…”

“Yes or No?”

“아… 알았구먼… 긍게… 그럼 우선 내가 현금이 없음게…
염씨가 우선 내고 내가 나중에…”

순간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면서 핵폭탄급 고혈압성 뇌졸증을 뒷목에 맞은 듯 절규하는 목욕탕 염씨의 얼굴이 보였다. 아마 지난번 싸가지가 맛이 간 구운 달걀 쳐먹고 병원 갔을 때 병원비 내 준 아픈 기억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절망감은 3초도 가지 않았다.

“이거.. 사장님이 안마팩 공동구매 하고 남은 돈이라고
못 생긴 아저씨 주라고 받은 돈인데… 이걸로 내면 되죠?”

이런 실수가… 사장님도 무심하시지… 그렇게 당부 했었는데… 줄 돈이 있음 꼭,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싸가지 본인에게, 그것도 아무도 없을 때 건네 달라고…
싸가지가 지난 수년 동안 도전자가 전혀 없었기에 방심한 탓도 있었다. 뭔가 해야 한다 뭔가를…

“그… 그럼… 카운터 김씨는 빼고…”

“아 참… 빨래 아줌마 빼 먹었네?”

혹 떼려다 혹 붙이고야 말았다. 이렇게 희대의 사건은 벌어졌다. 싸가지의 주머니에서 10년 만에 무려 만 칠천원이라는 아니 나중에 빨래 아줌마 추가 해서 이만 천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쏟아져 나왔다.

싸가지는 벌벌 떠는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누르며 곁에서 기쁨에 눈물을 머금던 이발소 염씨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보… 보통으로 시킬껴!”

그러나 염씨는 끝내 자신의 웅대한 꿈을 굽히지 않았다.
그냥 한마디로 표현하면 싸가지가 짜장면을 샀다가 된다.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짜장면을 산 싸가지의 보복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염씨에게 자기가 한 번 샀으니 너도 한 번 사라… 라고 약 한달 간 쫓아 다니며 앵앵거려서 기어이 얻어 먹는다든가… 그러나 연준은 싸가지가 염씨를 괴롭힐 틈을 주지 않았다.

이 젊은 친구의 싸가지 대응법은 가차 없이 냉정했으며 용의주도 했고 또 철저한 사전 계획하에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보자

직원 냉장고에 소시지 같은 것들은 거의 싸가지가 다 먹다시피 했다. 없어져도 심증은 가도 물증이 없으니… 또한 치사스러워서 따지지도 못 하고…

그런데 이 이쁘장한 친구는 자신이 사다 놓은 소시지가 없어지는 걸 계산하고 또 냉장고 위에 조그마한 pc 카메라를 달아 놓아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잡아 놓았다.

거기다 어쩔거냐 배째라고 싸가지가 자빠지자 싸가지의 재산 목록 1호, 손잡이 부러진 낡은 전기 밥솥을 차압 해 버렸다. 싸가지의 유일한 밥통줄을 끊어 버린 것이다.

밥통은 거의 폐품 수준이었지만 그게 없음 싸가지는 밥을 해 먹지 못 한다. 그렇다고 외식을 할 것도 또는 새 밥솥을 살 위인은 절대 아니지 않는가? 정말 이 세돌 구단 똥 침 놓는 절묘한 한 수 였다.

또 손님들 발목 번호를 읽어 지 맘대로 음료수 강탈해 먹는 것도 사건 현장 사진을 찍어 사장님께 보고 해서 싸가지는 음료수 값을 도로 손님들께 돌려 드리고 딸랑이 몬양 손바닥을 사정없이 비벼야 했다. 그렇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치사하고 드러워서 하지 않았던 그 모든 보복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쁘장 젊은 친구는 들이 댔던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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