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트럼프 “캐나다, 중국과 거래하면 100% 관세”…통상 전면전 경고 - 카니 ‘독자 노선’에 정면 충돌…캐·미 관계 급속 냉각, 북미 무역질서 흔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요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을 마치고 워싱턴 D.C.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AP 통신)
(안영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전면적인 관세 보복을 경고했다. 캐나다가 중국과의 합의를 강행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초강경 메시지다. 이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연설에서 미국 중심의 통상 압박과 규칙 기반 국제질서 붕괴를 비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발언으로, 캐·미 통상 갈등이 전면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니 총리가 캐나다를 중국의 ‘미국 우회 수출 항구’로 만들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100%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중국과 체결한 전기차·농산물 교환 협정을 직접 겨냥해 “미국을 속이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앞서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6.1%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중국이 캐나다산 카놀라 씨, 카놀라박, 해산물, 완두콩 등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협정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는 연간 최대 4만9000대까지 캐나다 시장에 들어올 수 있으며, 중국은 3월부터 카놀라 씨 관세를 15%로 낮추고 주요 농수산물 관세를 2026년 말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 다보스 연설 직후 나온 ‘관세 핵폭탄’ 경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경고는 카니 총리가 다보스에서 “강대국들이 관세와 경제적 강압을 무기로 삼아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중견국들이 연대해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직후 나왔다. 당시 카니 총리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동맹 압박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메뉴가 된다”며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종속을 거부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자국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산다"는 발언을 문제 삼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강대국들이 경제를 무기화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며 미국에 선을 그었다.
워싱턴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도전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대중 접근을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용납할 수 없는 선택으로 규정하며, 관세를 지렛대로 캐나다의 주권적 결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내년 예정된 미·캐·멕시코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관세 위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동맹 흔드는 ‘트럼프식 질서’…캐나다, 중견국 연대 모색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외교는 캐나다를 넘어 서방 동맹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그린란드 편입 추진, 덴마크와 스위스를 향한 관세 압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대한 공개적 폄하 발언 등을 잇달아 쏟아내며 전통적 동맹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캐나다 내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에서 희생된 자국 군인들의 공헌을 부정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강한 반발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캐나다 경제 전반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캐나다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100% 관세가 부과되면 에너지, 자동차, 제조업, 농산물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예상된다. 동시에 북미 통합 공급망에도 균열이 불가피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한층 키울 수 있다.
카니 정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식 ‘관세 외교’가 본격화하면서, 캐나다가 추진해 온 통상 다변화 전략과 캐·미 동맹 관계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압박과 이에 맞선 캐나다의 독자 노선이 북미 경제 질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