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캐나다 잠수함 발주에 현대차 공장 유치 거론 - 글로브앤메일 “양국 MOU 체결 문서 확인” 보도…자동차 투자 연계 두고 엇갈린 해석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는 지난해 3월, 착공 2년 반 만에 개장했다. 이곳에서는 아이오닉 5 전기차를 비롯해 현대, 제네시스, 기아의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다. 이 공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주 126억 달러 투자 사업의 핵심 축이자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건설됐다. 현대는 약 8,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자동차는 최근까지 캐나다에 이와 유사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출처=현대자동차그룹)
(안영민 기자) 캐나다 정부의 대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을 계기로 한국 자동차 제조업의 캐나다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브앤메일과 씨티브뉴스 등 캐나다 현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와 한국 정부가 최대 12척 규모의 캐나다 해군 잠수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계약과 연계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캐나다 내 제조·투자를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문건에는 전기차(EV) 생산과 배터리 제조, 연구·개발(R&D), 핵심 광물 채굴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MOU는 27일 오타와에서 서명됐으며,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자동차 공장 유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와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28일 오후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오토모티브뉴스캐나다는 현대자동차 경영진이 방캐 대표단에 포함돼 있지만 “자동차 투자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는 현대차 측 입장을 전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사업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의 캐나다 공장 건설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대차는 현재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수소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는 생산 거점을 두고 있지만, 캐나다에는 1993년 퀘벡주 브로몽의 소나타 공장 폐쇄 이후 자동차 조립 공장이 없다. 캐나다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는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30여 년 만에 한국 완성차 생산시설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캐나다 정부 역시 한국 자동차 투자와 관련해 MOU 체결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산업 유치 조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잠수함 도입이라는 초대형 국방 계약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첨단 제조업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 잠수함 수주전에 총공세
한국은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총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 CPSP)에 재계와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꾸린 ‘팀 코리아’와 독일 티센크루프머린시스템(TKMS)이 최종 후보에 오른 가운데 최종사업자는 5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CEO들은 지난 26일 토론토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캐나다기업연합회를 개최한데 이어 다음날 한-캐나다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해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 특사로 캐나다를 방문한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필립 제닝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과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등 양국 정부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화오션-Algoma Steel(철강), 한화시스템-Telesat(저궤도 위성), 한화오션-한화시스템-Cohere(AI) 등 양국 핵심 산업 분야의 기업 간 총 6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캐나다는 잠수함 사업을 발주하는 대가로 자국 산업에 기여를 요구하는 이른바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조건부 구매 방식’이다. 현재 캐나다는 자동차 산업 협력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캐나다는 독일에 폭스바겐의 현지 생산 확대 등을 요청한 상태다.
∎ 미국에 집중된 현대자동차의 생산기지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투자는 미국에 집중돼 있다. 현대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중심으로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조지아 기아 공장 등 3개의 핵심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다. 특히 지난해 3월에 개장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미국 투자 및 확장의 일환으로 조지아주 126억 달러 투자 사업의 핵심 축이자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다. 이 차량 조립 및 배터리 공장에서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을 연간 최대 50만 대까지 생산하게 된다. 현대는 미국 내 제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028년까지 2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는 2031년까지 HMGMA에서 총 8,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연구 센터에 따르면, HMGMA 그룹의 조지아 주 투자는 직간접적으로 약 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년 46억 달러의 개인 소득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 및 물류 사업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미국에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제철소가 2029년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HMGMA에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룹은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첨단 항공 모빌리티(AAM) 등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6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 현대차 캐나다 현지 공장 성사되면 경제 파급효과 상당
현대차는 지난 1989년 퀘벡주 브르몽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세웠으나 1993년에 폐쇄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캐나다 현지에 자동차 생산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주로 낮은 가격 경쟁력, 높은 생산 비용, 그리고 북미 시장 내 미국 생산 위주의 전략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캐나다 내 생산은 높은 부품 조달 비용과 인건비로 인해 호주와 유사한 구조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현재는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과 관세, 그리고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라 미국 중심의 생산 물량 배치가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캐나다 자동차 제조협회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재 5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과 내수 소비량이 각각 200만대 수준이지만, 생산 차량 대부분이 미국 수출용이다. 이번에 현대·기아자동차가 캐나다 현지 생산 시설을 설립할 경우, 현지 생산을 통해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의 혜택을 극대화해 수출 관세 부담을 줄이고, 선박 및 육상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양국 자동차 산업은 하나의 생산벨트로 통합돼 한 대의 자동차가 완성되기까지 부품이 캐나다-미국 국경을 수차례 넘나드는 구조다. 하지만 관세장벽으로 부품 이동이 제한되면 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은 현재 USMCA 재협상을 앞두고 날선 설전을 이어가며 무역 갈등을 겪는 모습이어서 USMCA가 현대차의 이번 투자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