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을 즐긴다. 적잖은 사람들은 비행기 타고 먼 나라로 가야만 여행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 이곳 북미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들이 많고, 이것만 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서부 쪽만 살펴봐도 가까이는 밴쿠버와 시애틀을 시작으로 미국 3대 국립공원인 옐로우스톤, 그랜드캐년, 요세미티도 그리 멀지 않다. 이외에도 라스베가스, LA, 샌디에고와 샌프란시스코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멋과 낭만의 도시들이 즐비하다.
LA를 예를 들자면 캘거리에서 2,600km라서 차로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4~5명의 한 가족이 비행기로 이동해 현지에서 차를 렌트한다면 우선 교통비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 여행을 선뜻 떠나기에 부담스럽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동차 여행은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고, 실제 비행기를 타도 앞뒤 이틀은 이동하는데 소비되므로, 장시간 운전에 부담만 느끼지 않는다면 이동 시간도 생각보다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길도 안 막히고 휘발유 값도 저렴하며 (미국이 캘거리보다 약 20% 저렴) 톨게이트 비도 없어 좋다.
나는 보통 장거리 이동을 하는 날에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전한다. 주행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 졸릴 때 잠시 아내와 교대 하는 것 빼곤 거의 혼자 한다. 밥은 준비해간 김밥과 간식 등으로 운전하면서 먹거나 휴게소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때운다. 그래서 하루에 1,600 ~1,800km까지 달린다. 캘거리에서 라스베가스까지 2천km이고 그래서 하루 반나절이면 도착하므로 비행기로 가도 이래저래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에 비하면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다만 차에서 소비되는 긴긴 시간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행의 시작은 여행지에 도착해서부터가 아니라 집에서 나설 때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로 이동하는 긴 시간에 주변 경치도 감상하고 사색도 하고 음악도 즐긴다. 또 아내와 대화도 많이 나누고, 게다가 가족들은 책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몇편 본다면 시간은 더 잘 간다.
가족들 모두 바쁘게 지내고 특히 십대 자녀들과 평소에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게 현실인데, 여행을 같이 가면 온 식구가 24시간 함께 붙어서 같이 먹고 자고 관광하고 그래서 모처럼 끈끈한 친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부모가 10대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물론 섬세하고 예민한 10대 자녀들 비위를 잘 맞추어 주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 가고 오는 길에 다른 관광코스를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LA 갈 때는 라스베가스나 팜 스프링스도 들를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 갈 때는 오리곤 주의 멋진 자연 경관과 시애틀도 돌아보고 켈로나에서 체리도 따는 신나는 추억들도 보너스로 딸려온다. 그래서 이번 여름 시카고 여행시 갈 때는 위니펙에 들르고 오는 길에는 러쉬모어 대통령 큰 바위 얼굴도 구경할 예정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월 데이터 용량이 큰 스마트 폰 하나를 와이파이 시그널로 사용해 (아이폰에서는 ‘개인용 핫스팟’기능) 나머지 식구들의 스마트 폰 혹은 태블릿이나 PC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자동차 여행의 지루함을 한결 덜어준다. (다만, 미국으로 갈 때는 데이터 로밍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캘거리 생활 14년동안 북미 서부 쪽은 거의 다 돌아 보았는데 중부 쪽은 멀게만 느껴져 그간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얼마 전 혹시나 해 시카고까지의 거리를 재보니 LA와 같은 2,600km였다. LA를 안방 드나들 듯 했는데 시카고도 못 갈게 없다 싶어 올 여름의 여행지는 이곳으로 정했다. 시카고는 뉴욕과 LA 다음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시카고에는 유명 건축학과 대학들이 있어 졸업생들의 많은 노력으로 고층빌딩들의 모습이 뉴욕보다 더 멋지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마천루가 볼만하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미국 드라마의 열풍을 불어 넣었던 화제작 ‘프리즌 브레이크’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며 이외에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이기 하다. 대표적으로 케빈 코스트너와 숀 코네리 주연의 1987년도 영화 ‘언터쳐블’ 마지막 장면은 시카고 유니온 기차역에서 촬영되었다.
6백만불의 사나이,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등의 미국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끌던 70년대, 기동순찰대(원제: CHIPS)도 내가 즐겨보던 드라마였다. 시원스럽게 잘 뚫린 도심 고속도로에서 두 명의 멋진 사나이들이 경찰오토바이로 순찰을 돌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한데 이 드라마의 배경도 시카고였다. 주인공중 한명인 에릭 에스트라다를 우리 어머니가 특히나 좋아하셨던 기억도 난다. 이외,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시어즈 타워, 남한 땅 면적의 미시건 호수, 피카소의 작품들로 유명한 시카고 미술관도 있고 블루스의 본고장답게 밤 문화를 멋지게 수놓아주는 라이브 클럽들이 즐비하다. 70~80년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 Earth Wind & Fire도 이곳 출신이고 8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팝송 Hard to say I’m sorry도 이곳 출신인 시카고란 밴드의 곡이었다.
메이저 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팀 시카고 컵스와 화이트 삭스, 풋볼팀 시카고 베어스, 농구팀 시카고 불스와 하키에 시카고 블랙호크스까지. 특히 NHL의 블랙호크스팀은 2010년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는데 캘거리와 에드몬톤이 함께 속한 서부지구에 포함되어 캘거리, 에드몬톤팀과도 자주 경기를 갖는 팀이기도 하다. 한동안 부모를 안 따라 다니던 우리 집 10대 아이들이 작년에 이어 올 여행도 같이 가겠다고 하니 가족들과 멋지고 좋은 추억을 만들 것에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다녀와서는 또 멋진 여행기사를 신문에 실어 독자들에게 보답도 해야겠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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