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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3] 138억 년의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인간의 윈죄론은 타당한가?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0699 작성일 2018-02-19 09:30 조회수 1899

어느 불교인 친구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 기독교인들은 항상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는 것으로 보아, 매우 나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사실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기존 종교인들에게 죄의 문제가 신앙과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비단 크고 작은 유혹과 실수를 저지르는 언행과 음탕한 생각을 죄라고 정죄한다. 기존 종교들은 예배의식에서 죄의 고백(회개)은 필수적이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것이 많다.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인간의 원죄론은 기독교의 독점물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종교체제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해 인간의 약점을 악용하여 인간을 폄하하는 수단으로 죄의 문제를 교리화했다. 엄밀히 말해, 인간이란 생물종은 나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순수하고 성스러운 생명이다. 단지 제도적인 종교체계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인간을 죄인으로 폄하시켰다.

 

인간의 죄는 어디에서 왔는가? 오늘날 세상은 길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들도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처럼 세상이 잘못되고 우리가 길을 잃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길을 잃은 것을 단순히 죄라고 정죄할 수 있는가? 죄와 회개와 용서라는 공식이 종교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며 중요한가? 종교체제가 주장하는대로 모든 인간은 죄인이며, 우리 모두 죄가 많다고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또한 죄에 대한 구원이 천당 혹은 내세라고 할 수 있는가? 왜냐하면 구원에 대한 성서의 원초적인 이해는 죽은 후의 다른 세상이 아니라 이 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죄 문제는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온 인류가 해방되어야 할 문제이다.

 

기독교 성서에 따르면, 하느님이 최초의 인간들에게 먹지 말라고 명령한 과일은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삼층 세계관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읽고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원죄론에 대한 이야기라고 믿는다. 그러나 선악과 이야기는 온 인류의 원죄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아의식의 갈등과 번민을 묘사하는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이다. 인류 조상들은 원시적인 파충류뇌의 본능적인 탐진치와 인간적 이성을 지배하는 뇌(대뇌피질)의 본능적인 분별력과 책임감과 양심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근세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원시적인 뇌의 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가장 나중에 생긴 대뇌피질의 본능으로 선악을 구분하는 의식적인 인식력과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의 여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아의식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성서의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의 자의식적인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을뿐이며, 인간의 원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다. 원죄론은 기독교 교회가 4세기 경에 교회의 권위를 보호하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한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우주진화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의 몸과 뇌는 보수적인 종교인들이 주장하는대로 6천 년 전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완성품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다. 종교인들은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주류 과학계가 인정하는 진화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밝혀주는 인간의 뇌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모른체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뇌 속에 3억 년 전 파충류의 탐진치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인간은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 유혹과 타락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또한 본능적으로 양심과 도덕과 윤리에 대해 인식할 수 있으며, 스스로 죄책감과 모멸감과 후회와 번민의 갈등에 빠진다. 어느 누가 인체에 해로운 음식들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즐겨 먹으려고 하는가? 어느 누가 이기심과 색욕과 시기와 원한과 잔인함과 폭력으로 인간의 선함과 존엄성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하는가? 어느 누가 후회와 죄책감과 수치감 속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어느 누가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양심과 이성을 하느님이 부인하라고 명령했다고 해서 그 명령에 맹종하겠는가?

 

동서양의 전통적인 종교들의 경전들이 말하고 있는 인간의 죄의 이야기는 인류사회의 문화적 환경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파충류 뇌의 탐진치와 포유류 뇌의 양심과 이성과 근세 인간의 자아의식 사이의 갈등을 밝히고 있다. 인류는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고, 사회경제적 제도를 발전시키면서 시기와 탐욕을 죄로 규정했다. 또한 가공품들을 만들고 토지제도를 창안하면서 소유욕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기와 착취를 죄로 규정했다. 문화가 더욱 다양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들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결혼제도를 만들었고, 간음과 색욕을 죄로 규정했다. 이 모든 죄의 규정들이 경전들에 수록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래에 인간의 인식력과 첨단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새로운 죄의 규정과 새로운 구원의 길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언행들은 때로 우리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인습적인 죄의 개념을 재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유혹과 타락과 죄를 의도적으로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경우도 동일하다. 우리 모두는 인간의 선함과 존엄성에 반대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기질을 이어 받았다. 인간의 본성은 원초적인 척추동물의 뇌에서 유래되어 파충류의 뇌와 신구포유류의 뇌로 이어졌고, 근세에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뇌로 진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밝혀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놀라운 선물이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유혹과 타락과 실수를 정죄하고 심판하기 보다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선함과 존엄성의 자의식적인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욱이 기존 종교체제들은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여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것을 믿어야 구원받을 수 있고, 불공을 드리고 사찰에 헌금해야 극락세계에 들어갈 수 있고, 알라신에 절대 복종하고 자폭까지도 불사해야 천국에 올라간다는 믿음체계를 중단해야 한다. 진화과학을 인식하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죄를 용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성스러움을 존중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 아니며, 138억 년의 우주진화 과정에서 진화해 온 생명체이다. 파충류 뇌의 탐진치를 유전적으로 이어 받았지만 그것은 죄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의 허물과 실수를 용서하고 포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100% 책임질 수 있는 본성이 있다. 근세에 진화된 인간의 뇌는 자신과 다른 생명체들의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인식할 수 있는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1세기의 진화신학은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이야기에 기초한다. 종교인들은 인간의 뇌의 진화적인 출현 이야기를 인식하면 죄의식과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다. 우주진화 이야기를 이해하면 우리들은 생명의 심층적인 의미와 목적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의 뇌가 약 3억 년 전 파충류뇌를 이어 받았다는 진화과학을 이해하면 종교적 전통들은 경계 넘어 우주적인 의미로 전환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죄의식의 노예생활과 죽음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매튜 폭스. 원복(Original Blessing). 분도출판사, 2008

마커스 보그. 기독교의 심장. 한국기독교연구소,  

리차드 루벤슈타인. 예수는 어떻게 하나님이 되셨는가. 한국기독교연구소, 2004

바트 어만. 성경 왜곡의 역사: 누가, 성경을 왜곡했는가. 청림출판, 2006

돈 큐핏.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로이드 기링. 기로에 선 그리스도교 신앙. 한국기독교연구소, 2005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북스, 2014

_________. 지구의 정복자. 사이언스북스, 2014

Spinoza, Benedict de. Ethics. Penguin Books, 1996

Cupitt, Don. Ethics in the Last Days of Humanity. Polebridge Press, 2016

Wright, Robert. A Moral Animal. Vintage,1995

Wilson, Edward.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Liveright Publishing Corporation, 2014

Swaab, Dick. We Are Our Brains(우리는 우리의 뇌다). Spiegel & Grau, 2014

Hume, David. Essential Works of David Hume. Bantam Books, 1965

Chardin, Teilhard de. The Phenomenon of Man. Perennial, 1959

Hefner, Philip. The Human Factor: Evolution, Culture, and Religion. Fortress Pres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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