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캐나다 치과에서 난생 처음 신경 치료를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그닥 치과와 친한 사람이 아니였어서 좋은 비교는 될 수 없습니다만 이것저것 줏어들은 바와 아내의 경험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 치과의 차이점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뱉을 수 없다
서구권에선 입에서 뭔가를 뱉는 걸 무척 불결하게 여깁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공공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는 행위를 불쾌하게 여길 정도죠.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는 일반적인 타구 Spittoon 가 치과 의자에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저 치위생사가 석션을 해 줄뿐입니다.
전담 치료를 한다
한국에선 오픈된 공간에 여러개의 치과 의자가 있고 환자들이 누워 있습니다. 치위생사가 대부분의 처치를 하는 동안 치과 의사는 잠깐 잠깐 보고 곧잘 또 다른 환자에게 가곤 하죠. 캐나다에선 정해진 시간에 의사는 정해진 환자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병실도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독립된 방이 여러 개 있고 방마다 치과 의자 단 하나만 있었습니다.
한 번에 끝낸다
한국에서 신경치료를 한 아내의 경험에 의하면 치료를 위해 여러 번 병원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선 단 한번에 신경 치료를 끝내려 합니다. 그게 감염 위험을 회피하여 오히려 더 신경치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답니다. 저는 두 번의 신경 치료를 받았는데요, 처음에 거의 두 시간 정도, 두 번째도 1시간 이상 치과 의자에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치료를 위해서 예약은 어느 날 몇 시부터 몇 시간 동안, 이라는 식으로 정해집니다. 저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신경치료, 그리고 코어를 심고 본을 뜨기 위한 처치에 두 시간의 예약을 잡았습니다. 치과 의사는 해당 날짜에 두 시간 동안 저만 전담한다는 의미죠.
러버댐을 한다
치료해야 할 치아를 완전히 분리합니다. 조그마한 수술 도구가 목구멍 안으로 떨어지는 걸 막고, 가장 중요하게는, 감염을 예방합니다. 두 번의 신경 치료와 코어를 박을 때, 그리고 크라운을 씌울 때를 포함하여 총 4번 러버댐을 했습니다.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사전 처리였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저는 일반 Dentist 를 찾았습니다. 그는 제 어금니 신경 세 개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엑스레이 상에서 보이는 네 번째 신경을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저에게 상황을 전하며 Endodontist 에게 저를 리퍼했습니다. Endodontist 가 한국말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경치료 전문 의사인가 봅니다. 치과 대학을 마치고 2년 정도 더 공부해야 Endodontist 가 될 수 있다고 하네요. Endodontist 는 치료 과정 중에 여러 번 이쪽저쪽 방면으로 엑스레이를 찍어 가며 제 신경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치과로 돌아가 나머지 치료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길거리에 보이는 치과들이 뭔가 전문 분야를 내세우는 곳이 많습니다. 전술한 Endodontist 가 있고 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Orthodontist 가 있습니다.
비싸다
저는 캐나다 알버타에 있습니다. 알버타는 캐나다에서도 치과 치료비가 비싼 주에 속합니다. 그래서 알버타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옆 BC 주로 가서 치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예전에 캘거리 경전철에서 “멕시코 칸쿤으로 오셔서 관광도 하고 치과 치료도 하세요” 라는 광고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런 비싼 치료비가 문제인지 알버타 주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경치료의 경우 신경관 한 개당 900 몇십 불입니다. 제 어금니의 경우 총 네 개의 신경관이 있었으므로 정가는 3,600 불이 넘습니다. 비싸죠.
치과는 치료 전에 대략적인 치료비 예상액을 프린트하여 환자에게 제시합니다. 첫 치과에서 제 예상 신경치료비는 약 2,000불 정도 제시되었습니다. 단 신경관 세 개 기준이었습니다. 의사는 실제 상황에 따라서 가감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술했다시피 의사는 신경 하나를 찾는데 실패했고 그걸 솔직하게 저에게 말해 줬습니다. 그리고 치료비를 받지 않고 저를 Endodontist 에게 리퍼했죠. Endodontist 가 이메일로 제시한 예상 치료비는 약 2,700불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청구된 치료비는 약 2,800불이었습니다. 진짜 비싸죠. 저를 리퍼해준 덴티스트와 Endodontist 간에 치료비 정산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덴티스트는 제 신경관 세 개를 치료한 치료비를 저에게 청구하지 않았거든요.
참고로 6년 전에 제 아들이 캐나다에서 교정 치료를 받았습니다. 약 1년간의 치료 기간 동안 8,000불 넘게 썼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금은 더 비싸졌을 걸로 예상합니다.
보험이 있으면 좋다
아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노조가 있고 노조 주관으로 계약한 괜찮은 의료보험이 있습니다. 제가 치과 치료를 받을 때는 백수였습니다. 부랴부랴 아내의 부양가족으로 저를 등록하고 치과 치료를 했습니다. 치료비 전액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됐습니다.
직장 보험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치과치료비가 비싼 걸 인식하고 있어서 정부 보험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 구만불 미만의 가구 소득이나 시니어라면 쉽게 주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 치과 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다
이상은 하나의 어금니 신경치료를 위해 단 두 군데의 치과를 방문한 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제 경험이 전체 캐나다 치과 상황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그냥 참고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치아 건강은 오복 중 하나라고 하죠. 이번에 극심한 치통을 겪어보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모두 건치생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