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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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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 젊은 처자 규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나마 굴곡 없이, 평탄하게 살아 온 내 삶에 대해 신은 믿지 않지만 그 누군가에게 감사 하고 싶다. 연준이나 규원이나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힘든 일을 겪어서 본의 아니게 나이 보다 훨씬 성숙해져 버려 그것 또한 안타깝게 느껴졌다.

젊은 나이에 연애도 하고 즐기기도 해야 하는데 누구에게나 흔히 바로 옆에 있는 가족, 혈육을 잃어 버려 그토록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보니 평안하게 살면서도 돈 없다고 불평 불만 가득했던 내 어른답지 못한 생활이 정말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장목사는 명철이 이야기 한 대로 자기 스스로, 왼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 실려 갔단다. 그러나 상황 파악이 잘 되어서 인지 경찰에 신고는커녕 상처가 구타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긴 의사가 추궁하자 넘어져서 다친 거라 이야기 하곤 그 다음엔 자체 묵비권으로 일관했다는 후문이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흘러 갔다. 사흘의 시간이 지나자 규원도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았다. 그 동안 싸가지가 잉어찜에 장어 구이에 몸에 좋은 건 주구장창, 자기 돈으로 사온 건 아니고 연준의 신용카드로 사와 규원에게 거의 강제 급식을 했다.

규원은 명철과 덕구로부터 동생들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조급해 그사이 몇 번이고 퇴원 하려 했었지만 연준이 강력히 그녀를 말렸다. 무리해서 몸이 다시 아프면 아이들 찾는 게 더 늦어 진다는 연준의 말에 규원도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퇴원 날짜가 되었다. 날씨도 기분이 좋은지 하늘이 뚫어질 정도로 청명했다. 병원 문을 나서는 규원도 오랜만에 파고드는 눈부신 햇빛에 눈을 찡그렸지만 싫지 않은 상큼함에 마음이 조금 설렜다. 왠지 이젠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좌 우에 서 있는 연준과 싸가지를 쳐다 보았다.

“샥시~ 기분이 워뗘?”

“날아 갈 것 같은데요?”

“안 뒤어.. 날면 안 뒤어… 떨어지면 큰일 나…”

세 사람이 한껏 웃으며 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왠 낯선 젊은 여자가 규원에게 아는 체를 했다.

“어머… 너 규원이 아니니?”

“어? 지… 진숙아?”

“그래… 긴가 민가 했는데… 너 맞구나 규원이…
반갑다 반가워…”

규원은 옆에 싸가지랑 연준도 있는 터라 조금 난감해 졌다.

“으..으응… 반갑다 진숙아..”

“너 시집 갔다는 얘기 들었는데… 병원에는 왜?
어디 아파?”

“으..으응… 그게…”

진숙이 상황 파악 하려 애쓰는데 옆에 싸가지와 연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구셔? 아 하… 신랑하고 시아버지?”:

친구 진숙을 빼곤 세 사람 순간 놀랐다. 하지만 놀란 성질은 각각 달랐다. 싸가지와 연준은 예상 외의 질문에 벙찐 것이고 규원은 얼토당토아니한 진숙의 말에 연준과 싸가지에게 미안함과 당혹감에서 오는 놀람이었다.

“지…진숙아.. 그게.. 아니라…”

그러자 싸가지가 잽싸게 말을 낚아챘다.

“어~ 그래유… 내가 시아부지… 그리고 여기… 이 눔… “

연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싸가지를 쳐다보자 싸가지가 야단치듯 말했다..

“여기 이눔… 이 눔이… 내 아들 놈이유… 그라니까… 야가.. 내 며느리…”

싸가지는 때는 이 때다~~ 연준의 뒤통수를 갈기며 소리 쳤다.

“인사 드려 이눔아~~”

“왜 때리고… 아… 네… 제가 남편… 남편 입니다… Husband ”

“우리 야가… 산부인과 들렀따가… 시방 집에 가는 길이유…”

“아..네… 너무 보기 좋다 규원아… 그렇게 힘들게 살더니..
내가 너무 기분이 좋다 규원아… 전화 번호 좀…”

진숙이 전화 번호를 따느라 분주하다. 그 동안 뻘쭘해지는 세 사람이다.
규원이 어서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탈출하고 싶어서…

“으..응.. 고마워 진숙아.. 근데 우리.. 지금 가야 해서…”

“그래.. 그래.. 다음에 한 번 꼭 보자…
안녕히 가세요!”

진숙이 떠나자 세 사람이 다시 어색해졌다.

“죄송해요…”

“죄송하기는… 이 참에 그냥 세 식구 확 해 부러?”

“아저씨~~”

“헤헤헤… “

규원에게는 헤헤헤 웃음 보여 주고는 연준에게는 고개 돌리며 아들놈 나무라듯 소리친다… 뒤통수도 때리려고 했는데 연준이 피하고…히히히

“언능 차 가지고 와 인마… 샥시 춥것어!”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진짜…”

입으론 구시렁거리지만 연준도 싫지 않는 눈치로 주차장으로 간다. 싸가지가 규원에게 윙크하자 규원도 마음껏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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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도착하고 규원이 앞 조수석에 타고 싸가지가 뒷자리에 탔다. 싸가지는 뭐가 그리 피곤한지 타자마자 바로 골아 떨어졌다. 싸가지의 허튼 소리가 없어지자 잠시 적막감이 차 안을 감돌았다. 이윽고 규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 찾으신 거죠?”

“어떻게 아셨어요?

“죄송해요… 보내 주신 메일 밑에 신부님 편지가 같이 달려 있어서…”

연준이 운전하다가 잠시 백미러로 잠들어 있는 싸가지를 쳐다 보았다. 규원이 모두 알아 버린 것일까?

“만나는 보셨어요?”

연준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규원은 아직 모르고 있구나... 그럴 수 밖에… 싸가지는 평소 때밀이 좃씨나 그냥 좃씨 등등으로 불리었지 본명을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연준은 대답할 시간을 놓쳤다

규원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규원에게 있어서는 아주 조심스런 이야기다. 하지만 모른 체 할 수은 없다고 생각 했다.

“서.. 성함이… 조봉남씨라고 하던데…”

연준이 놀라 다시 백밀러로 싸가지를 힐끔 쳐다 보았다. 다행이 싸가지는 골아 떨어져서 탱크가 지나가도 모를 정도다. 연준은 다시 한번 싸가지를 쳐다 본다. 연민? 미움? 증오? 복잡한 심정이다.

“만나기는 했는데… 사실을 이야기 하진 않았어요”

“왜요? 그렇게 보고 싶고… 찾고 싶었던 아버지잖아요?
왜 그랬어요?”

“처음엔… 그냥 조금 놀려 준 다음 이야기 하려 했었는데…
자꾸 화가 나고… 미워 지더라고요….”

“왜요?”

연준이 마치 옆에 앉아 있는 싸가지에게 이야기 하듯 말했다.

“바보 같이…
자식 버렸으면 그만큼 짐을 덜었으니까… 더 잘 살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가난하고… 못 나게 살고 있는 모습 보니까…
그게 더… 화가 나고… 가슴 아프니까… 더 미워져요..”

다시 연준이 잠시 싸가지의 얼굴을 쳐다 보는데… 그의 눈에서 눈물이 가득 그렁 거린다. 그런 연준의 모습을 보는 규원의 마음도 아프고 쓰라렸다. .

“연준씨 아버지 찾은 거 알고…. 너무 너무 기뻤고…
너무 너무 부러웠어요… “

연준이 규원을 잠시 본다.

“아빠잖아요…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해요?
돈 많고… 부자 아빠 만나러 온 거 아니잖아요…”

그 와중에도 싸가지는 천진난만에게 자고 있다. 규원의 말이 맞다고 연준은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싸가지가 연준의 아버지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다. 연준의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

아무리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해도 연준의 마음을 앞질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연준이 받은 상처와 그가 갖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우리 같은 고생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런데 왜 이제야 대놓고 이야기 하느냐고? 연준이 지금 마음을 굳힌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은… 무섭고 두려웠어요..
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들어 오면서도… 막연히 두렵고 불안 했어요…
사정이 있어서 날 버렸겠지…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입양시켰겠지…
그런데… 실제로 부모를 만나고… 너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으니까..
더 알고 싶지 않은 거에요… 그냥.. 힘들어서.. Desperate 해서…
그래서 자식을 버린… 어쩔 수 없는 부모로 그냥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연준의 절절한 마음에 규원의 가슴에 와 닿아 규원도 눈물이 났다. 규원이 살며시 기어 위에 얹어 있던 연준의 오른손을 잡았다.

“잠시만… 내가 손 잡아 줄께요…”

규원의 손이 연준에게 닿자 연준의 눈망울에서 지금껏 참았던 눈물이 넘쳐 흘러 내린다. 그런 모습이 더 안타까운 규원…

“조금만 더… 한번만 더 용기를 내요..
부모님도 연준씨를 봐야 하잖아요…
얼마나.. 연준씨를 보고 싶었겠어요…”

“날 보고 싶어 할까요?”

“그럴 거에요… 틀림 없이 그럴 거에요”

연준의 입술이 더 씰룩 거리더니 눈가가 다시 촉촉해진다. 그런 모습을 본 규원이 연준의 손을 다시 꼭 잡아 준다. 연준도 그런 규원의 손을 다잡아 준다.

연준은 목욕탕에 싸가지를 내려 주고 다시 규원이 옥탑방으로 차를 몰았다. 며칠 만에 온 옥탑방이지만 규원은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었다.

“하~~ 집이 최고다~~”

규원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손을 기지개 펴듯 위로 올리며 말했다.

“들어 가면 보일러부터 켜요… 며칠 안 틀어놔서 추울 거에요…”

“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올라가서 켜 줄까요?”

“이젠 막 초등학생 다루듯 하네요?”

“그러니까 아프지 말라고요…”

규원은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아껴 주는 연준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사랑하는 남녀간의 관계도 아닌데 그저 불쌍한 사람을 위해 이리도 열심히 도와 주는 정말 좋은 사람….

규원은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열심히 노력해서 이 사람에게서 동정 받는 사람이 아닌 떳떳하고 수평적 관계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네… 앞으론 절대 아프지 않을게요… 운전 조심 하세요…”

연준이 손을 들어 보이곤 차에 올라타 출발한다. 규원은 차가 멀찍이 사라지는데도 계속 연준의 차를 바라 보고 있다가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발행일: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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