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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여덟번째): 황박사는 떠나고… 2005-4-5
 
1981년 8월

퇴근 준비를 하고 실험실을 나설려고 하는데 황박사가 불렀다.
“어진아, 잠간만! 나 좀 보자”
“네~”
“어진아……” 황박사가 말꼬리를 흐렸다.
“……”
“… 어진아, 나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
“보스톤에 있는 Biomedical Polymer 연구소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네~” 얼마 전부터 황박사가 출장도 잦고 휴가도 잦더니, 그게 모두 직장을 옮기기 위한 것 갈았다.

“네와 헤어지는게 섭섭하지만……”
“아주 잘 되셨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더 기회가 많지 않겠습니까?”
“고맙네……”
황박사는 9월 초에 회사를 떠나기로 했단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심난했다. 벌써 6년을 일했으니 별 큰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함께 잘 일하던 상관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내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더 좋은 직위에 더 좋은 기회를 찾아 가는 사람을 어쩌랴! 나도 그랬었는데……
‘황박사가 떠나면 난 어떻게 될까?’
‘D박사가 떠났을때도 살아 남았는데 무슨 걱정이야?’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두 주후에 황박사의 다른 가족들은 보스톤으로 떠났다. 대부분의 이삿짐은 이삿짐 쎈터에서 날라갔고 잔잔한 짐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황박사는 연구 분야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그 외의 일에는 젬뱅이였다. 주말에 트럭을 빌려서 나머지 짐을 실고 직접 운전을 해서 보스톤으로 내려 간다고 했다.
“누구랑 함께 이사를 하실건데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먼 천척 조카가 있어”
“이사 경험이 있나요?”
”없을껄. 고등학생이 뭘~ 했겠어……”
오동통한 황박사가 고등학생을 데리고 쩔쩔매는 장면이 눈앞에 선~했다.
“황박사님,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주말인데 자네도 쉬어야지”
“걱정 마세요. 제가 토요일에 댁으로 가겠습니다”

모처럼의 주말, 아내에게 미안했다. 한달 전에 막내를 낳아서 애가 셋이 됐다. 나랑 둘이 있어도 애 셋을 데리고 쩔쩔맸는데…… 아내는 황박사가 끔짝이 잘 해 주었는데, 어서 가서 도와 주라고 등을 떠밀었다. 일찍암치 아침을 먹고, 황박사의 집에 가보니 얼마 안된다던 이삿짐이 꽤 많았다. 난 이민와서 형제들의 이사, 친구들의 이사를 많이 도와주어서 이삿짐 쎈터의 직원 못지 않게 이력이 나 있었다. 황박사가 빌려온 트럭과 남아있는 이삿짐을 대강 흟터보니, 잘못하면 모두 실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잘못하면 두번 이사를 해야 하겠네!’
황박사는 트럭만 빌려다 놓았다뿐이지 어떻게 할지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내 얼굴만 쳐다 보고 있었다.

트럭의 공간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 큰 물건과 작은 물건을 적당히 섞어서 트럭에 실었다. 황박사는 내가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잘 따라했다. 황박사가 간단하게 반나절이면 끝날 것 같다던 이사짐 실기는 하루종일 걸렸다. 마지막 짐을 실을 때는 트럭의 뒷문이 닫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짐이 꽉 찼다. 드디어 모두 실고 뒷문을 내려 닫았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뒷문이 닫혔다. 휴~~~

“어진아, 정말 고맙다”
“뭘요~”
“너 아니면 큰일 날뻔했어. 이사를 두번 할뻔 했어”
“하긴 아슬아슬 했어요”
“생각보다 짐이 훨씬 많았네~!”
“다행입니다. 그래도 다 실어서…”
“어진아, 놀랬다. 네 실력에…”
“……”
“너처럼 모양을 보아 가면서 잘 실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을 뻔 했어!”
황박사는 그 모든 짐이 트럭 속으로 모두 들어간 것을 신기해 했다.

“어진아, 가서 저녁을 먹자. 정말 수고했어”
“황박사님, 사실은 제가 급하게 갈데가 있어요”
내 머리 속에는 애 셋을 데리고 하루종일 쩔쩔매는 아내의 모습이 이삿짐을 실는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그래, 바쁜데 정말 고마워……”
“언제 떠나실 건가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그 길로 보스톤에 갈려고 해”
“그래요? 운전 조심하세요. 너무 무리 하지 마세요”
“알겠네…”
“황박사님과 함께 한 시간을 잊지 못 할겁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 자네가 나를 얼마나 열심이 도와 주었는데”
“박사님께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시는 자네같은 동료를 만나지 못 할걸세”
“황박사님 건강하세요”
“자네도……”
황박사는 통통한 손으로 내 손을 꼭 감싸쥐었다.
“그럼 전 이제 가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황박사는 내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꼬리글: 황박사는 토론토에 올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 오곤 했다. 우리 집에서 저녁도 함께 먹었고……
요즘엔 소식이 끊겼지만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황박사는 D박사와 함께 내가 카나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게끔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나 보다 열살이 위였으니까, 이젠 많이 늙었겠네! 건강하길 빈다.


기사 등록일: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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