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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어른
초겨울이 되면, 아내와 나는 장인어른의 산소를 찾아가서 주변을 정리하고 화환을 꽂아 놓는 일을 한다. 오늘은 초겨울 날씨답지 않게 푸근한 날씨였다. “장인 어른 안녕하셨습니까?” “………” “아버님, 오늘은 날씨가 아주 푸근합니다.” “………” 난 한번도 장인 어른의 목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내가 혼자 이야기하고 장인 어른의 얼굴을 보고, 장인어른의 심중을 이해했다. 장인어른께서는 고혈압이 있으셨고, 나를 만나시기 오래 전에 stroke에 걸리신 후부터는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말을 못하시게 되셨단다. 살아 계실때 찾아뵈면, 불편하신 몸으로 꼭 일어나셔서 두손으로 내 손을 감싸줘시고 환히 웃으셨다. 그웃음 속에서 막내 딸에대한 사랑을 보았고, 막내 사위에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보았다. 장모님은 나를 보시면 항상, “내~ 이제 걱정이 하나도 없다~. 저거 막내 시집가는거 보는게 소원이였는데…. 시집가서 아들낳고 잘 사니…. 에이구~ 우리 막내 싸우가 최고다~.” 하시면서 나를 껴안으셨고 장인어른은 옆에서 환히 웃곤하셨다. 막내딸 치우시는게 항상 마음쓰셨던 것 같았다. “님자, 나도 이하 동문이요~” 하시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첫째 진이를 안고 좋아하셨던 장인 어른! 장인어른은 둘째 찬이가 태어나고 이틀 후에 돌아가셨다. 화환을 두개 예쁘게 꽂아 놓고,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렸다. “…….막내딸 숙이가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드시고 학교에 찾아가셨던 그 아버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내가 옆에서 끼득끼득 웃으면서, 내손을 꼭 쥐었다. “여보, 당신 정말 왜 그렇게 웃겨요?” “왜?” “기도에 도시락 이야기가 왜 나와요?” “난 장인 어른 산소에 오면 항상 도시락을 드신 모습을 떠올려!” “정말 못 말려! 다신 무슨 이야기를 하나봐라!” 막내기질을 남 못주고, 가끔 도시락을 안가지고 학교에 가면, 장인어른이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가시곤 했단다. 허름한 검정 양복에 콧수염을 기르시고, 흰 보자기에 싼 도시락을 드신 노인! 교실을 기웃거리시며, 막내딸을 찾으시던 분! “여보, 난 그때 생각을 하면…..” “이 사람이 무슨 소리야! 그게 아버님의 사랑이였는데!” ”지금은 알지! 그렇지만 난 그게 너무 싫었어!” “…….” “아이들이 ‘너의 할아버지 왔다!’ 할땐 죽고 싶었다구요!” “에이~구~ 철없긴… 하긴 이해는 간다!” “난 젊은 엄마 아빠 가진 애들이 제일 부러웠으니까…..” “그래두 아버님 도시락 덕분에 나같은 사람만나서 잘 사는 줄 알아!” “에이구~ 당신 말고도 좋은 사람 많았네요~!” “정말~?오늘은 아버님 앞이라 참는다~!” “아버님, 다음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 “막내딸 잘 부탁하신다구요? 걱정마세요.” 차로가면서 장안어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시락을 드시고 교실을 기웃거리시고 계셨다. “여보, 당신 왜 웃어요?” “웃긴 누가 웃었다구 그래? 그리고 사람이 웃지도 못해?” “당신 도시락 생각했지?” “와~~ 귀신이네!” “내가 맞지! 내가 맞지?” “아야! 아퍼! 당신, 그 꼬집는 버릇 좀 고쳐!”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장인 어른 고맙습니다. 요렇게 귀한 막내 딸을 저에게 주셔서…..”

기사 등록일: 200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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