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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 스크린도어, 한국은 있고 캘거리는 없다 - 전철, 안전문 도입 계획 없어

몬트리올·토론토 설치 추진 본격화, 한인 워홀러들 "없으니 낯설고 불안"

지난 6일 웨스트브룩(Westbrook)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촬영=이정화 기자), 사진 아래는 한국 지하철 모습(출처 : 지하철 공사)  
(이정화 수습기자) “왜 선로 앞에 아무것도 없죠?" 지하철역마다 스크린도어가 당연한 한국에서 온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과 한인 시민들 사이에서 캘거리 C트레인의 ‘텅 빈 승강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등 다른 도시들이 안전문 설치에 나서는 동안 캘거리는 별다른 계획 없이 안전 강화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 한국은 100% 설치, 캘거리는 미온적 입장

캘거리 대중교통 당국 트랜짓은 현재까지 승강장 안전문 설치와 관련해 공식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관이 이유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랜짓은 지난 2023년 약 3300만달러의 재정 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러니 스크린도어가 아닌 촉각 유도 블록과 안전 요원 배치 등으로 승강장 안전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023년에는 시티홀 역과 브리지랜드 메모리얼 역에 파란색·노란색의 새로운 촉각 유도 블록을 깔아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였다. 또 노란 돌출선으로 시각적·물리적 경계를 형성해 승객들이 선로와 일정 거리 유지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보조적 수단일 뿐 스크린도어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단 평가다. 특히 한인들 사이에선 ‘안전 공백’에 대한 체감이 크다. 한국 지하철은 모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수도권 지하철 1~9호선과 광역 철도 대부분 노선에 스크린도어를 100% 설치 완료했다. 설치 후 승강장 추락사고는 약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스크린도어가 단순 편의시설을 넘어 안전 필수 장비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스크린도어가 지하철 사망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보면 스크린도어 설치 후 비자살성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96.9%나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지하철역 대부분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비용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욱이 캘거리는 C트레인 정차 지점 대부분이 노출된 야외 플랫폼이거나 지하 구조다. 시 정부가 진행한 '2024 캘거리 안전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1223명)의 47%가 '안전 우려로 버스나 C트레인 이용을 피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승강장 안전에 대한 불안이 이용자의 인식 문제가 아닌 실질적 정책 공백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몬트리올·토론토·밴쿠버 스크린도어 설치 본격화

캘거리가 스크린도어 설치에 소극적인 반면 캐나다 내 다른 대도시들은 승강장 안전 강화에 적극적이다.

몬트리올은 북미 도시 중 선도적으로 스크린도어를 도입하고 있다. 몬트리올 교통공사(STM)는 2018년부터 지하철 오렌지 라인 주요 역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추진해왔다. 약 2억 달러 예산을 투입했다. 내년까지 31개 전 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펜데믹에 따른 재정난으로 한때 멈췄다. 몬트리올 시장 밸레리 플란트는 이에 대해 "사업 취소가 아닌 재개를 위한 보류"라며 설치 중단설에 선을 그었다.

스크린도어 중요성을 의식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몬트리올은 지난 2023년 광역급행철도(REM) 첫 구간을 개통했다.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북미 최초의 대규모 사례다.

토론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토론토 교통공사(TTC)는 신규 노선 '온타리오 라인'에 스크린도어를 도입하기로 했다. 개통 목표 시기는 오는 2031년이다.

밴쿠버의 스카이트레인은 아직 스크린도어가 없지만 반복된 투신 사고로 설치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밴쿠버 대중교통 회사 트랜스링크는 현재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주요 도시들은 승강장 안전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캘거리는 여전히 스크린도어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안전 체감 낮은 한인들 “논의조차 없다니”

현지 시민들 사이에선 스크린도어 부재에 익숙하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캘거리는 비교적 한산하고 이용객도 적기 때문에 불편을 느껴본 적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인 워홀러들과 이민자들 사이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다운타운에 거주 중인 워홀러 A씨는 “(캘거리에) 처음 왔을 땐 무의식적으로 승강장 가장자리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며 "너무 익숙한 장치가 없으니 불안했고 겨울엔 바닥도 미끄러워서 신경이 곤두섰다”고 말했다.

웨스트브룩 인근에 거주하는 50대 B씨는 "얼마 전 한 남성이 철로에 물건을 떨어뜨리고 직접 내려가 주워오는 모습을 봤다”며 “노란 선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특히 사람이 많을 땐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떨어질 것 같아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스크린도어에 대한 인식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바뀌는 모양새다. 캘거리 출신으로 C트레인을 주 3회 이상 이용하는 30대 직장인 C씨는 "솔직히 예전엔 스크린도어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면서도 "몇 달 전 뉴스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 얘기를 들은 뒤로 경계심이 생기긴 했다"고 언급했다.

기자가 만난 한인 시민들 대부분은 “스크린도어는 선택이 아닌 기본”이라며 “지금이라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도시가 커지고 교통량이 늘어나는 캘거리에서 스크린도어는 ‘있으면 좋은’ 장치가 아니라 ‘없으면 불안한’ 장치로 인식될 전망이다. 당국도 대중교통 편의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향후 교통 정책의 방향성과 실질적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기사 등록일: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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