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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 컬럼_2) 안주인의 날
휴일날 오후
-옷 벗고 앉아요
-발가 벗으면 안될까?
-징그러워. 세상에 이렇게 머리카락이 길도록 놔 두다니요
-예술가 같아?
-네거리에 서서 기타치는 양아치 같아요.
-자, 여길 잡아요. 코는 왜 잡아요.
-으응
-이쪽으로 살짝 숙여요.
-알았어.
-이번엔 고개를 들어요. 뒤로 젖혀요. 조금만 젖혀.
-아얏, 잡아 뜯지좀 마.
-늙어 가면서 엄살만 늘었구료.
-어어 깍는거요 뽑는거요?
-좀 반대편으로 돌려야 깍기가 쉽지. 일어나 뒤로 앉아요. 어디 한두번 이발을 해요?
-그렇네. 우리 이민햇수 만큼 되었네 벌써. 바리캉과 가위도 구닥다리가 되었소
-이발소 하나 찾아가지 못하는 당신이야말로 구닥다리로 변했구려. 그때 아이들을 먼저 깍아주고 나선 힘이 들었는데, 염치없게 쭈구리고 앉는 말썽꾸러기가 생각나요. 가엾었지요.
-그땐 새치를 뽑아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지금은 몽땅 흰서리가 내리니 염색이나 해요.
처음 이민을 왔을땐 한국적인 습성으로 급하기만 했다. 이발소를 찾아서 쇼핑 몰안을 걸어들어간다. 이발소 입구에 있는 아라비아 숫자를 떼어들고 의자에 앉는다. 이 친구들은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는게 몸에 베었으나, 한국청년이 아라비아 숫자를 들고서 기다리는 건 처량스럽다. 드디어 몇번하고 부르자 이발의자에 앉는다. 어딜봐도 눈감고 머리를 깍는 손님은 없다. 두눈을 말똥말똥 뜬채 이발하는걸 지켜 보거나 이발사와 농담을 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이란 편안한 휴식처로 알고 눈을 지긋히 감은채 조는게 이발풍경이었다.
머리카락을 깍는게 살짝살짝 깍으며 빗질만 하는것도 그렇다. 이곳 이발사들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무슨 계산법이 이러냐?
머리깍는 값따로, 감아주는 서비스료, 면도값 따로. 안마에다 향수좀 뿌려주는 화장료 값을 따로 계산하다니! 따로따로 놀다가 반드시 팁까지 줘야 하는 계산법이 생소하다. 우리야 졸고 있으면 이발, 머리감기, 면도에다 콧털이나 귀털까지 다 깍아준다. 뒷목이나 어깨도 주물러준다.
-여보, 나도 끼어주면 안되오?
-우리 애기들처럼 시키는대로 말 잘들으면요. 잘나지도 못하면서 공자왈 맹자왈이나 찾으며 고집만 부리면 사양하겠어요.
-약속 하리다. 안주인 왕초님.
그래서 이발료도 절약하고 시간도 아끼게 되었다. 여름철엔 뒷뜰잔디에 앉아 말 잘듣는 유치원생이 된다. 옆으로 하면 고개를 갸웃하고 턱을 위로 톡톡하면 반짝 쳐든다. 쓸데없이 종아리 털이라도 뽑으면 사정없이 바리캉을 꽉 물린다. 잡아 뽑는것만큼 아프다. 바리캉을 머리에 달고서 안주인에 고함을 질러대면 우르르 아들, 딸들이 공부방에서 뛰어나온다. 귀여운 강아지까지도 안주인 편이다.
-면도만은 당신이 하세요.
추운 겨울철엔 목욕탕에 쭈그리고 앉는다. 사각사각 거리는 가위소리는 기분이 좋다. 드륵드륵 거리는 전기바리캉 소리도 참을만 하다. 크르 크르륵, 청소기로 잔등에 흩어진 머리칼을 빨아 드린다. 거기도 괜찮다.
-이 위선자!
얼굴에 묻은 머리털을 빨아드리며 한마디 하면 드디어 폭발한다. 한뼘밖에 안되는 얼굴이 뭐가 그리 대단한지 우락부락해진다.
-이 메주덩어리!
주물럭거리며 긁어주면 다시 얌전해진다. 살살 긁는다. 시원하다.
-어허 풍광좋고!
-어딜 들여다 봐요?
스커트속에 손이 들어가면 여지없이 군밤이다. 꾹 참아야 한다. 가정을 원만하게 이끄는 비결이란 참아주는 능청스러움이 최고다. 벌컥 화를 내면 강아지를 선두로 지원부대가 다시 달려온다. 몽땅 안주인 편이다.
-이번에 내가 미용사 해줄까?
-어머머, 알아주니 고맙수.
사실은 거울을보며 혼자서 머리를 깍고 파마도 한다. 미장원비는 남자 이발료보다 몇배 비싼 모양이다. 미장원비용을 아껴 아이들의 용돈도 주고, 자선사업에도 보태준다. 아니 콩나물이나 두부를 사오는 것일까?
-귀 잡아요 이쪽을. 코는 왜 잡아요. 요작은 코를 달고서 무슨 남자구실을!
-이 쌍, 코가 어째? 그래 아들을 못 만드나, 딸을 못 만드냐?
코 큰놈 나와 보라고 해.
-큰 소리치지 말아요. 까만 염색을 드리고 있어요. 끝까지 성깔은 남아있네. 꼬올 조오타. 우리 이발료로 외식하러 나갑시다. 이 메주덩어리도 이발료 쓸줄은 안다구여. 허허.-그렇지. 오늘이 안주인날이구나.

위 글은 CN드림 016호 (2003년 4/4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신문발행일: 2003-04-04
운영팀 | 2019-05-10 11:34 |

유인형님은 지난 13년 8월 26일 별세하셨습니다.
https://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345&code2=0&code3=220&idx=10848&pag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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