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빛을 밟고 서서 _ 운계 박충선 (시인, 캘거리)
이질의 문화 속을
더듬 더듬 걸어 가며
알아 들을수 없는 치즈에 휘감긴 언어
눈치와 손짓 발짓으로 비켜 가면
쏟아저 내리는 스트레스에 지친 몸
절인 대파처럼 침대 위에 길게 눕힌다
샌드 위치로
시장기를 채우기 보다
보리밥에 열무김치
고추장 버무려
게걸 스러이 씹으며
전신에 스며드는
고향 맛에 젖고 싶다
머그잔에 검게 담긴
혀 끝에 씁쓸한 커피 보다
누렇게 타버린 밥알이
우려내는 구수한
슝늉 한 사발 들이 키고 싶다
가을 덤불 마른 잡나무
아궁이 불 지펴
방고래 마다 절절 끊는
구들장 위에
몸을 누이고 싶다
푸른잔디 깔고 앉은
통나무 집 내 집 이련만
부모형제 서로 살 부비고
사람 냄새 땀 냄새
내 살속에 촘촘히 박히게 했던
울타리 없는 토담집에서
잠들고 싶다
청바지에 베적삼을
걸쳐 입고 서라도
고향으로 가고만 싶다
양지바른 산 자락
어머니 아버지 무덤앞에서
어리광 이라도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