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신 캐나다 안에서 원유 운송”…앨버타·온타리오 송유관 구상에 쏟아진 물음표
하루 80만 배럴 운송 목표 3,300㎞ 프로젝트…“누가 쓰고 얼마나 들까” 경제성 논란
앨버타 주수상 다니엘 스미스(왼쪽)와 온타리오 주수상 더그 포드가 지난 6일 캘거리에서 노던 쉴드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앨버타와 온타리오를 잇는 초대형 송유관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캐나다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제·석유업계 전문가들은 막대한 건설 비용과 제한적인 시장 규모를 이유로 경제성이 불확실한 사업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수상과 앨버타주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은 지난 6일 캘거리 스탬피드에서 ‘노던 실드 에너지 코리도(Northern Shield Energy Corridor)’ 구상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앨버타 하디스티(Hardisty)에서 출발해 서스캐처원 리자이나, 매니토바 위니펙 인근을 지나 온타리오주 사니아(Sarnia) 정유시설까지 연결하는 약 3,300㎞ 규모의 송유관이다.
완공될 경우 하루 50만~80만 배럴의 원유 운송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포드 주수상은 "캐나다 일자리와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을 거치지 않고 캐나다산 에너지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국가 기반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주수상 역시 "앨버타의 에너지를 캐나다 전역과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국가 건설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사업은 초기 단계다. 구체적인 건설 비용과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재 온타리오 인프라 기관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온타리오가 추가 원유를 얼마나 필요로 하나” 경제성 논란
캘거리대 경제학과 켄트 펠로우 교수는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앨버타-온타리오 송유관의 경제적 타당성에는 의문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온타리오 시장의 수요 규모"라고 지적했다.
현재 온타리오 정유시설은 이미 앨버타에서 미국을 경유하는 엔브리지 캐나다 메인라인(Enbridge Canadian Mainline) 시스템을 통해 상당량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특히 사니아 지역 3개 주요 정유시설의 원유 처리 능력은 하루 약 27만~28만5천 배럴 수준으로, 새 송유관이 공급할 수 있는 최대 물량(80만 배럴)에 비해 훨씬 적다.
펠로우 교수는 "사니아가 추가로 들어오는 원유를 모두 처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다. 현재 캐나다산 원유 일부는 미국을 통과하는 엔브리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시간주의 라인5(Line 5) 송유관 폐쇄 논란과 최근 캐나다-미국 무역 갈등이 공급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펠로우 교수는 "최악의 경우 미국 구간 운송이 중단된다면 온타리오 지역은 단기적으로 휘발유 부족과 가격 급등이라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 리스크 줄이는 보험”…업계는 신중한 찬성
석유업계는 조건부로 프로젝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석유생산자협회(CAPP)의 리사 베이튼 회장은 "상업적으로 타당한 새로운 운송 능력이라면 투자와 생산 확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연료협회의 캐롤 몽트뢰유 부회장도 "동부 정유시설에 캐나다산 원유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엔브리지 시스템에 대한 공급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앨버타는 하루 약 4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추가 공급 능력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비용 문제가 핵심 변수다.
석유 분석가 제임스 윌리엄스는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이고 토지 확보 등 건설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서부 해안 송유관과 경쟁…캐나다 에너지 전략 시험대
이번 프로젝트는 앨버타가 추진하는 또 다른 대형 송유관 사업과도 연결된다.
앞서 연방정부와 앨버타는 브리티시컬럼비아 남부 해안까지 연결하는 서부 송유관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하루 최대 100만 배럴 운송 능력을 목표로 하지만, 예상 비용이 352억~437억 달러에 달하고 일부 원주민 공동체의 반대도 받고 있다.
앨버타와 온타리오가 추진하는 노던 실드 프로젝트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경제성 검토와 투자 확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캐나다 에너지 독립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될지, 아니면 "비용 부담이 큰 또 하나의 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남을지는 시장 수요와 민간 투자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