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칼럼) 주택 지하방 임대의 그늘… 주거난 속 커지는 안전·세금·보험 위험
강제 퇴거에 내몰린 취약계층과 중과세에 직면한 주택 소유주, 2차 거처 양성화 제도의 적극 활용 필수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이은정 기자) 지난달 중순, 캘거리 NW주택가에서 만난 유학생 A씨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시청 조사관의 불시 방문 직후, 그는 불과 1주일 만에 살던 지하실에서 짐을 싸야만 했다. "창문이 규격 미달이라 당장 비워야 한대요. 다음 달 렌트비도 다 냈는데 갈 곳이 없어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세입자의 암담한 현실이 묻어났다.
주거 공간 부족 사태 속에서 이자 부담을 덜고자 지하실을 내어주는 소유주와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임차인의 절박함이 얽혀 비공식 임대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숨통을 트여주는 듯한 이 묵인은 결국 양측 모두의 감당하기 어려운 재무적, 법적 위기로 되돌아온다.
벼랑 끝 세입자의 눈물과 부실한 안전망
세입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무허가 지하실을 택하는 이유는 가혹한 임대 시장 때문이다. 공실률이 역사적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취약 계층이나 유학생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공간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문제는 이렇게 쫓겨난 A씨와 같은 세입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지 법률 관계자들은 "앨버타 주거 임대차 보호법(RTA)과 임대차 분쟁 해결 서비스(RTDRS)가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건축 및 소방 기준을 위반한 불법 공간은 최소한의 주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구제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환기가 불량하거나 비상 탈출구가 없는 지하실은 적발 시 즉각적인 폐쇄 명령이 떨어지며, 세입자는 법적인 퇴거 유예 기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당장 311이나 RTDRS의 문을 두드려도, 이미 허가받지 않고 조성된 거주지라는 이유로 신속한 보증금 반환이나 이주 지원을 온전히 받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모기지가 부른 유혹, 막대한 추징과 자산 증발
임대인 역시 절박하기는 매한가지다. 매달 날아오는 무거운 모기지 융자 청구서 앞에서, 비어 있는 지하를 활용해 현금을 쥐려는 유혹은 일상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단호하다. 캘거리의 한 회계사는 "적발로 인해 수십만 달러의 막대한 세금 추징을 맞고 집을 헐값에 넘기는 한인들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캐나다 국세청(CRA)은 의도적 수입 은닉으로 간주할 경우, 누락 세금 소급은 물론 회피한 세금(Understated Tax)의 최대 50%에 달하는 중과세를 부과한다. 더 큰 타격은 주택 매각 시 주어지는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PRE)의 박탈이다. 단순히 소득 미신고라는 위법 사실 하나로 해당 지하실이 거주 목적을 상실한 상업용 공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집 전체를 임대 주고 소득을 감췄다면 세법상 '용도 변경(Change in Use)'이 적용되어 평생 일군 자산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험 면책의 공포와 연쇄 파국
정보의 나열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가장 큰 위험은 화마가 덮치는 순간에 찾아온다. 보험사에 무단 임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화재나 침수가 발생하면, 계약상 '위험의 중대한 변경(Material Change in Risk)'으로 규정되어 보상금 지급이 전면 거절될 수 있다.
이 면책 조항은 양측 모두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세입자는 화재로 인한 부상이나 가재도구 소실 시 어떠한 금전적 구제도 받지 못한 채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집주인 또한 막대한 주택 복구 비용을 홀로 감당하는 것은 물론, 안전 기준 미달에 따른 세입자의 피해 배상 청구라는 법적 책임까지 짊어지며 돌이킬 수 없는 감당하기 힘든 재무적 타격을 입게 된다.
시정부 지원금과 합법화, 공존을 위한 해법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막는 유일한 출구는 캘거리 시정부의 규제 안으로 당당히 들어가는 것이다. 기존 지하실을 합법적인 2차 융통 주거지(Secondary Suite)로 승인받으려면 비상 탈출용 창문, 방화 벽체 구축 등에 평균 1만 5천에서 2만 5천 달러가 소요된다.
그러나 최근 캘거리시는 합법화를 독려하기 위해 '2차 주거지 인센티브 프로그램(Secondary Suite Incentive Program)'을 운영하며, 안전 요건을 충족하는 공사 비용의 일부(최대 1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등록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사면 기간을 적극 활용하면 초기 자본의 압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원금 신청 자격과 등록비 면제 절차 등 합법화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캘거리 시청 공식 홈페이지(calgary.ca/suites)를 참조하거나 311 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담스러운 고금리 기조 속에서 목돈 투자가 두렵겠지만, 시정부의 지원금을 활용해 양성화하는 것만이 불시 단속이나 화재 시 닥칠 수십만 달러의 피해를 막는 가장 저렴한 보험 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합법적인 승인 절차를 밟는 것만이 가족의 안전한 거주 환경과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