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요해 낯설은 시간의 틈 사이에서
어떤 기다리는 자세(姿勢)로 맑은 물을 긷는,
그대의 투명한 의식은 깊은 시(詩)와도 같이
끝없는 여백을 내 앞에 펼칩니다
그 안에서 스스로의 말 못할 병(病)이 회복되는 감정은
언제나 나를 어색한 희망과 환희에 부풀게 하고,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어떤 이름모를 사랑을 이름짓기 위하여,
고단한 삶에 평화로운 약동을 주기 위하여,
잊혀진 슬픔에 눈물을 회상하기 위하여,
그대의 고요한 이마에 입 맞추기 위하여,
그리움을 읽기에 익숙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나도 모르게 또 하나의 서투른 몸짓을 하나 봅니다
숨막히는 수 많은 밤을 떠나고 나온
내 마음의 고동소리에 불안해 하면서도,
사뭇 그리는 꿈 같은 것으로
그렇게 그대를 바라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