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잎새 져버린 골짜기 굽이돌아
산마디 휘도는 먼 바람의 흔적은,
출렁이는 저녁 풍경(風景)마다 흩날리어
오랜 목향(木香)의 내음
어둑한 이승에나 적합한
삶의 숙인(宿因)
아,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오늘도 산중(山中)의 신음이 쏟아내는
반(般).야(若).바(波).라(羅).밀(蜜).
살포시 휘감는 밤 자락의 한 끝에서
슬픈 눈매로 이어지는 외로운 촛불은
까마득히 멀어지는 긴 법고(法鼓) 소리에
뉘엿 잠들어 가고,
사미승(沙彌僧)의 시린 이마 위로 떠오른
외로운 별 하나,
어미 그리는 마음인 양
제 혼(魂) 밝히며 홀로 지새는 밤
법당의 예불 소리로 몸 사르는 향화(香火)는
붉은 정열의 넋이 되어 날아가고
다만, 재로 남는 뽀얀 그리움
그 안에서 뚝 뚝 스러지는 시간이
어두움 떨어내면,
밤 속 줄달음질 치던 갈망이
영혼 모으는 숨결로 삼키는
정갈한 침묵
오직
뜰 가득히
하얀 달빛, 숨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