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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용기를 내어서..
작성자 이 유식     게시물번호 -1218 작성일 2005-04-05 04:01 조회수 1664

이 재훈 원장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200불 들고 30년전 공부를

하겠다는 야심 하나로 찾아 왔던 민초의 초창기 이민생활이

주마등같이 떠 오릅니다 게으름이 병이라 cn드림 웹을 자주 방문

치 않는데 이 원장님의 건설적이고 생활인의 생활철학이 흠뻑

담긴 사려 깊고 심도있는 글 읽고 민초는 무척 기뻣습니다 우리

건강에 유의 합시다 또한 어떤 경우에라도 좌절치 않는 이원장님

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05,3,6일 새벽 3시 민초로 부터


p.s; 시간이 허용될때 우리 문협이 운영하는 웹에도 가끔 좋은글

      발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이재훈 님께서 남기신 글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 저곳에 들러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여
그동안 적지 않은 자취를 남겨왔었는데
이곳에 이민온 이후로도 CN Dream 이란 훌륭한 공간을 만나
가끔 저의 생각들, 특히 건강한 이민 사회를 꿈꾸며 지녀왔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글들이 가진 원천적인 미흡함과
그 글들이 근거하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랄까
인간적 부족함 때문에 점점 조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어서
부족해진 시간을 핑계로 다소 뜸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제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것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나 하면
모든 이곳에서의 생활을 접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 되어
역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CN Dream을 방문하였다가 몇개의 참으로 신선한 글을 대하고
그 옛날의 열정과 치열했던 삶에 대한 추억이'밀물처럼 일어나며
뭐랄까.. 새로운 눈이 떠지는 것 같이 마음에 의욕이 불끈 생겼습니다.
 
쉽게 올 기쁨이었거든
아예 처음부터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사랑과 용서와 포용과 나눔의 가치가
그리 가벼운 진리이었거든
다툼과 미움과 차별과 이기심의 상처가
이다지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영희 선생에 관한 글을 읽으며
박홍신부에 관한 글을 읽으며
참으로 오랜 만에 나의 젊은 시절,
아니 그리 오래 전도 아닌 그 뜨거웠던 삶에 대한
여러가지 추억으로 즐거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즐겁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삶을 일부러 고집하면서도
살아 역동하던 의식과 맑은 영혼이 주는 기쁨이
늘 차고 넘쳤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고
철저히 헌신하고 절제하며 나누는 기쁨이
늘 충만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비록 말도 안되는 오해와
작은 생각의 차이로 야기된 것이긴 하지만
내가 요즘 겪고 있는 억울함과 거짓증거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와 모욕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깊은 상처 속에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나약해지고 천박해졌다는 것에 다름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육신의 고통 뒤에 숨은 마음의 억만가지 번민들을
주목하며 그 속에서 치병의 본질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
정작 스스로에게 찾아 온 작은 시험에 대해서는
그 칠정의 작은 움직임하나도 어쩌지 못하며
죽을 상을 했던 것이라 이를 깨치고 난 다음에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에 CN Dream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린 적이 있는 데
다시 읽어보면 더욱 자신의 나약함이 폭로당하는 것 같아
몸둘바를 몰라하면서도
이를 굳이 다시 올리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되새김질 이라는 절박한 이유외에도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적 가치의 중요성'이라는 화두를
생각케하는 작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감히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갔으면 하는
저의 소망과 믿음을 부디 혜량해주었으면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제님

제가 그동안 캘거리에 도착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을 주님의 인도로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육신의 곤비함 때문에 찾아 왔지만
그들은 와서 이런 저런 육신의 불편함과 고통을 고백하였지만
저는 오히려 그들의 육신의 병 뒤에 숨어서
그 병을 불러일으키는 영혼의 찢김들을 발견케 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과 은혜로
그 들의 마음과 영혼에 입은 상처를 먼저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비록 처방하고 주었던 약과 침은 몸에 적용 되는 것이었으나 저의 치료하는 마음은 그들의 부서지고 찢긴 영혼들에 더욱 주목하였습니다.

한방 치료의 원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작용으로
생명의 우주적 원리인 음양 세계의 균형과 조화를
바로 잡아 나가는 것입니다.
이 것은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된 우주와 자연 만물의 섭리에 순응하고 그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병은 이와같은 생명의 우주적 원리인 음양의 균형과 조화를 잃은 상태, 즉 하나님 세계의 조화로운 섭리를 벗어난 상태를 말함에 다름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죄이지만
상처를 쉽게 받는 것도 죄라고 하였습니다.
쉽게 상처 받는 것 또한 곧 남을 용서하고 관용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기 중심적 삶의 소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민사회에 만연한 풍조는 내 몸과 내 가족 지키기입니다. 치열한 적자생존논리에 입각한 무서운 본능적 영역이지요.
이성과 인간 본연의 우주적 존재로서의 특성과 가치가 전혀 작용하지 않는 불행한 모습입니다.

끝이 없는 경쟁사회,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오직 1등만이 추구되고 1등만이 대부분의 치열한 경쟁의 승리자로 달콤한 전리품을 챙기는 그러한 사회에서 훈련되고 강요되어진 반인류적인 모습의 결과입니다.

우리를 날마다 좌절케하고
황폐하고 삭막하게 만들었던 모습들입니다.
디지털 문화의 급속한 발전과 기술혁명의 눈부신 변화는 우리 모두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대신에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대립과 차별을 심화하고
인종간 민족간 반목과 불화를 더욱 고착화하였습니다.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결과가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돌아가는공동체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소수의 기득권 및 특권 유지의 무기로서, 즉 배타적 수단으로서 작용한 결과입니다.

도덕과 철학은 땅에 떨어지고 인문학이 망가져
힘과 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는 원시적 지배문화가
사회경제의 주류를 차지한 결과입니다

이 것은 현대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자기모순의 극치입니다.자본주의적 행복은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소위 업그레이드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자본이라는 속성과도 일치합니다.

자본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도 같아서
끊임없이 증식하고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고 말기에 잠시도 멈추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 개발되고 사라지는 주기가 점점 짧아집니다.
이 것은 참으로 치열하고 비열하며 처참한 경쟁을 본질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이와 같이 비인간적이고 치열한 경쟁은 결국 인간사회를 타락시키게 되었습니다. 싸움이 있고 음모가 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또한 스스로 그것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인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시기와 질투, 미움과 증오가 있게 됩니다. 조소와 비난, 차별과 분리가 만연해지게 됩니다.

이와같은 자본주의적 무한 경쟁은 우리 모두를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도 모르는 다툼의 세계에 무조건적으로 편입시켰습니다.
모두는 때로 이유도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또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달려가고 그러다가 좌절하기도 하며
또는 작은 승리에 기뻐하기도 하며 살아왔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후 자본주의와 근래의 신자유주의란 이와 같은 자본의 추악한 자기증식논리에 인간의 소중한 영혼과 존재를 예속시키고 매몰시키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기회의 보편성은 결코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열린 기회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결국 몸도 삶도 망가지게 만드는 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모두가 동시에 성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드림이 아니라  재미없는 일상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소위 `드림`은 철저히 소수에게만 열려 있는 폐쇄된 세계로의달콤한 유혹이거나 자본주의적 기만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형제님
우리가 캐나다로 이민을 결행한 이유가 있다면
그 절박하고 직접적인 이유들이야 각기 다르겠지만
이 곳에서 누리며 추구해야할 행복론은
위에서 말한 경쟁의 논리에서 빗겨나 있어야 하리라 믿습니다.
교육의 목표가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
`최고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바른 사회가 아닐까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교회에서나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 일상적으로 나누고 말하고
꿈꾸고 하는 것들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늘 기도하고 바라는 믿음의 실상이란
바로 이와 같은 공동체적 가치의 구체적 실현에
두어야할 것입니다.
그럼으로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여기까지 와서도 큰 교회, 화려한 교회,
엘리트들이 판을 치는 교회, 목회자가 왕인 교회,
장로권사가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되는양 하는 교회,
부함이 자랑이 되고 빈함이 부끄러움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합니까.


그리고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고 남에게 베풀려고 하는 마음이 자신을 지배하고 사회의 주류가 되어있으면
혹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도 우리 모두는 좀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 오해를 받고 상처를 받더라도 툴툴 털고
`그럴 수 있는 일이지`
한다면 사랑과 믿음이란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키는
훌륭한 보루가 되어 줄 것입니다.

상처를 받는 사람처럼 상처를 준 사람도
일종의 피해자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본인들은 그렇게까지 생각지 않겠으나
주님은 못박히실 때
저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니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들 역시 긍휼히 여기셨던 것입니다.
그들 역시 무한경쟁, 적자생존의 치열한 삶의 가치관 속에서의 한 어리석은 피해자일 따름이기에.

우리가 진정 간구하고 묵상하며 가르치고 북돋우어야할 것들이 그리고 위로와 평강이 넘쳐야할 분야가 바로 이와 같은 용서와 화해의 현장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용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하고나면 내가 매임에서 풀어짐을 경험하지 않습니까.
화해는 힘든 일이지만 이루고 나면 삶의 지평이 더욱 넓어짐을 경험하지 않습니까.

이민 목회란 다름아닌 이와같은 인간성의 참다운 회복과 그로부터의 공동체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감히 확신합니다.

글을 마치면서 모두에게 권면합니다.
개인은 자신의 삶의 질을 최대한으로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교회와 사회는 오히려 그것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역설의 의미를 한 번 깊이 묵상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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