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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빛이 있는 곳에선,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32 작성일 2005-04-09 19:29 조회수 2085
 

그리운 빛이 있는 곳에선, 맑은 슬픔이 복받친다.

순환하는 계절은 올해도 어김없이 제 할 도리를 한다.
물오르는 봄...   파릇한 색깔들이 대지를 물들이고,
다가 올 여름을 기다리는 나무들은 연한 초록빛 흥분에 휩쌓여
어찌보면 제각기 아름다운 나르시즘의 화신化身들 같다.
 
해마다, 봄의 한 구석에서 지난 계절이 흩뿌린 불면의 기억
쪼가리들을 희미한 가슴에 주워담는 바보같은 짓을 한다.
 
앞만 보고 치달려도 낙오하기 싶상인 이 하수상한 시절에
기실, 스스로의 지나온 자취를 더듬는다는 건 시간.경제적
측면에서 명백한 낭비성 상념의 범주範疇에 들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프로그램화된 기계가 아닌 담에야
되돌아보는 감정의 생리적 상태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것 까진 없을 것이다.
 
요즘의 시대는... 그리움이 점차로 자취를 감추어가는 시대이다.
(이런 나의 시각엔 나자신이 명백한 구세대라는 짙은 혐의가
개재介在되어 있음을 굳이 부정치 않지만,)
 
보다 새롭고, 발랄하고 혁신적이고 대담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조自嘲적 지성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금의 시류時流가 점점
그리움이란 아름다운 감성의 여로를 지워나가는 것 같다.
 
과연, 그리움이란 차가운 감각적 이해로도 대치代置될 수 있을까...
 
컴퓨터와 씹을 하고 싶다란 시어詩語(?)가 설치는 이 회색빛 시대에
그 누구의 말마따나 케묵은 그리움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속 빈 강정이라도 채색만 그럴듯 하면, 아름답다고 하는 세상이다.
 
육감적 시선이 발언하면, 멍청한 의식이 그대로 따라가 주는 총체적
획일화의 물결 속에서 그리움이란 한낱 파기破棄되어가는 개인적인
쓸쓸한 감회感懷로 밖에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지 않게 될런지도 모른다.
 
혹, 첨단의 세대는 이렇게도 말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공평하게 말하자면, 비교상의 문제인 것이어서 삶의 체험이란
여러가지 느낌을 빌어 얼마든지 진지하게 기술記述될 수 있는 것이니만큼,
굳이 그리움이란 정서가 우리의 삶에서 특별히 강조될 것은 없다고...
 
비교하고 대조하는 지성의 작용은 분명,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삶의
주主된 척도尺度라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한 고요한 감성은 우리에게 관조觀照를 불러다 주고,
내면을 충일充溢케 하고, 앞으로의 생生에 보이지않는 약동의 힘으로 자리하여
새로운 또 하나의 삶을 도출導出케하는 힘이다.
 
비록 그것이 아픔을 소환할 수 밖에 없는 여로旅路에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국, 청신한 생명을 위한 자연스런 피이드백일 것이다.
 
그간, 그리운 곳을 떠나 있으며 의식적으로 그리움을 멀리 하려던
옹졸한 이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럽고 못나 보인다.
 
이제, 돌아와 누운 그리운 풀밭 위엔...
떠나면서 흩뿌렸던 외로운 기억의 쪼가리들이 이제는 맑은 슬픔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그 슬픔 속에서 나의 말할 수 없었던 많은 부분을
휑한 가슴의 한 켠에 조용히 쓸어 담는다.
 
풀밭 위로 쏟아지는 무심하도록 따스한 봄빛이...
그냥, 그리 하라 한다.
 
새가 날듯이 무언無言의 시詩로 말하며,
자꾸만 그리 하라 한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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