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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듣는다, 아픔이 되어 |
작성자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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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번호 -1297 |
작성일 2005-05-01 20:39 |
조회수 1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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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듣는다, 아픔이 되어 / 안희선
욕심없는 풀은 언제나 소박함으로
그 빛깔을 취한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그 자태 뽑내느라
제각기 짙은 향기 경쟁하듯 피워올려도
풀은 오직 다소곳한 모습으로
질투하지 아니한다.
시기를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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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히려 청초한 빛 머금고
빼어난 순결함되어
자기도 모르게 나날이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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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홀로 푸르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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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세상 이야기 들려오면
외로움만은 떨치려는듯 단 하나 소망안고
살며시 고개들어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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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이내 그 진동에 공명된듯
가녀린 몸을 떨며 이야기에 가슴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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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 애처러워 안쓰러운 마음 하나도
달빛되어 풀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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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가 어머니 손길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풀벌레 몰려와 밤하늘 별처럼 노래 부르고
풀은 슬픈 이야기 괴로움 떨치듯 우~ 몸 흔들며
홀로 하는 춤사위로 외로운 밤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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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 이야기 흐른 끝이면
슬픔 못이겨 아롱진 눈물처럼 고운 이슬이
메어진 풀의 가슴 헤치고 아침햇살 받으며
아픔의 이름으로 영롱하게 맺혀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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